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가 바라본 제주여행
여행을 다니다 보면 어딘가가 끊임없이 떠오를데가 있다. 그것이 어느 지명이던 아니면 특정한 장소이건간에 꼭 찾아가야만 해결될것 같은 기분이 들때가 있다.
이번 제주여행은 일과 연계된 이유로 출장(?)을 왔지만, 오랜만에 혼자 오는 여행이라 여유롭게 다녀보고 싶은 마음도 컸었다.
예전부터 다시 한 번 찾아가봐야 한다는 강박감처럼 자리잡은 장소가 '김영갑갤러리 두모악' 이다. 이번 제주에 내려왔을때도 가장 먼저 떠올랐고 필히 가봐야할 곳이였다.
여행을 다니면서 무언가 답답함이 있을때는 길위에 질문을 던지고 답을 구하기위해 어디론가 걷거나 찾아갔었던 경험이 있던터라 김영갑갤러리가 날 찾은 이유가 무얼지 궁금했다. 그냥 찾아가보면 알게되겠지라는 마음에 모슬포에서 표선까지 차를 몰아 갔다.
차를 세우고 갤러리입구를 들어서니 나무 인형이 먼저 살갑게 인사를 한다.
앞마당에 들어서자 모자쓴 돌하루방이 보인다. 카메라를 걸쳐맨 모습이 어쩌면 김영갑 작가의 모습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찬찬히 마당을 둘러보다가 전시관으로 들어섰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짧은 메시지였다.
강하게 나한테 다가오는 문장이였다. 사진은 순간을 찍는 것이다. 수십, 수천 개의 시선에서 한 순간을 찾아 기록하는 것이 사진이다. 지나가면 다시 돌아볼 수 없는 순간을 남기는 것임을 어렴풋이 이해하고 있었는데 이 문장을 보니 사진이라는 놀라운 작업을 하는 작가라는 타이틀의 묵짐함을 느낀다.
제주의 풍경에 빠져들어 제주살이를 시작했다는 김영갑 작가, 생전에 용눈이오름을 가장 좋아했고 수시로 찾아갔다고 한다.
게다가 몇 천장의 사진을 찍었어도 용눈이오름에 대한 아름다움을 담지 못했다고 아쉬워하고 밖으로 나서려는 마음이 참으로 존경하지 않을 수가 없게 만든다.
전시된 사진을 그냥 보고 나오려고 했지만 움직이는 발을 붙잡는 매력을 뿜는 사진들이 있다. 오름옆에 올라서는 무지개의 사진이 그러하고, 컬러사진이지만 흑백처럼 단아하게 보이는 오름의 사진이 그렇다.
전시관에 걸린 사진들을 찬찬히 둘러보고 김영갑작가의 필모그래피가 담긴 영상도 자리에 앉아 처음부터 끝까지 보았다. 다른 전시관이나 문학관이였다면 하지 않았을 행동인데...
아마도 나도 여행을 다니면서 사진을 찍는것을 즐겨 하기 때문이 아닐런지, 나름에 김영갑작가와 공통(?)분모가 사진이라는 것이니까...
전시관을 둘러보고 마지막 정문을 나서기 전에 오른쪽에 작은 창이 보인다. 얼핏보면 사진이 담긴 액자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작가가 사용하였던 서재와 카메라 라고 한다. 이마저 액자처럼 보이는 틀안에서 들여다 보니 사물이 있는 사진처럼 보인다.
다시 밖으로 나와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마당 주변을 둘러본다. 내가 여기에 온 이유가 뭘까? 무엇을 말해주고 싶었던 것일까? 이러한 생각이 머리속에 맴돈다.
내가 사진을 찍기 시작한 것은 기록을 위한 것이였다. 길여행을 다니면서 주요위치와 필요한 상황을 기록하기위해 사진찍는것을 시작했다. 단순히 기록을 위한 사진이였지만, 많이 찍다보니 아름다운 풍경과 사람의 미소가 담긴 순간을 찍을때가 많았고 이를 보여주기도 하였다.
하지만 모두 그때그때 보여지는 상황에서 선별한 것이다. 어느 풍경이나 모습을 지속적으로 담아본 적은 없었다.
예전에 한 지인으로부터 이런 말을 들은적이 있다.
" 한 지역의 한 시점을 한 달 동안 찍어본 적 있니? 별거 아닌거 같지만 매우 힘들어. 같은 시간에 같은 장소를 가야 하니까... 이런걸 작가정신이라고 해."
그때는 그런가보다라고 동의만 할 뿐이였다. 하지만 김영갑갤러리에서 보여준 사진들은 위 말과 동일한 높이에서 나에게 다시 말하고 있었다.
사진을 잘 찍는 것이 무엇인지? 그만큼 열정을 가지고 다녀본 적이 있는지를 나한테 말하고 있었다. 길여행을 다니면서 보아왔던 풍경이 아름다운 시기를 알지만 사진만을 위해 다시 찾아가 본적이 있는지 스스로 물어본다면 거의 없다가 맞는 말이다.
최근에 밤에 빛을 찾아 야경출사를 다니는데 어찌보면 이게 사진을 위한 열정의 시작이였는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김영갑갤러리는 그 열정을 다시 얘기해주기 위하여 날 이끌었는지도 모르겠다.
김영갑갤러리 마당에 있는 작은 인형들은 어딘가를 계속 바라보고 있다. 아니면 고민하는 모습을 가지고 있다. 끊임없이 내가 가야할 길과 무엇을 해야할지 고민하라는 무언의 압박처럼 보였다.
지금도 둘레길을 찾기위해 고민하고 찾아가보려고 한다. 그러면서 단순히 기록을 남기기위한 사진보다 그 길에서 보여주고 싶은 장면을 사진으로 남기고 싶은 욕심으로 변화하고 있었다.
김영갑 갤러리를 나와 숙소로 잡았던 세화로 향하고 있었다. 광치기해변은 제주올레길 1코스를 걸었을때 만났던 장소였지만 제대로 돌아본 적이 없었다. 길을 걷는게 바쁠때 였으니까...
다시 여기를 찾아왔을때는 보이지 않았던 풍경이 보였다. 훨씬 거대해 보이는 일출봉과 검은 바위안에 갇히 바닷물의 잔잔함, 거센 바람이 불어 파도를 만들고, 사람이 지나간 모래위 발자국은 왜이리 검게 보이는 지...
예전에 느낄 수 없었던 광치기 해변을 난 보고 있었다. 이러한 모습을 보라고, 세세히 보라고, 순간을 놓치지 말라고 김영갑작가가 말했을 듯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