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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가을 마지막 단풍, 소백산자락길과 구인사

사진이있는 길여행 에세이


  올해는 유난히 울긋불긋 단풍든 풍경을 보기에 어려움을 느끼고 있었다. 늦게까지 더위가 물러가지 않았다가 갑작스런 차가운 바람에 단풍이 들기 전에 나뭇잎은 말라서 떨어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11월이면 남도 쪽에도 단풍의 물결이 밀려들기 시작할 때이다. 항상 찾아가는 곳이 있지만 이번에는 다른 곳을 찾아갔다.


   지난 늦은 가을에 찾아갔었던 소백산자락길 6코스와 천태종의 본산인 구인사를 찾아갔다. 늦은 가을이었지만 조금 남아 있는 단풍의 모습을 보고 내심 기대가 컸던 곳이라 다시 찾아오게 된것이다.


  도담삼봉이이 내려다보이는 휴계소에서 이른 점심을 먹고, 다시 버스에 올라 구인사로 향한다. 아래 주차장에 도착하여 본격적인 걷기여행에 나선다.

   

  소백산 자락길 6코스는 보발재에서 시작하는 코스인데 구인사 조사전 뒤로 넘어가는 오솔길이 있어 구인사를 시작점으로 정했다. 구름 가득한 흐린 날씨이지만 가끔씩 보이는 햇빛이 유난히 반갑게 느껴지는 곳이다.

 

  구인사는 계곡 속에 자리잡은 사찰로써 일반적인 사찰의 가람배치와 다른 구조를 하고 있다. 소림사 영화에 볼법한 독특한 구조의사찰이다. 소탈하고 친절해 보이는 여타 사찰의 일주문이나 사천왕문과는 달리 상당히 위압감을 주는 사천왕문을 지나야 한다. 그리고 계곡 깊숲히 존재하는 사찰이기에 오르막길 경사가 제법 심하기도 하다.

지난해 찾았을때의 구인사 입구에 있는 사천왕문


 구인사에 다다르기 까지 도로변에 붉은 단풍이 가득하다. 마르지않은 단풍잎에 짙은 빨간색 잉크를 뿌려놓은 듯 진한 색감때문인지 단풍잎의 날카로움이 그대로 전해진다.


   1년 전에 11월에 찾아왔을때는 소나무의 푸른 기운만 남아 있었는데 지금은 푸른기운 보다는 다채로운 색감이 풍경화처럼 펼쳐져 있어 확연히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같은 장소라도 언제 찾아가느냐에 따라 이처럼 보여지는 풍경은 매우 다르다. 


   그래서 모든 길에는 가장 아름다운 시기를 갖춘 "제철의 순"이 존재를 한다.

지난 11월 말에 찾았을때의 구인사 가는 길, 낙엽이 모두 떨어져 휑한 모습이다.


 구인사의 아름다움은 계곡 안에 차곡차곡 쌓여져 있는 기와 지붕의 멋이다. 이 모습을 제대로 보려면 가장 높은 곳인 대조사전 앞 마당에서 내려다 보는 것이다.

지난 가을에 찾았을때의 구인사 풍경


   본격적으로 소백산자락길을 찾아 나설 시간이다. 대조사전 오른쪽에 계단이 있는 오르막길을 따라 산 언저리를 넘어가면 6코스 시작점인 보발재를 만날 수 있다.


  내려오는 길도 단풍뿐만 아니라 낙엽송이 노랗게 물들어 최고의 풍경을 보여주고 있었다.


  사람들의 감성은 비슷한가보다. 내려가는 길에 사람들이 움직이지 않고 모두 서있고 한참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궁금해서 사람들이 서있는 곳으로 좀더 내려가니 그 이유를 알겠다.

  

   노란색과 붉은색으로 물든 나뭇핑이 양옆으로 펼쳐지고 서로 교차하듯 만나면서  하늘까지 가리우니 신선들이 살것만 같은 독특한 세상이 보였다.


 보발재를 지나 소백사자락길에 들어서면 훨씬 아름다운 풍경이 보인다. 낙엽송이 가득하여 산전체가 노랗고 주황빛 색감으로 가득찬 풍경이다. 


   햇볓이 드문드문 보이니 사람들의 발걸음이 빨라진다. 가만히 서있으면 춥다고 느끼기 때문에 머물러 쉬기보다 계속 움직이려 함이다. 그렇다고 파스텔톤 부드러운 색감이 섞인 풍경을 그냥 보지 않고 가는 것은 아쉽다. 그래서 발걸음이 빨라지는것을 늦추려고 무던히 애썼다.


   하지만, 결국 사람들은 동의하지 않는다. 그냥 자기만에 스타일로 빨리 걸으려고만 한다. 운동하려면 빨리 걸어야 한다는 이유로...


  " 운동이 뭔지? 왜 이렇게 아름다운 풍경을 뒤로하고 운동한답시고 땀내며 빨리 걸으려 하는지?"


 해질녘에 온달산성에 이르러 마지막 남한강이 내려다 보이는 풍경을 보며 하루를 마감한다. 이렇게 또하나의 붉은 추억을 만들었다.


  아마도 올해 마지막 단풍을 본게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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