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시간 걷기를 하면 사람들이 변하기 시작한다.
하루에 15~20km 내외로 하루나 이틀 정도를 걸으면 힘들다고만 생각한다. 다리도 아프고, 발바닥도 아프고, 내가 왜 이렇게 걷고 있을까를 생각하고 때로는 후회하기도 한다. 그런데 일주일 이상 계속 걷고 또 걸으면 변한다. 내가 왜 걷고 있을까라고 생각하기보다 왜 여기까지 온걸까? 무얼해야 하지? 라는 생각으로 바뀐다. 처음에는 몸이 힘들어 푸념과 후회의 생각이라면, 익숙해지면서 고통보다 당연함으로 바뀌고 후회의 생각은 사라지고 전혀 생각하지 않았던 것들이 떠오르기 시작하면서 생각하게 된다.
처음 산티아고순례길을 갔을때 초반에는 힘들기도 했지만 동료들과 함께 걸어야 하기때문에 일정 조정도하고 다음 계획도 짜면서 걸었다. 의견이 맞지 않아도 참았다. 그리고 결국 분열되어 먼저 되돌아간 동료를 뒤로하고 둘이서 나머지 순례길을 걷자고 하면서 먼저 돌아간 사람을 원망하고 미워했다. 맞춰줬는데도 욕하고 하는 상황에 대해 울분이 일어나기도 했다. 하지만 보름이 지나고 나서부터는 이러한 생각마저 부질없게 느껴지고 화는 점차 가라앉았다. 그리고 앞으로 무얼해야 할지? 순례길이 어떤지 경험하는 것에 집중했다. 그리고 미래에 대한 고민도 하다가 무얼해야할지 보이기 시작했다. 순례길을 완주하고 되돌아와서 처음 시작한 것은 우리나라 둘레길 프로젝트팀에 들어가 일하는 것이였고, 이를 바탕으로 여행가로써 여행하며 둘레길을 함께걷고 여행하는 일을 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지금에 길여행가 강세훈이 되었다.
둘레길을 오랫동안 걸으면 생각과 고민이 변한다. 2~3일 걸어서는 변하지 않는다. 그러나 일주일 이상 계속걸으면 변화가 나타나기 시작한다. 10일 이상 걸으면 자신에 대해 되돌아보고 바로 옆에 멘토가 있다면 도움을 받아 자신의 미래를 진지하게 고민하고 결론에 도달하기도 한다. 이런 변화가 일어나려면 잔잔하고 평이한 길을 걸어야 한다. 한국의 산처럼 오르막과 내리막이 많은 둘레길에서는 이런 변화를 경험할 수 없다. 오로지 스포츠에서 경험하는 희열과 완주에 대한 기쁨을 맛볼 것이다. 내면에 변화를 일으키려면 순례길처럼 평이한 길을 걸어야 한다. 특히 메세타평야를 횡단하는 일주일이 가장 임계상황으로 갈 수 있도록 만드는 구간이다. 어떤 사람들은 메세타평야 구간이 가장 재미없다고 하지만, 내면에 세계로 들어가기 가장 좋은 길이 이 구간이다. 자연스레 걸으면서 마음을 챙기는 명상의 세계로 들어가기 때문이다. 그래서 메세타평야 구간만큼은 꼭 걸어가보라고 나는 말한다.
둘레길은 단순히 운동하기위해 걸을 수도 있지만, 내면의 생각을 바꿀수도 깊이 고민할수도 있는 곳이다. 단지 어떠한 길을 얼마동안 걸을 것이냐가 다를 뿐이다. 자신의 내면에 깊이 빠지려면 최소 일주일이상 걸어야 한다. 그래야 비워진 머리에서 새로운 샘물이 솟아나듯 새로운 생각이 떠올라 가득찬다. 걷는 일주일 동안은 어찌보면 비우기위한 과정이고 그 과정을 끝내야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다.
임계점(Critical Point) :
어떤 현상이나 상태가 변하기 시작하는 한계 지점을 뜻하며, 비유적으로는 노력의 성과가 나타나기 시작하는 지점이나 삶의 전환점을 가리키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