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한탄강을 바라보는 시선, 잔도길과 물윗길 (2)

  한탄강을 즐기는 다른 길이 있다면 잔도길이다. 정확한 명칭은 '철원한탄강 주상절리길'이며 잔도로 이어져 있기 때문에 '잔도길'이라고도 한다. 국내에 몇 군데에 잔도길이 있다. 단양의 잔도길이 처음 시작되었는데 이후에 계곡이나 협곡이 있는 곳에는 잔도길이 생기기 시작했다. 대부분 원조를 넘어서지 못한다. 원조는 나름에 이유가 있고 풍경을 경험할 수 있는 최상의 조건으로 만들어진 것이기 때문이며, 아류작은 정체성없이 오로지 인기있다고하니 따라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래서 성공하지 못하고 그저그런 관광지로 변하곤 한다. 하지만 한탄강의 잔도길은 잘 들어맞는 길이다. 주상절리는 위에서 내려다보면 섬세한 구조를 미쳐 보지 못한다. 가깝게 있어야만 세세하게 보며 즐길 수 있다. 그래서 물윗길처럼 한탄강 강가나 계곡 안으로 들어가서 걷는 것이 좋은데 잔도길은 더욱 더 가깝게 볼 수 있는 최고의 위치에 설치되어 있다. 


 잔도길은 순담계곡 매표소 또는 드르니 매표소에서 입장할 수 있다. 입장료는 10,000원 이지만 5,000원을 지역 상품권으로 돌려주기 때문에 셔틀버스 없을때는 택시비로도 사용할 수 있다. 한탄강의 협곡 풍경을 즐기기위해 물윗길이나 잔도길을 걷지만 두 개의 길은 별도로 운영을 한다. 그래서 입장료도 따로 계산을 해야 한다. 순담계곡 매표소에서는 잔도길만 갈 수 있으며 물윗길의 순담계곡 종착지점은 계곡 아래 물가에 설치되어 있기 때문에 헷갈릴 수 있으니 주의가 필요하다. 순담매표소에서 입자할때는 커다란 장벽이 가로막혀 있고 그 안으로 들어서야 한다. 멋진 풍경을 보여주고 싶지 않다는 느낌을 주고 있는데 어쨌든 들어서면 잔도를 따라 100여미터 걸어가면 탁 트인 풍경과 함께 한탄강 협곡을 만난다.


  순담계곡은 조선 정조때 영의정 김관주가 관직에서 은퇴하고 이곳에서 여생을 보내면서 20여평의 연못을 파고 제천의 의림지에서 '순(蓴)' 이라는 약초를 옮겨다 심고는 '순담'이라 칭했다고 한다. 그 뒤 조정에서 이 약초의 신기함을 인정하여 지금도 봄에 피어나고 자생하는 약초라고 한다. 순담계곡에 들어서면 양쪽으로 좁은 협곡을 모두 볼 수 있고 강가에는 물위에 떠는 부교가 위로 걸쳐 있고 아래로는 화강암의 바위와 검은 현무암이 어우러진 절리가 곳곳에 어우러져 있다. 


  잔도길은 철재로 만들어진 그물같은 다리이기 때문에 바닥에 구멍이 숭숭뚫려 있다. 그래서 겨울철에 눈이 내려 얼거나 하면 미끄러질 수 있기 때문에 위험하다. 하지만 눈이 없거나 막은 날에는 탁 트인 풍경이 좋아 걷기 좋다. 게다가 바닥도 훤히 보이기 때문에 고소공포증이 있는 사람들은 주변에 도움을 받고 가는 것이 좋을듯 하다. 아니면 바닥보다 주변 풍경을 보면서 걸으면 무난하게 다닐 수 있다. 


  잔도길은 그냥 걷기만 하기에는 아깝다. 풍경도 좋고 하니 천천히 그림을 음미하듯 시선을 여기저기 옮겨다니면서 찬찬히 둘러보며 여유를 갖고 걸어야 할 길이다. 3.6km의 잔도길은 빨리 걸으면 1시간 반 정도 걸리겠지만 쉬엄쉬엄 걷고 풍경을 눈에 담으면서 간다면 2,3시간은 필요한 길이다. 찬찬히 걸었을때 많은 것을 보고 느낄 수 있다. 한탄강 잔도의 매력은 천천히 걸을때 느낄 수 있다. 주상절리가 만들어진 다양한 모습, 틈새로 새어나온 물기로 빙벽을 만든 모습, 그리고 화강암 바위로 이루어진 계곡에 부드럽게 때로는 억새게 꺾인 바위의 모습이 다양하여 하나라도 놓치기 아깝다.


 잔도길은 곳곳에 다리도 많다. 출렁다리가 있고 고정식 다리도 있다. 특히 특이한 곳은 2번홀교라는 이름을 가진 다리이다. 다리가 있는 곳 위에는 한탄강 CC가 있는 곳이어서 자주 골프공이 날라온다고 한다. 그 위치가 2번홀이기 때문에 이를 따서 2번홀교라고 이름이 붙어있다. 그래서 여기를 지날때 그물위나 계곡 사이에 보면 골프공이 제법 눈에 들어온다. 그물이 겹겹히 쳐져 있기 때문에 안전하게 걸을 수 있는 길이기도 하다.



  이곳을 걸으면서 안교수님이 지질학적인 특징을 해설해 주셨다. 한탄강 일대는 원래 평지가 아니라 언덕과 산이 많은 곳이었는데 3번의 화산활동으로 인해 화강암바위 위에 용암이 흘러와 덮히다보니 평지가 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철원일대가 평지가 된 것이고 한탄강은 그 틈사이로 물이 흐르면서 파이고 파여 계곡이 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계곡을 통해 옛 54만년 전, 48만년전, 12만년 전에 만들어진 주상절리를 만날 수 있다고 한다. 지질학적 특징때문인지는 몰라도 철원평야에서 생산된 쌀음 맛이 좋았기 때문에 임금님한테 진상하던 쌀을 생산하던 곳이기도 했다.


  천천히 보는 즐거움을 최대한으로 경험하며 잔도길을 걸었다. 곳곳에 쉼터와 화장실도 있어서 여유롭게 즐기기에 좋다. 간식을 싸와도 좋지만 쓰레기를 버릴곳이 없으니 가져가야 한다. 그리고 곳곳에 문화해설사가 많이 배치되어 있기 때문에 궁금한 것은 해설사를 통해 물어보면 좋을 것이다. 드르니 매표소로 가기까지 2번의 긴 오르막 계단을 거쳐야 한다. 마지막에 가쁜 숨을 몰아쉬며 올라오게 만든다. 그래서 가능하면 드르니매표소에서 출발하여 가는 것이 편할 수 있다. 


  드르니 매표소에서 순담계곡 매표소로 돌아갈때는 택시를 이용해야 한다. 셔틀버스는 주말에만 운영한다고 한다. 지역상품권를 받은 것이 있으니 이를 사용하여 택시비를 내도 된다. 하루에 2개의 길을 가는 것은 무리일 수 있다. 물론 이른 아침에 와서 하루종일 다닌다면 가능하겠지만 여유를 즐기는 길여행을 하려면 이틀동안 나누어서 걷는것을 권한다. 물윗길은 8.5km이기 때문에 반나절 정도 시간을 써야 하는 코스이다. 철원 주변에는 둘러볼 곳이 많다. 그중에 가장 대표적인 관광지는 고석정이며, 여기서도 한탄강의 주상절리 협곡을 만날 수 있는 가장 접근하기 좋은 장소이다. 그외에도 북녘의 철원 평야를 둘러보고 싶다면 소이산 전망대를 찾아가는 것도 좋은 선택이다.


  좀 더 가까이 북녘과 DMZ 남방한계선을 보려고 한다면 백마고지 전망대가 제격이다. 이곳은 별도로 예약을 하면 남방한계선 일대를 걷는 테마코스가 있다. 철원은 생태와 자연, 그리고 DMZ라는 지역적 특색을 모두 갖춘 곳이다. 알고가면 둘러볼 곳이 많은 곳이자 둘레길도 조성이 잘 된 곳이다.  봄날이 되면 다시 찾아가고 싶은 곳이 여기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한탄강을 바라보는 시선, 잔도길과 물윗길 (1)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