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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탄강을 바라보는 시선, 잔도길과 물윗길 (1)

[길위에 여행 in 철원]

  최근 신문기사를 통해 한탄강 주변 둘레길이 경기도 연천부터 강원도 철원까지 모두 연결되었다는 보도가 있었다. 예전에 한탄강 주변을 걸으려면 부분적으로만 가능했고, 아니면 평화누리길을 통해서 부분만 지켜볼 수 있었다. 하지만 한탄강 비경만 보고 싶은 길꾼들에게는 지금의 뉴스가 더욱 반갑기만 하다. 게다가 한탄강의 특성을 가장 많이 보유한 철원은 다양하게 경험해볼 수 있는 길이 생겼다. 바로 물윗길과 잔도길이다.


  철원 한탄강 주변에 출렁다리(또는 하늘다리)가 먼저 생긴곳은 비둘기낭폭포 옆에 있는 출렁다리이다. 한탄강의 내부까지는 아니더라도 전체 모습을 둘러볼 수 있는 곳이다. 그러나 지금은 훨씬 더 가깝게 한탄강의 주상절리를 감상할 수 있는 곳이 생겼다. 예전 겨울철에 한탄강의 빙판을 걸을 수 있었는데 지금은 물윗길이라는 부교가 설치된 산책길을 통해 한탄강을 즐길 수 있다. 태봉대교부터 시작하여  순담계곡까지 이어진 뜬다리 길이다. 약 8.5km 정도의 거리이지만 걷고 싶은 만큼만 걸으면 된다.  시작하기 가장 좋은 지점은 송대소가 있는 곳에 새롭게 은하수교라는 하늘다리가 생겼는데 여기서부터 시작하면 좋다. 위로는 직탕폭포까지 아래쪽으로 가면 순담계곡까지 사부작 걸을 수 있다. 게다가 높이 솟은 주상절리 절벽을 보면서 걷노라면 시간 가는 줄 모른다. 그저 비경에 발길이 떨어지지 않고 연신 사진을 찍으려고 한다.


   물윗길은 년중 내내 열려있지 않다. 겨우내 얼음이 어는 시기에만 개방이 되는 곳이다. 올해는 3월 말까지 운영을 하고 이후에는 철거한다고 한다. 아마도 하반기에는 얼음이 없어 유람선도 다녀야 하고 장마 시즌이 있어 위험하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계곡의 풍경은 너무나 멋지다. 특히 이번 여행에서는 특별한 분과 동행을 했다. 철원의 지질학 분야의 선구자이신 안락규 교수님과 동행하여 걸었다. 곳곳에 주상절리가 생기게된 이유와 언제 생겼는지를 알게 된 계기가 되었다. 한탄강의 주상절리는 짧게는 12만년 전, 길게는 54만년 전에 만들어졌고 3번에 걸친 화산 활동으로 인해 다양한 년대가 공존하는 곳이란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을 새삼 느끼는 시간이다. 그전에는 그저 주상절리였다면 지금 보이는 주상절리는 과거 철원의 모습이 같이 투영되기 때문이다. 시간이 만들어낸 풍경은 멀리서 볼 것이 아니라 가까이서 오랫동안 보아야 진정한 가치를 경험할 수 있다. 물윗길은 그런 면에서 잘 조성한 히트작이다. 



  이번에 교수님과 동행하면서 가장 기대했던 곳은 따로 있다. 철원의 민통선 안에 고추냉이 농장이 있다고 한다. 한국에 최초로 재배하는 곳이라는데, 이곳에 자리잡은 이유가 철원의 지리적 특성과 맞물려 있다. 화산활동이 많았던 곳인데 비가 내리던가 땅속으로 스며들던 지하수가 지하의 화강석 암반을 만나면 더이상 스며들지 못하고 옆으로 흘러가던가 고이거나 하면서 용출수가 되기도 한다. 그래서 한탄강기을 걷다보면 절벽에 얼음이 얼어있는 흔적을 자주 보는데 이것도 지하에 있던 물이 절벽을 만나 작은 폭포를 이루거나 물기가 베어나와서 생긴 현상이다. 그래서 철원 민통선 지역에는 용출수가 솟아나는 곳이 많은데 겨울철이나 한여름에도 수온이 항상 유지되고 지속적으로 물이 솟아나기 때문에 고추냉이를 키우기 좋은 환경이라고 한다.


  보통 고추냉이와 와사비를 같은 것으로 생각하는데 식물학 사전을 찾아보면 둘은 다른 종류라고 한다. 그래서 '와사비'라고 부르기 보다 '고추냉이'라고 부르는 것이 맞는 말이다.


국가표준식물목록에는 고추냉이(Wasabia japonica (Miq.) Matsum.)와 십자화과 황새냉이속에 속하는 참고추냉이(Cardamine koreana (Nakai) Nakai)로 구분하고 있다.  한동안 고추냉이(Wasabia koreana)와 와사비(Wasabia japonica)로 학명을 구분하기도 했다. (다음백과사전 발췌)


  철원 민통선에서 오랫동안 고추냉이 농사를 짓고 이제는 다양한 상품으로 출하가 되고 있다. 이렇게 자리잡은 것도 철원의 용출수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일 것이다. 그래서 고추냉이 농장을 둘러보는 체험과 함께 신선한 고추냉이와 송어회를 맛볼 수 있는 특별한 기회가 이곳에서 가질 수 있었다. 송어 자체가 민물고기이다 보니 특유의 냄새 때문에 콩가루를 묻혀서 먹는데 이곳에서는 오로지 고추냉이를 찍어서 맛 볼 수 있다. 그만큼 깨끗하고 맑은 물에서 키워낸 송어가 있기 때문이며 실제로 송어에서 특유의 비릿하고 흙냄새가 나지 않았다. 


  고추냉이는 재배하고 키우는데 많은 시간이 걸린다고 한다. 고추냉이 뿌리에서 줄기와 잎이 12번이 떨어져야 수확을 할 수 있다고 한다. 그래서 보통 1년 반에서 2년 정도 키워야 고추냉이 상품으로 출하가 된다. 무척 재배하기 까다롭기도 하지만 시간이 많이 걸리는 식물이 고추냉이이다. 특별한 경험을 할 수 있는 이곳은 오로지 예약을 해야만 한다. 민통선 안에 있는 농장이다보니 군부대에 예통과정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얘약은 필수이다. 하지만 충분히 가치있는 방문지이기도 하다.


  고추냉이 농장을 둘러보고 나면 드디어 식사시간이다. 고추냉이와 송어회와 매운탕이 준비된 식탁에 앉아서 만찬을 즐기면 된다. 방금 갈아낸 고추냉이를 송어회위에 얹고 한 입 먹으면 입안이 상쾌하다. 비린맛도 없고 계속 깔끔하게 회를 맛볼 수 있다. 거기에 더하여 고추냉이 잎으로 싸먹으면 알싸한 향이 풍기기 때문에 적상추와 깻잎을 섞어놓은 듯한 식감을 느낄 수 있다.


  철원 민통선에 들어서면 반갑게 맞이해주는(?) 두루미가 논가에 가득하다. 이곳은 유난히 두루미와 재두루미가 많다. 보통 우리가 알고 있는 학이라고 불리우는 종류가 두루미인데 여기서는 너무 흔하게 볼 수 있다. 게다가 두루미는 겨울철새이기 때문에 지금이 아니면 만날 수 없는 귀한 존재들이다. 이곳에는 재두루미와 두루미가 가장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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