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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만 갯펄의 매력, 시흥늠내길 갯골길

[사진이 있는 길여행 에세이]

  매년 계절이 바뀔때마다 의례 찾아가야 하는 둘레길이나 숲길이 있다. 겨울이면 선자령을 무조건 가야 하는 것처럼 가을이 깊어지는 10월과 11월 사이에는 빼먹지 않고 찾아가는 곳이 있다면, 갈대와 억새가 어우러진 시흥늠내길 2코스 갯골길 이다.


  가을을 대표하는 자연 풍경을 꼽으라면 단풍과 억새군락지 또는 갈대숲일 것이다. 단풍은 시기를 놓치면 화려한 색깔을 볼 수 없지만 억새나 갈대숲은 좀더 꽃이 피는 시기가 길어서 여유롭게 언제든 찾아 갈 수 있기에 매년 이곳을 찾아온다.


   늠내길 갯골길의 시작은 시흥시청 정문에서 시작하지만, 좀더 알차고 여유롭게 돌아보고 싶다면, 갯골생태공원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생태공원을 둘러보면 편하고 여유로운 시간을 보낼 수 있다.


  걷기여행을 떠날때는 차를 두고 보통 나서게 된다. 원점회귀 코스라면 차를 세우고 찾아가기 쉽지만 일방향 코스일 경우에는 꽤나 불편해 진다. 갯골길은 기본적으로 원점회귀 코스 이지만, 오늘 만큼은 일방으로 질러가 소래습지공원까지 가기위해 대중교통을 이용하여 찾아 왔다.


   아직 추수가 안된 누런 논을 가로질러 갯골생태공원에 들어서서 가장 먼저 눈에 뜨이는것은 염전이다. 전에는 체험만 하는 곳인 줄 알았는데 지금은 염전에서 직접 천일염을 생산해 내고 있었다. 이를 시흥의 특산물로 만들려고 한다는 얘기도 들었다.


   염전에서 하얀 소금이 쌓이는 모습을 처음보게 되어 가깝게 접근하니 일하던 분이 냅다 소리치신다.


  " 여기 사람들어오면 안되니 나가요 !!" 라고...


  그저 사진만 찍으려고 한 것 뿐인데 뭐가 불편해 지신것인지, 후딱 한 두번 찍고 염전을 빠져 나왔다.



    갯골생태공원에 새로운 명물이 생겼다. 21m 가까운 높이의 통나무로 만든 전망대이다. 나선형 경사길을 따라 한참 올라가면 흔들리는 느낌을 받으면서 전망대위에 다다른다.  그리고 여기서 갯골의 전체 풍경을 조망할 수 있다.


   가까운 갯골부터 저멀리 빌딩이 가득한 월곶과 소래신도시가 동시에 보여 자연과 인공물이 혼합된 풍경을 볼 수 있다.


  가장 멋드러진 풍경은 내륙 깊숙히 들어와 있는 갯골이 곡선을 그려가며 이어진 풍경이다. 밀물때도 아름답지만 썰물때 들어난 갯골의 회색빛이 대비되는 풍경또한 좋아 한다.


  전망대는 통나무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바람이 불면 조금 흔들린다. 그러다 보니 여기 올라온 사람들은 불안한지 금새 내려가려고 한다. 나또한 흔들림이 느껴지기 시작하면 바로 내려온다. 땅이 가깝게 다가설수록 안도감이 생기니 천상 나는 땅을 밟고 살아야할 듯 싶다.


 이제는 선택을 해야한다.


  전망대를 내려오면 생태공원을 즐길 수 있는 길이 2군데로 갈라지기 때문이다. 원점회귀하듯 다시 되돌아 올거라면 선택할 필요가 없지만, 소래생태공원을 가기위해서는 어느 한쪽길을 선택해야만 한다. 이번에는 부흥교를 건너서 가려 한다. 왜냐하면 부흥교 건너편에 갈대와 억새가 훨씬 가득한 군락지와 쉼터, 그리고 작은 연못 등 소소한 볼거리가 많기 때문이다.

부흥교를 건너 오른편에 갈대숲 사이로 지나가는 데크길이 있다. 이를 건너는 것도 잠깐의 즐거움이다.


  갈대 숲을 지나오면 내륙 갯골에 붉은 기운이 가득한 속살을 보게된다. 칠면초라는 해초가 갯벌위를 뒤엎고 있어 독특한 풍경을 만들어 낸다. 왠지 붉은 색감이 어색할 수도 있지만, 여기서만 볼 수 있는 풍경이기도 하다.


  한참을 억새와 갈대 가득한 사잇길로 가다보면 자전거 형상의 다리를 만난다. 이 다리가 없었을때는 방산대교를 건너야 했는데 이제는 좀더 편하게 갯골 사이를 넘나들 수 있다.


  이 다리위에서 바라보는 갯골의 풍경도 백미이다. 그리고 오후나절이 되면 밀물때가 되어 갯골사이로 바닷물이 밀려들어오는 장관을 목격할 수 도 있다.



   한없이 흘러들어가는 바닷물을 바라보면 순간 시간이 정지한듯 착각을 한다. 동행한 사람들도 멍하니 내려보면서 움직이려 하지 않는다. 짧은 순간이지만 명상의 순간에 빠져들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제는 다시 움직여야 한다. 소래습지공원으로 걸어가면서 사색하듯 조용히들 걷는다. 소래습지생태공원도 월곶생태공원과 풍경이 비슷하지만 내륙 갯골이 크게 발달하지 않아 그냥 습지공원 처럼 보이고 아담하게 보인다.


   저멀리 풍차도 보인다. 여기서만 보이는 풍차의 모습이며 이국적인 풍경을 제공한다.

  

  소래공원에 다다르면 동행한 사람들은 지쳤는지 말이 없어진다. 그리고 묵묵히 사진을 찍던가 조용하게 걷기만 한다. 


   평이한 길이여서 내 안을 들여다 보는 시간이 충분한 곳이다. 거기에다 평온한 갈대와 억새의 풍경이 마음을 잠잠하게 만드는듯 하다.


 소래생태공원 정문에 다다르면서 오늘의 걷기여행을 마감한다.


  여기를 매년 찾아오는 이유는 분명하다.


  수도권에서 억새와 갈대숲을 동시에 감상할 수 있으며, 갯골의 독특한 풍경과 짭잘한 바닷의 내음을 체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한적하고 조용하게 주변을 감상하며 걸을 수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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