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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최남단 짜장의고향, 마라도

남자가 바라본 제주 여행

 1년에 몇 번씩 제주도에 내려오지만 내려올때마다 가지 못하는 곳이 있다. 어찌보면 우선 순위에서 밀려서 그럴 수도 있다.


  제주에서 가장 먼저 찾아가는 곳은 새로운 숲길과 임도, 그리고 올레길과 한라산둘레길, 그리고 서쪽과 동쪽편에 퍼져있는 오름을 찾아 가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제주의 관광지와 휴양림또는 수목원을 다 돌아보면 그제서야 제주 주변에 속해있는 작은 섬에 시선을 돌리게 되었다.


   몇 년 동안 제주에 계절마다 찾아 오다보니 이제서야 제주 주변에 있는 섬에 시선이 머물었다. 아직도 찾아가야할 숲길이 많지만, 이번 모처럼 혼자 찾아온 제주여행은 답사같은 스트레스를 동반하는 행동을 하기보다 그동안 가지 못했던 곳과 가고 싶었던 곳을 찾아가 보기로 했다. 일정도 빡빡하게 정한것도 아니고 생각이 떠오르는대로 행동하는 여행이였다.


   이번 제주에 도착하자 마자 찾아가고 싶었던 곳이 있었다.


   " 대한민국의 최남단의 섬 마라도 !!"


   비행기에서 내리니 하늘이 어둑하여 금새라도 비가 쏟아질것처럼 보였다. 과연 비가와도 마라도행 배가 뜰지 고민되었지만 일단 모슬포항으로 가보기로 했다.


  다행히도 마라도행 배가 정상적으로 운행을 한단다. 모슬포항 포구에서 바다를 바라보면 납작한 펜케이크같은 섬이 두 개가 나란히 보인다. 앞쪽에 있는 섬이 가파도이고 뒤에 보이는 작은 섬이 마라도이다.


  혼자서 배타고 가는 여행은 처음이다. 그런대도 어색하지 않은것은 수없이 다녀봤던 혼자여행의 경험때문인듯 하다.  발권을 하고 배시간에 맞춰 배에 올라타 자리를 잡았다.

 

   갑자기 누군가가 어깨를 뚝치고 간다. 순간 짜증나서 고개를 돌려 쳐다보니 예전 삼남길개척대원과 함께하는 행사할때 업무를 담당하던 실장이였다. 행사가 끝난 후 몇 년 간 보지 못하고 있었는데 멀고 먼 제주의 땅에서 만난 것이다.  정말 사람의 일은 알 수가 없다. 이렇게 만나게 되다니...


  멀고 먼 제주의 땅, 게다가 마라도 가는 여러 배편의 시간 중 내가 올라 탄 시간에 만났으니... 사람의 인연이란 신기하고 나쁜짓하고 살기에는 세상이 너무 좁다는 생각이 든다.   


   육안으로 보면 멀지 않은 섬, 마라도이다. 직선거리로 약 5.5km 라고 하는데 배타고 가니 30분 정도 소요가 되는 예상보다 가깝지 않은 길이다.


   어느 섬과 달리 검은 바위가 두텁게 쌓여진 섬, 그러다 보니 제방이나 해변도 없다. 그냥 절벽을 계단으로 올라서야 한다. 수많은 사람들이 동시에 쏟아져나와 바삐 걸음을 돌려 마라도 안으로 들어간다.


 계단을 올라서서 정면을 바라보니 작은 식당들이 겹겹히 세워져 있다. 해안옆이니 당연히 해산물을 주로 판매하는 식당들이 많을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호객하는 식당 직원들이 외치는 말을 들어보면 " 짜장 과 해물짬뽕 맛있게 해요!" 라는 말을 많이 한다.


   TV의 어느 프로그램때문에 마라도 짜장면이 유명해지기는 했지만, 내심 한 군데 있는 그곳에 가봐야지라는 생각을 했었는데 현실은 섬 안에 식당이 모두 짜장과 짬뽕을 판매하고 있다. 모두가 원조이고 TV 방영된 곳이라고 홍보를 하며 지나가는 여행객들을 끌어모으고 있었다.


   어느 곳이 진짜인지 알 수가 없었고, 여기가 마라도가 맞는지 순간 의구심이 들기까지 했다.


여기가 해물짜장의 고향이라는 생각이 마라도에 대한 선입관을 가지도록 만들었다. 소란스러운 몇 군데의 식당앞을 지나치고 나니 조용하고 바닷바람 상쾌한 마라도의 모습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마라도의 분교, 작은 건물이지만 운동기구부터 운동장까지 구색을 다 갖춘 어였한 학교 모습이다.


  좀더 걸어가니 외 떨어진 짜장면식당이 눈에 들어온다. TV에서 보아왔던 그 식당이다. 점심 먹은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왠지 그냥 지나칠 수 없어 식당안으로 들어섰다. 여기를 빼놓고 가면 마라도에서 해야할 것 중 한 가지를 빼먹은 공허한 기분이 들것 같기 때문이다.


  평일이라서 그런지 한산하기만 하다. 여기저기 사인과 낙서가 가득한 식당안에 유재석이 앉았었다는 자리에 앉아 해물짜장을 주문했다. 빨갛게 양념한 해물이 고명처럼 올려진 독특한 짜장면의 모습이다.


  여기서 눈에 뜨이는 또 다른것은 유달리 길이가 긴 플라스틱 젖가락이다.  왜 저렇게 길게 만들었는지 궁금할 따름이다.


 타고 나가야할 배시간이 여유롭지 못해 바삐 식사를 마무리하고 다시 마라도를 둘러보기 위해 걷기 시작했다. 작은 섬이지만 성당도 있고, 사찰도 있다. 작은 섬이라고 무시하기에는 구색이 갖춰진 마을이다.


   아마도 뱃사람들의 무사안녕을 기원하기 위해 세워진 사찰이 아닐까 싶다.


  너른 검은색 블럭이 깔려 있는 포장길을 따라 찬찬히 걸어본다. 10분여 더 걷고나니 최남단 표시석이 있는 곳에 다다랐다. 푸른 바다와 파란 하늘이 경계를 이루지만 겹쳐 보인다. 거기에 달리 보이는 것은 마라도의 검은 돌 뿐이다.


  결국 찾아오고 싶었던 섬 안에 섬, 마라도. 가장 남쪽에 있다는 이곳에서 바라보는 바다는 제주에서 보던 바다와 달리 보인다. 훨씬 넓고 큰 대양의 바다를 마주하는 느낌이랄까... 바다의 색 조차 옅은 파란색이 아니라 검푸른 바다색이라 심해 한가운데 있는 섬임을 다시 일깨다.


 여기 마라도에 찾아온 사람들은 모두다 여유롭고 한가로이 거닐고 있다. 시끌시끌한 단체관광객이 없기도 하거니와 아마도 마라도 풍경에 동화되어 한가로움을 느끼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절반쯤 걷고 있을때부터 날씨가 변하기 시작하여 비를 뿌리기 시작했다. 조금씩 내릴것 같았던 비는 소나기처럼 섬안을 온통 적시고 있었다.  걸음을 재촉하여 다시 식당이 모여있는 곳으로 되돌아와 지붕아래 서서 비를 피하고 있다.


   " 그칠까? 아님 계속 비가 올까? 배가 뜨기나 할까?"


  잠깐 사이에 많은 걱정이 머리속을 지나간다. 여기서 발이 묶여 자고 간들 크게 바뀔것도 없는데 쓸데없는 걱정이 앞서기만 한다.  이번 여행은 자유롭고 머리를 비우기 위한 여행임을 다시 한 번 상기해 본다.


  다행히, 오래되지 않아 비가 멈췄다. 비를 피하기위해 쉼터에 모여 있었던 사람들은  다시 섬 여기저기 흩어져 풍경을 즐기고 있다.


  마라도는 억새가 가득한 섬이다. 늦가을에 찾아오면  섬위로 아이보리빛 물결이 일렁이는 모습을 볼 수 있을것 같다. 파란색과 어우어진 마라도의 섬색깔을 다시 한 번 보고 싶어졌다.


   언제 기회가 될지 모르겠지만 다음에는 또 다른 계절에 여기를 찾아오고 싶다.  짧게 머물렀던 마라도, 가장 기억에 남는것은 짜장면을 파는 식당이 많다는 것과 검은색 바위가 높은 절벽, 누런 억새줄기빛 가득한 땅과 검푸른 바닷물이 일렁이는 대양의 바다, 이모두가 마라도만에 모습이자 색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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