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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모습으로 만나요, 남산 한양도성 복원지

사진이 있는 길여행 에세이



 남산은 어릴때부터 자주 갔던 곳이다. 여러 기억이 남아있어 성인이 된 후에는 찾아가지 않는 장소가 되버렸다. 익숙하고 볼 것도 없다는 생각이 강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상황은 언제나 바뀔 수 있다. 노르딕워킹을 배우면서 1년 가까이 매주 토요일 새벽에 남산을 찾았었다. 새벽에 보이는 풍경은 한결같을 것이라 생각했지만 피어나는 꽃이 다르고, 날씨가 다르고, 사람이 다르다보니 예전에는 경험할 수 없었던 남산의 새로움을 보게 되었다. 최근에는 남산둘레길이 더해지면서 수시로 찾아가는 애착 여행지가 되었다. 그리고 지금, 한양도성 구간 일부가 복원이 완료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확인하기위해 다시 남산을 찾았다.



내 기억 속 남산의 옛 모습은?


 내 어릴때 남산에 대해 또렷하게 기억하는 것은 남산분수대앞에서 사진찍고, 뒤편 식물원과 오른쪽 옆에 즐비하게 세워진 소동물 우리와 아폴로 달착륙선 모형이 서있었다는 것이다. 지금 이런말 하면 남산에 그런게 있었겠냐고 하겠지만 진짜로 존재했던 것들이다. 게다가 남산에는 산을 가로막았던 거대한 아파트도 존재했었고 그 이전에는 무엇이 있었는지 알 수 없었다. 그저 김구선생의 동상은 오래전부터 자리하고 있었고 케이블카도 있었다는 것을 기억할 뿐이다. 지금에 남산은 자연스러운 모습으로 변화하고 있다. 복원과정을 통해 하나씩 숲이 살아나는 모습으로 바뀌었다. 그리고 도로였던 북측순환로는 산책길로 바뀌었고 외인아파트가 있었던 곳은 남산수목원으로 탈바꿈하였다. 이제는 사진으로만 남아있을 뿐이다. 그리고 남산둘레길이 생기고 차량이 통제되면서 남산은 도심 속 숲공원으로써 사랑받는 장소가 되었다. 


 길여행을 다니면서 서울 중심에 한양도성이 있었고 일부 구간은 훼손되어 알아볼 수가 없었고 어떤 곳은 복원하여 공원이자 옛 모습을 갖추기 시작했다. 가장 최근에 복원하여 공개된 곳이 남산 중턱이다.

  

남산에 있었던 외인아파트 철거 모습



국사당을 헐고 조선신궁을 지었던 자리


 조선시대 한양도성이 세워지고 도읍으로 자리르 잡으면서 여러 건물들이 세워지기 시작했다. 그중에 하나가 국사당이다. 나라에서 토속신에게 제사를 지내던 곳이였다. 원래 조선 태조 때 남산을 목멱대왕(木覓大王)으로 삼았을 정도로 남산 자체가 신령한 공간으로 대우를 하였으며, 그곳에 국사당을 설치하고 국가에서 제례 또는 행사를 치르도록 했다. 기나긴 역사를 지녔던 국사당을 일제강점기에 들면서 헐리게 되었다. 이것은 식민통치자들에게 고스란히 ‘잡스러운 것’으로 간주되는 빌미가 되어 국사당은 1925년에 해체되어 1926년 5월에 인왕산자락으로 옮기게되었고 그 자리에 조선신궁이 들어서게 되었다. 해방과 함께 신궁은 사라지고 그 자리에 남산공원으로 자리 잡으면서 남산도서관 등 건물이 들어서게 되었다. 


  아직도 남산 주변에는 조선신궁이 조성될때 생겼던 계단이나 도로가 남아 있는데 용산 해방촌의 108계단은 조선신사로 올라갔던 길이였고 경리단길 또한 신궁으로 가기위해 만들어진 길이였다고 한다.

남산 국사당의 옛 모습
조선신궁의 모습
조선신궁의 배치도 - 배전이라 쓰여진 건물이 발굴당시 기단석이 발굴되었다.



지금은 한양도성유적전시관으로 자리하고...


 현대로 넘어오면서 기존에 사라진것을 복원하는 공사가 한창이였다. 그 중심이 바로 한양도성이다. 도성을 복원할 수 없는 곳은 바닥면에 도성이 지나갔던 표시를 해놓기도 하는데 남산에는 도성안내표시와 도성의 단면을 형상화한 표시를 이어지게 배치하였다. 그리고 식물원과 남산분수가 있었던 곳은 발굴조사를 통해 최근 전시관으로 탈바꿈하여 공개되었는데 그곳에 남산을 휘감았던 도성의 옛 모습을 볼 수 있다. 그리고 사진으로 보았던 조선신궁의 배전터도 볼 수 있다. 이처럼 남산은 점점더 옛 모습과 자연과 어우러진 모습으로 바뀌고 있다. 한때 개발논리에 무참하게 산이 깍이고 아파트가 들어서면서 흉칙해졌던 남산은 치유에 치유를 거듭하며 상처가 아물고 있다. 개발은 금방이지만 복원은 오래 걸린다는 것을 또 다시 보여주는 곳이다.


 주변을 둘어봐도 너무나 잘 어울린다. 커다란 건물도 아니고 단순하게 지붕만 올려 전체가 답답하게 막거나 하지 않는다. 좀더 높은 각자석있는 곳에서 내려다봐도 서울시내 풍경과 잘 어울리고 모난 건물처럼 보이지 않는다.


 남산을 수시로 찾아왔지만 그때마다 새로운 모습을 발견하며 놀란다. 아직도 볼것이 남아있다라는 생각에... 이번에 복원된 남산의 도성 중 특이하게 눈에 뜨이는 것이 있었다. 석축을 쌓다보면 돌틈사이로 작은 돌을 끼워놓아 흔들리지 않게 마감을 하는데 이곳에는 마감돌을 넣기위해 큰 돌에 홈을 파고 적당한 마감돌을 넣어 쌓아올린 흔적을 보았다. 최대한 잘 마무리하기위해 한것으로 보이는데 그 정성들여 작업한 것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한양도성을 복원하면서 세월의 색감은 따라갈 수 없기에 현대에 쌓은 하얀색 돌과 세월이 묻은 옛날 돌 사이에는 차이가 확연하다. 그저 색깔만 차이나는 것이 아니라 돌과 돌 사이에 끼워맞출때 틈이 있고 없고의 차이도 눈에 들어왔다. 기술이 발달해도 옛 석공의 세밀한 정성만큼은 따라가지 못하는듯 하다.


 또 한번 바뀐 남산은 다시 찾아올 이유가 생겼다. 옛 모습과 현재의 모습을 모두 보여주는 전시관이기 서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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