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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위에 여행 in 규슈올레] 나고야성길 가라쓰 코스

 제주 올레에 이어서 다녀오고 싶었던 곳이 규슈올레이다. 신기하게도 해외로 나가려면 일이 생긴다. 그래서 쉽사리 해외 길여행을 가는 것이 쉽지만 않다. 더우기 코로나 시기를 겪으면서 더욱 더 나다닐 수 없었다. 하지만 원하면 이루어진다고 했던가... 몸담고 있는 DMZ협회에서 규슈올레길 탐방을 간다고 공지가 올라왔다. 왠지모를 마지막 해외여행이 될까 싶어 얼른 신청했다. 역시 해외던 국내이던 여행을 떠나려면 일단 지르고 봐야 함을 느낀다. 이번에도 지르지 않고 고민만 했다면 꿈에 그리던 곳을 갈 수 없었을 것이다.


 오랜만에 인천공항을 통해 후쿠오카에 도착하여 일행들과 함께 차를 타고 가라쓰 코스의 시작점인 미치노에키 모모야마텐카이치에 도착했다. 도시이름이 도산천하시(桃山天下市)라고 쓰여있어서 신기하다. 하늘아래 열려있는 천도복숭아가 열리는 산이라니... 복숭아는 나한테는 의미가 있는...


  주차장 옆에 올레길 시작 안내문이 설치되어 있다. 오랜만에 보는 간세가 반갑다. 그리고 올레스러운 규슈올레를 걷기 시작했다.


 규슈올레는 나고야성을 중심으로 주변에 진영터를 잇는 둘레길이다. 그래서 숲길이 끝나는 곳에는 어김없이 너른 분지가 나오고 유적지를 소개하는 안내표시판이 세워져 있다. 현재는 없지만 예전에는  나고야성을 에워싼 진지가 있었던 곳인듯 하다. 규슈올레 가라쓰코스는 역시나 올레스러웠다. 힘들기보다 천혜의 풍광을 잘 볼 수 있는 곳을 거쳐가고 낮은 오르막과 내리막이 있는 숲길과 고즈넉한 마을을 가로지르는 길이 서로 번갈아가면서 지나쳐간다.  한없이 평온하고 잔잔한 풍경이 더해지는 올레길이다.


  숲은 제주의 곶자왈을 연상시키고 바다가 보이는 곳은 제주의 바당길를 보는 듯하다. 너무자 올레스러운 길이다. 거기에다 같은 모양의 올레 화살표가 있으니 더욱 친근해 보인다.  나고야성 초입에 아주 오래된 찻집이 있다. 저수지를 내려다 보이는 곳에사 차 한 잔 하며 여유를 즐겨본다. 말차와 화과를 맛보며 일본의 다도를 체험해 볼 수 있는 곳이다.



걷다보니 나고야 성터에 들어선다. 커다란 바위로 쌓아놓은 성곽만 남아있고 건물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 그리고 저 멀리 바다에 희미하게 대마도도 보인다. 나고야성은 역사적으로 토요토미히데요시와 연관이 있는 곳이기도 하고 백제 무열왕의 탄생지가 근처에 있는 곳이기도 하다. 그리고 나고야의 지명이 왠지 친근하게 다가오는 곳이다. 이곳의 천수대에서 바라보는 풍경이 가라쓰 코스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이다.  지대가 높은데다 해안가와 도심을 내려다보는 풍경이 너무나 멋지다.


  역시 올레길은 천천히 걸어야 제맛이다. 그저 앞만보고 빨리 걸으면 재미가 반감이 된다. 주변을 둘러보며 신사에 가서 인사도 하고 깊은 숲에서 대나무 사이로 부는 바람소리도 들어보고 해안의 풍경을 바라보며 감탄사를 날려보는 여유가 있어야 하는 곳이다. 단지 쉼터가 많지 않아서, 편의점이 많지 않은 것이 아쉽지만 자연이 주는 풍경만 바라보며 걷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마음에 힐링을 주는 코스이다. 사람들이 친절하고 동네가 평온해 보이고, 제주에서 봤던 하규가 열리는 이 동네는 조용하지만 쉼을 주는 곳이다. 그곳을 열심히 천천히 걸어가고 있다.


  규슈올레는 데채로 코스가 12km 내외로 짧은 편이다. 빨리 걸으면 3~43시간이면 되지만 보다 여유있게 풍경을 즐기며 걷는다면 한나절 코스로 적당하다. 올레길은 놀멍, 쉬멍, 놀으멍으로 걸어야 한다. 걷고 아름다운 풍경을 바라보고, 물도 마시고 차 한잔 하면서 쉬어가는 길이다. 


  역시 오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이번 일정은 3박 4일 동안 후쿠오카의 사가현 3개 코스를 모두 돌아볼 예정이다. 다른 코스도 기대가 된다. 어떤 풍경으로 감동을 전해줄지 기쁜 마음으로 내일 코스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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