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고래가 쉬어가는 섬, 거금도와 거금도둘레길

[사진이 있는 길여행 에세이]

  고흥군 금산면에 위치한 거금도를 찾아간 이유는 둘레길이 생겼다는 얘기를 들어서이다. 지난 2015년 경에 조성되어 길꾼 보다는 MTB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에게 더욱 알려진 곳이다.


   거금도의 초입인 거금대교 앞 휴계소건물에서 시작하여 해안길 따라 한바퀴 돌아 다시 원점으로 돌아는 코스로 42.5km에 총 8개 세부 코스로 구성되어 있다.  


  전체를 둘러볼 욕심에 이틀 정도를 계획하고 찾아온 거금도 둘레길...


   여기서는 절반에 성공(?)만으로도 만족해야 하는 둘레길이다. 오히려 둘레길 보다 남해바다의 특징다운 다도해의 풍경이 아름다운 곳으로 인지한 것으로도 충분하다.


  거금도라는 지명은 조선시대에는 '절이도(折爾島)'라고 불리웠으나 섬에 큰 금맥이 있다는 이유로 ‘거억금도(巨億金島)’라고 조선 중기 문헌에 기록되어 있다고 한다. 실제로 금맥이 있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현재는 금광은 없다. 오히려 조선시대 에는 말을 키우기 적당한 장소로써 활용되었었다고 한다.

  

    거금도 둘레길의 시작은 거름휴계소에서 시작하지만, 이번 답사의 시작은 금산면 김일체육관이 지척에 있는 거금하나로마트앞에서 시작하였다. 여기서부터가 적대봉과 송광전망대 그리고 파성재고개를 이어 가는 숲길을 먼저 찾아가고 싶었기 때문이다.

  

   적대봉 아래 길게 그려져 있는 임도는 파성재까지는 포장길이지만 월포쉼터 까지는 비포장의 전형적인 임도길이다. 거금도둘레길은 섬을 따라 걷다보니 바다 풍경을 끊임없니 내려다 볼 수 있다는 점이 매력이다.

 

   서해바다가 지척에 있는 강화나들길이나 김포평화길, 그리고 해변길 등도 바다를 따라 걷는 둘레길이지만, 바다풍경이 밋밋하여 푸른 바다를 본다는 것 외에는 딱히 감흥이 없다.


    하지만, 남해바다에 펼쳐져 있는 둘레길은 바다뿐만 아니라 바다 위에 둥둥떠있는 작은 섬들이 또다른 볼거리를 만들어 준다. 입체적인 바다의 모습으로 시시각각 다른 모습이 보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수평선을 따라 섬과 섬을 잇는 노란색 선처럼 보이는 거금대교의 전경이 포인트가 된다.


   숲길 걷는 내내 팔각정도 보이고 작은 벤치가 곳곳에 있어 쉬어갈 자리를 만들어 준다. 하지만 화장실은 파성재주차장 외에는 없기 때문에 미리 확인하고 찾아와야 할 듯 싶다.


  임도길 구간은 평이하다. 오르막도 적고 내리막도 별로 없다. 그저 쉬엄쉬엄 바다 풍경을 보면서 유유자적 걷는 그런 길이다. 좀더 특이한 것은 섬이지만 내륙의 식생못지않게 다양한 나무와 야생화가 많다는 점이다.


  가을초입에 며느리밥풀꽃, 구절초 등 을 비롯하여 여러 야새화가 숲길 주변에 가득 보이고 있다.


  간혹 물소리가 들려 찾아가 보면 바위사이로 흐르는 계곡물이 보이기도 한다. 예전에는 거금도 주민들의 식수원으로 사용되기도 하였다고 한다. 그래서 일부 계곡에는 아직도 사방댐과 파이프가 설치되어 있다.


   가을에 찾아가면 볼 수 있는 진귀한 장면이 있다. 소나무숲 곳곳에 꾸찌뽕열매가 가득한 뽕나무밭이 보인다. 붉은빛깔에 탐스럽게 열린 열매가 바다아래까지 퍼져 있다. 일반 산딸기같은 모양새 이지만 크기는 서너배 정도 훨씬 크다. 열매는 딸기우유를 먹는듯한 맛이다.


   몇 알 꾸찌뽕을 따먹고 사부작 걷다보니 어느새 월포쉼터 이다. 그리고 도로길이 우리를 안내하고 있다. 여기서부터 고민이다. 더 걸어야 하나 아니면 마무리해야 할까?


   도로를 걷는것은 꽤나 고역이다. 게다가 오늘처럼 답사차림이다 보니 배낭도 무거워 발에 압박이 훨씬 커져 포장길 걷는것을 더욱 힘들게 만든다.


   결국 명천마을 앞까지 도로를 걸어와 멈추어 섰다. 거금도를 운행하는 시내버스의 정류장을 처음 만나는 곳이기 때문이다.  얼마를 기다려야 버스가 올까? 시골버스는 배차 시간이 길어 운이 좋으면 10분만 기다려도 되지만 운이 없으면 한 시간도 넘게 기다려야만 한다. 이번에는 운이 좋게도 20분도 안되어  시내버스를 탑승했다.


   버스 기사님은 마을 주민을 모두 알고 계시는지 일일히 안부인사와 버스 타고 가라고 연신 말을 건넨다. 정류장이 아니어도 세워주기도 하고 내리게 배려해 주는게 시골버스의 인심이다.


    다시 출발점으로 되돌아 왔다. 다시 한 번 거금도둘레길 안내지도를 보니 내륙의 도로를 따라 걷는 코스가 꽤나 있어 보였다. 결굴 백미가 꼽힐만한 코스는 다 돌아본듯하여 자가용으로 다시 한 번 거금도를 둘러보기로 했다.  


   27번 국도를 따라 시계반대방향으로 거금도 안쪽으로 드라이브 하듯 해변을 바라보며 달려간다. 넓은 도로가 끝나는 지점에 작은 포구가 있다. 그리고 국도27번의 시점이라는 커다란 표시석이 눈에 먼저 들어온다.


   역시 여기부터 명천마을까지 도로가 있지만 좀더 좁고 고갯길이 가파른 길이다. 


   잠깐 차를 세우고 포구를 둘러보니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멋드러진다. 아름답다기 보다 정겨운 시골의 어느 포구와 다를바 없지만, 해안에 점점히 섬들이 들어서 있어서 밋밋한 맛이 없고 풍성한 바다의 모습을 갖추고 있다.

   인공적인 제방과 자연 바위가 어울어진 방파제는 어디서도 보기 힘든 여기만에 또다른 독특함 일 것이다.


   방파제에 올라 바다를 둘러보면 낚시하는 사람들과 낚시배가 유난히 많이 보인다. 그리고 저 멀리 나홀로 떨어진 무인도가 보인다. 왠지 저섬에 들어가면 재미있을것 같다는 생각이 문득 든다.


  다시 차을 타고 좀더 안쪽으로 들어가 본다. 언덕배기 위에 작은 팔각정이 하나 보인다. 그 옆에는 '소원동산'이라고 표시되어 있고 거금도둘레길 안내표시판도 세워져 있다. 여기도 둘레길의 한 구간으로 도로를 따라 걸어야 한다.


   그런데 코스 이름이 재미있다. "섬 고래 길" 이라고 붙여져 있다.  실제로 팔각정에 올라 오른편을 내려다 보면 고래형상을 한 섬이 보인다. 실제 이름은 대취도라고 하는데  고래가 수면위로 올라와 꼬리를 저으며 헤엄치는 듯한 형상을 하고 있다.


   아주 커다란 고래가 거금도 앞에 들어와 쉬고 있는듯한 모습이 그려졌다. 왠지 저섬 위에 올라서면 고래의 숨구멍처럼 무언가 있을것처럼 보인다.


  팔각정 왼쪽을 둘러보면 해변과 함께 작은 포구가 보인다. 여기도 한적하고 조용하다. 오늘따라 사람의 흔적이 보이지를 않는다. 


   거금도는 한적하게 섬여행 하기 좋은 곳이라 휴식을 위한 여행지로 적당한 듯 싶다.



    소원동산에서 5분 정도 차를 타고 오늘 쉬어갈 숙소에 다다랐다. 해안 절벽위에 세워진 펜션이다 보니 바다 풍경이 훨씬 멋드러 진다.


   여지 없이 짐을 풀고 삼각대를 받쳐들고 바다풍경을 담아 본다. 부드럽게 펼쳐지는 파도 거품과 바위에서 깨지는 파도소리가 최면을 걸듯 꿈쩍하지 않게 만들어 버린다. 


   발 밑에 왔다갔다 움직이는 파도만 바라볼 뿐이다. 난 또다시 여기서 힐링의 시간을 가졌다.



   에필로그.


     간만에 편하게 잠들었나 싶었는데 아침부터 밖에서 부산스럽게 소리가 들린다. 궁금하여 창밖을 내다보니 일출을 구경하는 사람들이 많이 나와 있다. 동해의 바다처럼 바다위에 해가 뜨지는 않지만 바다 저멀리 섬위에서 해가 뜨는 모습은 볼 수 있었다.


   좀더 일찍 일어났으면 섬에 걸쳐 있는 해를 보았을 텐데 늦게 일어나는 바람에 하늘위에 걸린 일출의 모습밖에 보지 못했다.


   아쉬움은 다음 여기를 찾아오게 할 원동력이 되겠지하며 나름 위로해 본다.


매거진의 이전글 바다를 걷다, 거금도와 소록도를 잇는 거금대교길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