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이제는 추억이된 다산길, 남양주 중앙선폐철길

내 삶에 기억되는 길



2010년 3월...남양주에서 걷기관련 동호회를 운영하던 지인으로부터 연락을 받았다.

중앙선이 복선으로 확장 개통되면서 기존 북한강이 내려다 보이는 옛 중앙선 철로를 걸을 수 있다는 것이다. 지인은 몇 번을 다녀왔었다고 한다. 그리고 폐철길이 운치있어 좋으니 가보란다.


  어떻게 폐철길의 시작점을 찾아가야 하는지 물어보니 팔당역에서 시작해야 한다고 한다. 설명을 해주니 듣기는 했지만 이해가 되지 않아 건성으로 흘려버려야 했었다.


 옛 철길이라... 그냥 지나치려니 계속 떠오르는 곳이였다. 결굴 카페 매니저인 지킴이와 같이 답사겸 찾아가 보기로 했다.

  새로 개통한 중앙선 전철을 타고 팔당역에서 내려 주변을 둘러보았다. 3월 이라고는 하지만 아직 산과 주변에 눈이 많이 남아 겨울의 모습을 유지하고 있었다.


  팔당역에서는  폐쇄된 철길로 진입할수가 없었다. 새로운복선 중앙선이 연결되어 있고 전철과 기차가 수시로 지나가기 때문이다. 결국 전에 지인이 얘기해줬던 말을 찬찬히 기억속에서 끄집어 내어야만했다.  

  

 생각나는 단어라고는 '고가도로', '고가아래에서 00식당 옆으로'...


 팔당역을 나와 왼쪽 도로를 따라가 본다.  양평방향 국도와 다산유적지로 갈라지는 지점이 보이길래 고가아래로 접어드니 얼핏 기억에남는 식당이 보인다. 그리고 철길 건널목이 눈에 들어왔다.


  지금은 한강종주 자전거길을 따라가면 만나는 곳이며, 남양주에서 조성한 다산길 2코스에 해당되기 때문에 찾기가 쉽다.


  하지만 답사를 갔었던 시기에는 둘레길도 없었고 그저 폐철로만 덩그라니 남아 있었다. 소복히 쌓인 흰눈 사이로 붉게 녹이 슨 철로가 길게 누워있었다. 철교도 그대로 남아 있어 강아래 바닥이 훤히 보이는 구조였다.


 철길 초입을 발견하고 부터는 무척이나 쉬웠다. 그냥 철길만 따라가면 되니까...


 30여 분을 조용하게 걷기만했다. 차가운 바람은 잦아들었지만 쌓인 눈때문에 눈이 부시고 찬기운이 계속 올라오는듯 했다. 한강이 보이는듯 하다 어느새 팔당댐이 눈앞에 나타난다.


  겨울이라고는 하지만 맑고 푸른 하늘과 철로에 쌓인 흰눈의 풍경이 무척이나 아름답다. 철길에 끝이 하늘로만 이어질것 같은 분위기를 만들어 낸다. 걷는 내내 폐철길과 버려진 자전거, 그리고 몇 번의 건널목과 철교만 있을 뿐이다.


  그런데도 지루함이 없다. 조용하니 팔당댐에서 방류한 한강물이 흘러가는 소리와 가끔 들리는 새소리가 전부이다. 철길은 묘한 감성을 끌어낸다. 어디론가 가고싶어지기도 하고, 끝이 없을것같은 신비감이 더해진다.


  그리고 전등이 없는 터널은 더욱 그렇다. 반대쪽 끝이 보이지 않으면 무섭기도 하지만, 한발짝 내디딜때마다 반대편 터널입구가 조금씩 밝게 보이는걸 감지하면 불안하던 마음이 가라앉고 안도의 숨을 내쉬게 만든다.


  터널을 빠져나와 한없이 이어진 철길을 걷는다. 저멀리 익숙한 건물이 보인다. 철로변 음악소리가 들리는 곳은 '봉쥬르'라는 카페 겸 식당이다. 그 앞에 서있는 인형상이 우리한테 인사하듯 우뚝 서있다.


  구불구불한 철길은 기차가 빨리 달리지는 못하지만, 기차안에 탑승한 사람들은 흘러가는 한강의 풍경을 여유롭게 감상할 수 있다. 하지만 지금의 직선화된 철로와 전철은 한강을 보여주기 싫은 듯 바로 컴컴한 터널속으로 들어가 한참을 달린다. 운길산역을 지나서야 잠깐 북한강의 모습을 내려다 볼 수 있다.


   복선화된 전철은 빠르게 달리니 시간을 절약해주지만, 여운이 없다. 옛 철길을 따라 다니던 기차는 느렸지만 마음이 풍성해지도록 아름다운 한강의 풍경을 즐겼을 것이다.


  내가 여기를 걷는 마음은 기차를 타고 한강을 바라보던 승객들의 마음일거라 생각한다.


  옛 철길에 유일하게 남아 있는 폐역사인 능내역이 눈앞에 보인다. 기차로 서로 교차할 수 있도록 철로가 여러개 깔려 있다. 능내역은 문이 잠겨 있어 들어가 쉴 수가 없었다.


  지금은 다산길 구간 중 가장 번잡한 장소가 되었다. 능내역은 전시관으로 바뀌었고, 역사 맞은편에는 작은 식당이 줄줄이 서있고, 자전거보관센터까지 덩달아 붙어 있어 쉬어가는 사람들로 항상 북적이는 장소가 되었다.


  겨울 끝자락에 마주했던 능내역의 조용하고 평화로운 모습은 없어졌지만, 역사는 모름지기 사람으로 북적이는 장소인지라 지금은 기차대신 자전거가 서는 능내역이 되었다. 


지금은 남양주 다산길이라는 이름으로 걷는사람들과 자전거 매니아들이 찾는 코스가 되었다. 폐철길의 모습은 사라지고 시멘트로 발라버린 4대강종주 자전거길이 되어버려 철길이였다는 옛 모습을 찾아볼 수가 없다. 빠르게 무언가 남기려하다가 옛 풍성했던 정취를 깡그리 날려버린것 같아 아쉽기만 하다.

현재의 팔당터널의 모습
현재의 능내역사 모습, 전시관과 쉼터로 사용되고 있다.
옛 철길대신 포장된 자전거길로 변모하여 삭막하게 보인다.


  다산길 2코스,  옛 중앙선 철길이였던 이곳의 모습은 사진으로만 남아 있다. 옛모습이 그리운 나에게는 그나마 사진이 남아 있어 다행이고, 사람들에게 이야기해줄 수있는 소재가 되었다.


   이제 서울 근교에서는 철길을 밟아볼 수 있는 곳이 거의 없다. 성북역에서 화랑대역까지 지나가던 옛 중앙선자리도 공원으로 만든다고 철로를 모두 제거하였다. 옛 정취를 경험할 수 있는 걷기 좋은길은 더 이상 찾아볼 수가 없다는것이 서글픈 현실이다.



현재,

남양주 옛 중앙선철길은 크나큰 변화를 가져왔다. 철길은 없어지고 그위에 시멘트로 포장된 자전거길이 올려져 있다.

 그리고 4대강 자전거길이라는 이정표가 군데군데 설치되어 있다. 그리고 남양주 다산길이라는 이름으로 팔당역에서 운길산역까지 포장된 길을 따라가는 코스가 개설되었다.


 더운날에는 걷기 힘든 곳이지만, 시원한 바람이 불때면 그나마 걷기 수월하다. 한강의 풍경은 그대로 남아 있으니까...


  컴컴하던 터널도 지금은 사람의 기척에 반응하여 조명등이 켜진다. 안전한 보행은 이루었지만, 컴컴하고 투박한 정취는 사라졌다. 모든것이 디지털화된 시대에 둘레길 조차 이렇게 변해간다.


매거진의 이전글 섬 속에 섬 가는 길, 소무의도 누리길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