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단풍의 계절, 오대산 선재길

사진이 있는 길여행 에세이


  강원도 진부읍 오대산에 위치한 월정사부터 상원사 입구까지 이어진 계곡을 따라가는 '선재길'이 있다.

  숲 오솔길이어서 한적하기도 하고, 시원한 계곡바람과 물소리가 마음을 씻겨 내는 듯 청정 지역의 숲길이다. 그래서 매년 찾아가는 곳이며, 주로 겨울에 하얀 눈이 쌓일때쯤 어김없이 방문했었던 곳이기도하다.


  이런 곳에 가을에는 가본적이 없다는 것이 나름 아이러니 하다. 꼭 가고싶은 계절에만 찾아가기 때문에 빼먹고 안가는 시기가 항상 존재한다.


   이번에는 가을 단풍이 곱다는 말을 확인하기 위해 지금까지 기다려 왔고 10월 중순에 찾아갔다.


 오대산국립공원 입구를 지나 버스에서 내려 전나무숲길을 따라 우선 마음을 가라앉히듯 차분히 걸어본다. 전나무의 푸른색깔이 강하기 때문에 아직 붉은 단풍의 느낌을 받을 수 없다. 하지만 상심하기에는 아직 이르다. 선재길은 아직 시작도 안했으니까...


   월정사 경내에 접어드니 행사가 있는지 소란스럽다. 어린이 오케스트라 연주회가 있어 아이들이 여기저기 눈에 많이 뜨인다. 일단은 소란스러운 월정사 경내를 빠른 걸음으로 벗어나 선재길 초입으로 줄달음하듯 빨리 걸었다.


  이름 모를 나무의 빨간 열매가 사람들을 유혹한다. 저마다 먹을 수 있는지 내기하듯 맛보지만 그닥 맛이없는지 더이상 손데려 하지 않는다. 그냥 보는 것만으로도 난 충분하다. 붉은 열매가 참 탐스러워 보인다.


 지난해에 다녀왔을때보다 선재길에 많은 변화가 생겼다. 월정사를 벗어나 부도탑을 지나야만 선재길 초입을 만날 수 있었는데 지금은 월정사 후문쪽으로 나와 좁은 도로를 건너면 바로 선재길이다. 좀더 안전하고 자연에 가깝게 다가서도록 길을 만들어 놓은 듯 하다.

 

   그러다 보니 예전보다 훨씬 여유롭고 마음 편하게 계곡을 넘나들며 찬찬히 음미하듯 선재길에 빠져들어갔다.


 계곡에서는 무슨 제사를 지내는지 연신 염불 소리와 징소리가 계곡을 메우고 있다. 


  숲길을 걷다보면 어느새 깨달음을 얻는다는 선재길은 불교의 화엄경에 등장하는 '선재'라는 아이의 이름에서 비롯하였다. 그래서인지 이곳을 걷다보면 마음마저 차분해 지고 자연 풍경에 동화되어 가는 내 모습을 발견하곤 한다.


  게다가 예전에 비해 조형물이 선재길 곳곳에 세워져 있다는 것이다. 나름에 의미를 부여한 작품들을 보는 재미가 추가되어 풍성한 이야기거리가 많아졌다.


  게다가 징검다리로 건너는 옛길과 다리를 건너는 새로운길이 공존하면서 편한대로 걸을 수 있도록 배려가 돋보이는 길로 변해 있었다.


 선재길 중간을 넘어가면서 여기저기 붉은 단풍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이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눈에 기쁨과 감탄이 가득 담겨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올해 처음보는 단풍이라서 더욱 그런한지도...


  선재길을 걷는 동안 사람들의 말소리가 점점 줄어들고 대신 사진찍는 소리와 짧게 감탄사가 여기저기 들릴뿐이다. 자연이 주는 아름다움에 매료된 듯 하다.


   이제 단풍의 시기가 시작되었기 때문에 완숙한 붉은 오대산의 모습을 볼 수 없었다. 조금 더 시간이 지나면 훨씬 멋드러지게 단풍든 오대산과 월정사의 모습을 볼 수 있을 듯 하다.

선재길 중간에 있는 조형물 중 나무로 만든 부처님의 형상인데, 왠지 이웃집 아저씨같다.


  선재길의 마무리는 항상 상원사에서 끝맺음을 한다. 이번에는 적멸보궁이 있는 곳까지 다녀오려 하였으나 역시나 시간에 압박때문에 상원사 대웅전 앞까지만 다녀왔다. 그곳에서 아기동자 머리위에서 무언가 먹고 있는 다람쥐가 보인다.


  근데 다람쥐 뒤에 그려진 그림의 모습과 왠지 닮아 있다. 맛있는것을 음미하듯 찬찬히 시간을 즐기는 것처럼...


  이번 가을에 찾아온 선재길에서 만나게된 특별한 인연은 대웅전앞에 핀 꽃이다. 쉽게 피지않는다는 특이한 모습을 한 꽃인데 한 송기 곱게 피어나 사람들앞에 선보이고 있다. 그렇지만 모양새가 다르기 때문에 과연 이게 꽃인지 알려주는 사람이 없으면 관심을 가지지 않을 법하다.


  선재길도 그렇지만 길이라는 곳은 사람들의 관심이 있어야만 존재할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자연속에 묻혀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하늘공원 억새밭, 가을입구에서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