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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를 걷다, 거금도와 소록도를 잇는 거금대교길

[사진이 있는 길여행 에세이]

  새로운 둘레길이 생겼다는 얘기를 접하는 경우는 2가지 경우이다. 지인으로부터 어디를 다녀오니 무슨 둘레길이 생겼는데 경치가 좋더라 라는 식으로 얘기해 줄때와 내가 답사를 다니다가 알게되면서 다시 방문하는 경우이다.


   우리나라에서 10번째로 큰 섬이라는 거금도에 둘레길이 생겼다는 지인으로 부터 듣고나서 가야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을 하였었다. 지도를 살펴보고 당일로 다녀오기는 불가능하다고 생각되어 2박 3일 일정으로 남도지방을 향하였다. 그래서 첫쨋날에 송광사숲길을 다녀오고 둘쨋날에 거금도를 둘러보기로 하였다. 셋쨋날은 거금도구석구석 다녀보려 했으나 갑작스런 컨디년 난조로 이틀만에 되돌아와야 했다.


  거금도를 가기위해서는 고흥을 지나 소록도와 연결되어 있는 2개의 사장교를 건너야 한다. 첫번째 다리는 소록대교이고, 두번째가 거금대교이다.


  거금대교를 건너면 오른편에 너른 주차장과 휴계소가 나타난다. 그리고 커다란 조형물이 하늘을 향해, 아니 찾아오는 사람들을 향해 인사하듯 한 손을 높이 들고 있었다.


  푸른 하늘과 노란빛이 감도는 거금대교의 모습이 이채로워 자세히 보기위해 전망대로 다가섰다. 전장 2km가 넘은 다리가 두 개의 섬위에 놓여 있었고, 2층 구조의 대교가 더욱 가깝게 보였다.


   거금대교가 특이한 것은 상부는 자가용 전용이고, 하부는 사람만 건너다닐 수 있는 사람만을 위한 대교라는 점이다. 2층 구조의 다리는 여러 곳에 있지만 사람을 위한 다리는 여기에 있는 거금대교가 유일하고 최초일 것이다.


   바다위를 건널 수 있다는 생각에 가슴이 두근거리며, 자연스럽게 거금대교로 발걸음이 향했다.


  휴계소 옆에 거금대교 아래로 사람이 다닐 수 있는 길이 연결되어 있다. 다리위에 올라서는 순간부터 긴장이 된다. 


  " 내가 바다위를 걷고 있네!!"


  고흥의 바다는 어느 바다와 달리 유달리 파랗고 모래톱이 쌓여 있는 곳은 연두빛 바다색을 보여준다. 항상 바다를 보려면 땅위 선착장 같은 곳에서 바라봐야만 했는데 여기서는 바다를 내려다 볼 수가 있다.


  저멀리 지나가는 페리선과 섬만 보아도 풍경화가 따로 없을 정도로 멋들어 진다.


  평일이지만, 대교를 건너는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 걷고 있다. 빨리 걷는 사람들도 있지만 대부분 바다풍경에 심취에 천천히걷다가 사진을 찍고, 다시 바다를 바라보며 심취한 모습으로 걷고 있다.


  다리 곳곳에 작은 구멍이 있다. 아마도 고인 물이 빠지는 곳일텐데 그 아래로 푸른 바닷물이 일렁이는 모습도 보인다.


  다리 중간에 다다르면 오른편에 나란히 붙어 있는 작은 섬 두 개를 볼 수 있다. 상화도와 하화도 이다. 이렇게 작은 섬에도 옹기종기 모여있는 민가가 보인다. 저렇게 작은 섬에도 사람이 살고 있다는 자체가 신기하다.


   더욱 놀라운건 썰물이 되면 작은 2개의 섬을 잇는 모래톱이 생겨 걸어서 왕래할 수 있다고 한다.


  다리 위를 보면 사장교의 특징을 보이는 케이블이 연결된 구조물도 보인다.


  다리 중간을 지날때 바람이 꽤나 세차게 불어왔다. 그런데 알 수 없는 웅웅거리는 소리가 들려와 덜컵 겁이 났다. 어디서 나는 소리인지 주변을 두리번 거렸다.


   바람이 불때면 어김없이 들려오는 웅웅거리는 소리가 계속 신경을 건드리고 있었다.  안전펜스 사이로 바람이 지나가면서 일으키는 공명음이라는 것을 조금 지나서야 알았다.


    나뿐만 아니라 여기를 지나는 사람들 중에 나처럼 소리에 놀라 긴장할 수도 있을텐데라는 생각이 든다.


   원인을 알고 나니 마음이 한결 놓이고 편하다. 다시 바다 주변을 둘러 본다.


  다리아래에 카약을 타는 사람들도 있고 녹동항에서 출발하는 여객선이 간간히 지나가는 모습도 볼 수 있다. 거금대교 주탑 간 거리가 인천대교의 주탑간 거리보다 조금 더 길다고 한다. 이렇게 만든 이유가 큰 배가 지나갈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 란다.   


   그래서 거금대교는 꽤나 높은 지점에 걸려 있다. 바다위를 걷는 느낌을 실감할 수 있을 정도이며, 좀더 과장하면 하늘에 떠 있는 듯한 기분이다.


 거금휴계소에서 출발했다면 소록도내 있는 소록도주차장이 끝나는 지점이다. 대교를 건너고 나면 한적한 임도길을 따라 900미터 정도 걸어가야 한다.


  소록도는 일제강점기부터 한센병 환자를 치료하기 위해 설치한 병원이 지금까지 남아 있고 그당시 사용한듯한 벽돌로 만든 주택이 곳곳에 남아 있다. 지금 남아 있는 건물 중 일부는 문화재로 등재되어 보존되고 있다고 한다.


  길을 걷다보면 얘기치못한 정보를 들을때도 있다. 그것도 지역주민을 만나게 되면 말이다. 소록도에 어여쁜 성당이 하나 있다는 같이 거금대교를 건너던 지역주민 부부가 우리에게 귀뜸해 준다. 


  시간 여유가 있으니 일행들과 함께 성당을 찾아 나섰다.


  처음에 만난것은 차량통제 표지판이다. 게다가 관리소 사무관인듯한 분이 어디를 가냐고 물어본다. 소록도성당을 찾아가는 길이라고 하니 난색을 표한다. 가라는건지 가면 안된다는 건지 알 수가 없다.


  일단 계획한대로 소록도성당을 찾아 발걸음을 재촉했다. 이곳은 성당이외에 원불교 및 일본식 신사의 모습이 남아있는 시설물들이 그대로 남아 있다. 종교의 기운을 빌어 한센환자들이 생활했을거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소록도 주차장에서 소록도성당까지 찬찬히 걸어가면 15분 정도 걸린다. 주변에 남아있는 옛 건물과 신사를 보면서 가면 좀더 시간을 할애하면 된다.


  어느덧 도착한 고개 언저리에 유럽풍이 물씬 풍기는 작은 성당이 눈에 들어온다. 붉은색 지붕에 아이보리빛 벽면이 이국적인 모습처럼 느껴졌다.  너무나 조용하기에 들어가서 주변을 둘러보기가 엄두가 나지 않았다. 하지만 좀더 가까이서 보기위해 성당 마당까지 걸어 들어갔다.


   조용한 마을에 인척이 느껴지지 않은 성당 안... 거기에는 성모마리아만이 팔을 벌리고 찾아오는 이를 맞이해 준다.


   성당 뒤편으로 돌아가면 해안이 눈앞에 펼쳐진다. 너른 잔디밭 너머로 푸른색 바다와 항구의 모습이 연이어 보인다.


  여기까지 같이 찾아온 일행들은 약속이나 한 듯 높은 나무의자에 주욱 앉기 시작한다. 그리고 뒤돌아 앉아 하염없이 눈앞에 펼쳐진 풍경을 바라보고 있다.  


  여기서 진정한 여행의 묘미를 느낀다. 여행은 무언가 보기위해 다니기도 하지만 이는 '관광'에  불과하다. 여행은 그 지역에서 느낄 수 있는 감성을 경험하거나 휴식과 같은 안락함을 찾기도 한다. 사람들은 여행을 통해 재충전을 바라지만 바삐 움직이는 일정속에서는 충전은 허울좋은 말일 뿐이다.


  멀리까지 찾아와 거금대교를 건너고 거금도를 여행했지만 새로운 자연풍경을 바라보는 정도였다. 여행을 통해 쉬어가는 시간은 지금 소록도성당 긴의자에 앉아 있는 이시간 뿐이였다.


   시간은 계속 흘러가지만 어느 누구 먼저 자리를 털고 일어나 되돌아 가자는 말을 꺼내지 않는다. 그냥 해가 질때까지 여기에 머물고 싶은 모양이다.


 아쉬움을 뒤로하고 아담하게 서있는 성당을 둘러보고 마음 속 힐링을 경험해 봤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성당안을 둘러본다. 부드러운 빛이 스테인드 글라스 창을 통해 바닥에 비춰진다. 거울처럼 깨끗한 바닥에서도 빛이 솟아오르늗 듯 빛나는 공간이다.


   엄숙함 속에 멍하니 바라보다 빨리 문을 닿고 밖으로 나왔다. 나같은 사람이 들어가 있기에는 너무나 웅장하고 고귀한 공간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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