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종대왕유배길 3코스 - 인륜의 길
전체거리 15.5Km(실측 14.3km)
배일치마을 - (3.1km(배일치마을안내판기준:1.9km))배일치재 - (4.3km)옥녀봉 - (6.8km)청령포
3코스의 주제는 인륜이다. 아마도 죽은 단종의 시신을 건드리면 삼족을 멸하겠다는 어명에도 차마 사람으로서 마땅히 지켜야 할 도리를 거역할 수 없어 죽음을 무릅쓰고 단종의 시신을 수습하였던 엄흥도가 지켜낸 도리를 주제로 삼은 듯 하다. 3코스는 배일치마을을 출발하여 주천강을 따라 가는 코스이다. 그래서 잔인한 절벽아래 길을 가야하는 어려움이 있는 길이기도 하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청령포에 다다른다.
유배길 자체는 풍경이 아름다운 길이라기보다 유배갔던 행적을 따라가는 형태의 길이다. 그러다보니 포장길도, 도로 옆길도, 때로는 마을길도 거쳐서 간다. 일반적인 둘레길처럼 숲이 울창하고 흙으로 조성된 구간이 많지 않다. 어쩌면 산티아고순례길처럼 누군가의 흔적을 찾아가는 여정같다.
배일치마을에서 만난 배일치재에는 단종쉼터가 조성되어 있다. 서쪽을 향해 절을 하는 단종의 조각상 앞으로 ‘배일치’라고 쓴 표지석이 눈에 들어온다. 이곳이 바로 단종임금이 유배길에 넘은 배일치재이다. 무척 힘겹게 고갯마루에 도착한 단종은 이곳에서 궁궐이 있는 한양의 서쪽을 바라보는데 불현듯 떠오른 얼굴이 사육신과 생육신이였다고 한다. 단종은 이중에도 특히 성삼문의 얼굴이 떠올랐다고 하며 타고 가던 가마에서 내려 해지는 방향으로 절을 올렸다고 한다. 이렇게 단종이 해를 보고 절을 한 고개라 하여 “배일치”라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3코스의 가장 아름다운 구간은 옥녀봉부터 청령포까지 주천강을 따라가는 6km 구간이다. 그전까지는 산과 산이 겹쳐 시야를 좁게 만들고 답답함이 고여있었다면, 옥녀봉부터는 시야가 트여 상쾌함이 몰려왔다. 답답했던 단종도 이곳을 지날때는 조금은 편하게 마음을 가지지 않았을까?
옥녀봉은 단종임금의 유배행렬은 배일치재를 넘고 점말과 갈골을 지나 옥녀봉에 다다랐다. ‘옥녀봉’이란 명칭은 단종임금이 부인 정순왕후를 떠올리며 직접 지은 이름이다. 배일치를 넘어온 단종임금의 유배행렬은 점말을 지나 돌고개를 넘어 갈골을 지나 이곳에 이르렀고, 모양이 동그랗게 두메산골 색시처럼 수줍은 듯한 모습의 산봉우리를 보고 한양에 두고온 정순왕후 송씨의 모습이 떠올랐다고 한다. 그리고 한편으론 걱정이 되기도 하였는데 상왕에서 노사군으로 강등되었을때 왕비인 정순왕후도 신분이 내려갔기 때문이다.
특히 짧지만 급한 경사의 절벽 밑을 지나는 구간이 위험하기도 힘들기도 하다. 하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구간이기도 하다. 강을 바라보는 풍경이 좋아서, 절벽의 위엄있는 모습에 압도되어서 짧지만 강렬한 여운을 느끼게 만드는 구간이다. 이곳을 지나자 마음이 놓였다. 안도감을 가진채 청령포까지 아무런 생각없이 걸을 수 있다. 넓고 평한 강변 길이라 더욱 그렇다. 조금만 더 가면 청령포로 들어가는 입구이다.
청령포는 약 천리(千里)의 단종 유배행렬의 마침표가 되는 장소이다. 말을 타거나 걸어서 꼬박 일주일 후에 마침내 유배지인 청령포에 이르렀다 강 건너편에서 청령포를 바라보며 매우 놀랐다. 육지에 붙은 땅이었지만 완전히 고립된 섬이기도 했다. 정면에는 주천강이 흐르고 뒤에는 빽빽한 소나무숲과 뾰족한 봉우리가 연이어 방패처럼 강변까지 이어져 삼면이 완전히 막힌 육지속 섬이었다. 한눈에 보기에는 아름다운 곳이지만 나룻배를 이용하지 않고는 출입할 수 없는 곳이다. 어린 단종은 세상으로부터 고립된 이곳에서 외로운 유배생활을 시작하였다. 결국에는 벗어나지 못하고 생을 마감한 단종은 이후에 묘를 써서 영월에 묻혔는데 능의 이름이 '장릉'이다. 청령포에서 멀지 않은 곳에 묻혀있다.
이렇게 3개의 코스가 영월 단종대왕유배길코스이다. 영월이라는 지역에서만 조성된 길이다. 짧은 구간이지만 어렵고 힘들고 외로움을 느껴볼 수 있는 길이다. 무엇보다도 단종의 흔적을 곳곳에서 접할 수 있기 때문에 더 의미있는 둘레길이 아닐까 싶다. 이번 기회에 청령포를 간다면 장릉도 방문하여 예를 갖추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