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란 바다, 파란 길-해파랑길 2코스

한동안 강의하고 강의 준비하느라 길여행을 가지 못했다. 그래서 기회가 되면 새로 생긴 둘레길이나 가본지 오래된 둘레길을 가려고 일정을 조율하곤했다. 이번에 부산에 모임이 있어 내려가야 하는 상황이 생겨 그냥 갔다가 다시 올라오기 보다 주변에 둘레길이나 평소에 가보고 싶었던 곳을 가보려고 계획을 짰다. 그중에 첫번째가 해파랑길 2코스이다.


푸르고 푸른 바닷길


해파랑길은 전체를 걸어보기보다 부분적으로 선택해서 걸어본 길이다. 해파랑이라는 이름으로 통합되기전에 다양한 이름으로 존재할때 가봤기 때문에 지금도 전체보다 그 지역에서 가까운 해파랑길을 찾아가보는 방식으로 찾아간다. 해파랑길 2코스의 출발지는 해운대이지만 이번에는 송정해변부터 대변항까지 가보려고 한다. 편도 8.5km 정도 되는 길이다. 2코스는 부산에서 조성한 갈맷길과 겹치는 구간이기도 하다. 그래서 가는 동안에 갈맷길과 해파랑길 이정표가 같이 보인다.


송정해변에서 바라본 바다는 무척이나 파랳다. 아침이어서 인지 진한 군청색으로 빛나고 있었다. 오후로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점차 익숙한 파란색으로 보였다. 동해이다보니 떠오른 태양에 반짝이며 반사하는 햇빛이 다이아몬드 가루를 뿌려논것처럼 눈부셨다. 송정해변에서 처음으로 만난 곳은 죽도공원이다. 작은 바위섬처럼 보이는 곳에 소나무와 동백꽃이 가득한 곳이다. 숲 사이로 산책길이 뻗어있고 군데군데 쉴 수 있는 의자와 평상이 곳곳에 설치된 곳이다. 여름이면 이곳에 누워 있으면 피서를 제대로 즐길 수 있을것 같았다. 작은 섬길은 10분 정도면 충분하다. 하지만 들어가면 나오고 싫은 매력을 가진 섬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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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도공원을 나와 바다와 나란히 하며 오시리아 해변이 보이는 곳으로 간다. 오시리아는 해파랑길에서 만나는 오랑대와 시랑대의 첫 글자와 외국의 접미사 '~ia'가 붙어서 만들어진 말이다. 이집트 신화에 나오는 죽음과 부활의 신인 오시리스와 연관이 있지 않을까 싶지만 전혀 그렇지는 않다. 어설프게 지은 이름이 한국적인 느낌의 해파랑과는 어울리지 않는다. 오히려 한국어는 영어보다 덜 고급지다라는 늬앙스가 풍겨진다.그렇지만 이곳에는 이 명칭을 곳곳에 사용하고 오시리아역까지 있다. 그래도 바닷길은 매우 파랗고 한국의 바다이다.

오랑대와 시랑대라는 지명처럼 정자를 의미하는 '대(臺)'가 있다는 것은 풍경이 좋았다는 의미일 것이다. 선조들은 항상 풍경과 경치가 좋은 곳에 정자를 세우고 쉬기도하고 후학들과 대화를 하며 즐기는 방식을 택하여 곳곳에 루각정대(樓閣亭臺)를 세웠었다. 바다 옆 절벽은 무섭기도 하지만 절경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이런 곳에 정자를 세우고 풍경을 바라보면 마음이 닦이는 듯 개운함이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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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얗게 칠해진 오시리아해변에서 정상적인 해파랑길은 왼쪽으로 큰길따라 가야 한다. 하지만 해안가 방향으로 좁은 오솔길이 보이길래 호기심이 발동했다. 중간에 끊어져있지 않을까 싶었으나 잘 닦여진 좁은 오솔길은 끝까지 이어져 해동용궁사까지 이어져있다. 여기 비밀의 길은 폭이 좁고 낭떠러지가 바로 접하고 있어 조금은 위험하다고 느껴질 길이다. 그래서 지도에서 지운 길이 아닐까 싶다. 하지만 아는 사람이라면 가보고 싶은 그렇게 아늑한 숲과 바다가 어우러지는 길이다. 하지만 폭이 좁고 섬짓한 절벽이라 위험하기도 하다. 그래서 많은 사람이 이동하기에는 위험하기도 하고, 반대쪽 끝에는 군사기지의 경고성 푯말도 세워져 있어 다니는 것이 적당하지 않다. 그저 정해진 루트를 따라 가는 것이 가장 안전한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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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의 숲길을 거쳐 해동용궁사를 통해 해안 전망대가 있는 길을 따라 간다. 푸른 바다를 계속 만나며 걸을 수 있는 구간이다. 파도 소리가 끊임없이 들려와 마음도 계속 두근거린다. 진정된다기보다 긴장이 되는 그런 구간이다. 곰솔 가득한 길을 따라 편하게 오가는 사람들이 많은 그런 길이다. 한 시간 넘게 걷다보니 발바닥이 아파오기 시작한다. 해파랑길의 가장 큰 단점이라면 딱딱한 시멘트포장길이 많다는 점이다. 그래서 발이 편할 수가 없다. 아무리 오래 걸어본 나조차 이런 길에서는 오래 걷는 것이 쉽지 않다. 아난티앳부산코브를 지나는 해안 산책길에 그나마 벤치가 있어 쉬어가기 적당하다. 파도소리도 잦아들고 사람도 북적이지 않아 소란스러웠던 길을 벗어나 사색하듯 나만에 시간을 가질 수 있는 장소이다. 하염없이 바다를 바라보면 잡다한 생각이 사라진다. 마음이 편안해진다. 그래서 사람들은 명상이라는 것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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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나무 가득한 해안 산책길을 지나면 해광사 앞에 다다른다. 해안산책길 일부가 공사로 막혀있어 표시된 리본을 잘 보고 따라가야 한다. 이제부터는 도로를 따라 가는 길이다. 그리고 대변항에 들어서면 수많은 차량과 사람들 사이를 지나가야 한다. 식당마다 호객하는 모습에, 식당을 찾아가거나 나오는 모습에 사람사는 세상을 느낀다. 발바닥은 더욱 아파오고 이제는 빨리 종착지에 도착하여 쉬고 싶을 뿐이다. 해파랑길은 이렇게 바다와 항구와 도로, 해수욕장을 반복하여 걷는 길이다. 하지만 지역마다 조금씩 달라지는 풍경을 경험하는 것도 좋은 볼거리이다. 길은 많이 걸으라고 존재할 수도 있지만, 중요한 것은 그곳에서 보고 느끼고 쉼을 가지며 오랫동안 즐기길 바라는 마음이 둘레길에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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