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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고의 자연을 품다 -순천만 갈대 습지

[사진이 있는 길여행 에세이]

  가을이 깊어지면서 찾아가는 곳이 있다면, 붉은 단풍이 가득한 둘레길이거나 억새 또는 갈대군락지가 넓게 펼쳐진 숲길이나 강변길을 찾는다. 

  하지만 모든 둘레길이 이러한 조건을 갖추지 못하기 때문에 항상 둘레길을 찾아 나서야 한다. 그래도 찾지 못하면 둘레길이 아니더라도 짧게라도 걸으며 가을의 풍경을 즐길 수 있는 곳을 계속 갈구하게 된다.


   서울 근교라면 강화 나들길 1,2코스의 갈대와 억새 가득한 해안길을 가거나 시흥의 늠내길 중 갯골길을 항시 찾아 갔었다. 자주 찾아가다 보니 지루하고 익숙한 풍경이 그닥 감흥이 크게 다가오지 않는다. 결국 남도에서 가을의 빛을 찾아 순천만까지 내려왔다.


   순천을 찾을때면 의례 남도 삼백리길을 우선 떠올리고 여기를 답사하듯 다녔어야 하지만, 이보다 우선 순위로 가보고 싶었던 곳이 순천만 생태공원이였다.


 운이 좋아 갈대숲 가득한 시기에 맞춰서 순천만을 찾게 되었다. 다행이도 날씨마저 깨끗하고 청량하여 푸른 하늘과 갈색 빛 갈대슾지의 색감이 너무나 멋드러질때 조우하였다.


 아직 순천만갈대축제 이전이라 사람도 많지 않아 찬찬히 산책하는 기분으로 둘러 볼 수 있었다.


순천만은 영구 보존지역으로 선택된 곳이라 개발을 전혀 할 수 없는 곳이라고 한다. 그래서 인지 생태공원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비싼(?) 입장료를 지불해야 한다. 8,000원 이라는 입장료가 비싸다는 생각이 들었다.


  "과연 이러한 값을 지불하고 둘러볼 가치가 있을까?"


   이러한 생각이 머리속에서 떠나질 않았다. 순천만생태공원에 들어서서 용산 전망대 방향을 따라 찬찬히 걸어본다.


끊임없이 왔다갔다 하는 사람들 사이로 비집고 지나가 나무데크 다리위를 건넌다.


그리고 입장료가 비싸다는 푸념은 바로 사라졌다. 지금껏 내가 보아온 갈대나 억새습지와 차원이 다른 풍경이 눈앞에 펼져졌기 때문이다.


  평원처럼 드넓게 펼쳐진 갈대습지가 바다와 맏닿아 있다. 어느 방향을 둘러보아도 갈대가득한 곳이다. 회색빛이 엷게 감도는 갈대 꽃이 피어있고 바람이 살짝 불면 스스슥하며 색깔이 묻어나는 바람이 부는듯 했다.


  갈대습지는 전부 데크길로 되어 있고 용산 전망대까지 다녀오면 약 왕복 5km 정도 된다. 데크길도 2개의 길이 나누어져 있어 올때가 갈때 다른 길로 걸어 갈 수 있다. 우리는 먼저 오른쪽 데크길을 따라 용산전망대로 향했다.


  이곳에서 발걸음이 쉽게 떨어지지 않는다. 한걸음 걸을때마다 달라지는 풍경을 눈으로만 담기에는 아쉽고 부족하다는 생각에 연신 카메라 셔터를 누를 수 밖에 없었다.


  둘레길을 걸을때도 그랬지만, 아무생각없이 빠르게 걷기보다는 주변 풍광을 감상하며 쉬어가듯 걸어야 제맛인건데 여기서는 자연스럽게 즐기는 걷기여행이 된다.


  데크를 따라 걷다보면 데크 아래가 궁금해져 내려다 보기도 한다. 갯벌위에 무수한 구멍이 뚤려있고 개펄에 살고 있는 게와 장뚱어가 곳곳에서 만날 수 있다. 다른 지역의 갯펄에 가면 사람 소리가 들리면 작은 게들은 바삐 구멍속으로 피신하기 바쁜데 여기는 그렇지 않다. 사람이 지나가던 말던 익숙한 듯 여유롭게 식사를 하거나 여기저기 부산히 움직일 뿐이다.


   갯펄과 게의 색깔이 똑같아서 어쩌면 숨은그림찾기 하듯 들여다 보며 찾아가는 것도 소소한 재미거리 이다. 

숨은그림찾기 - 게와 장뚱어 찾기!!

  

  갈대숲 데크길을 따라가다 보면 정면에 능선이 구불구불하게 용처럼 누워있는 낮은 산이 보인다. 이를 용산이라 하는데 가장 오른쪽 끝에 전망대가 설치되어 있다. 여기까지 가보려고 한다.



  용산전망대로 가려면 작은 출렁다리를 건너야 한다. 왠지 여기만 올라서면 껑충껑충 뛰면서 뒤따라오는 사람들이 흔들리도록 만들거나 무서워하게 만들고 싶은 장난끼가 발동한다.


 순천만 습지의 백미는 용산전망대에서 내려다 보는 바다와 강이 만나는 순천만 하구의 풍경이다. 좀더 늦은 시간에 왔다면 일몰과 함께 붉은 기운이 스며든 갯벌의 풍경을 볼 수 있을텐데 이번에는 그렇게 시간까지 맞주지를 못했다. 여기서 잠깐 머물렀다가 거금도로 이동해야 하기 때문에...


태고의 자연이 그대로 남아 있는 곳이다. 인위적으로 만든것처럼 보이는 원형의 갈대 습지도 보이고 S자 모양의 하구가 너무가 아름답기만 하다. 그위로 작은 배가 지나가면서 일으키는 물살이 또다른 선을 그어 하구의 강이 살아 있음을 보여준다.


 시간이 허락된다면 하루종일 머물고 싶은 곳이다. 보아도 보아도 지루하지 않는 풍경. 왠지 모르게 신비함이 가득한 순천만의 모습이다.


  용산전망대에 올라서면 순천만의 9경을 모두 내려다 볼 수 있다. 꼭 집어 9경이라고 하지 않아도 어느 한부분 놓칠 수 없는 절경이다.


 시간이 너무 빨리 지나가는 아쉽기만 하다. 좀더 오래 머물고 싶지만 그럴 수 없어 자꾸 뒤돌아 보게 된다.


 순천만습지는 오래가지 않아 다시 찾아올 것 같은 예감이 든다. 비록 둘레길은 아니지만, 아름다운 갈대와 억새가 어우러진 수변의 길로써 짧은 걷기여행 장소로 손색이 없는 곳이다.


 용산전망대를 벗어나 다시 갈대숲 사이로 걸어간다. 아직도 많은 사람들은 자연을 그대로 담고있는 순천만 갈대숲 품으로 들어오고 있다.  


   여기를 찾는 사람들은 단순히 갈대숲이 무성하고 잘 보존된 공원을 보러온것 뿐만아니라 여기를 지켜야하는 마음도 가져가길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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