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에서 길을 말하다 (3)
일상에 힘들었던 마음을 위로하고 쉬기 위해 숲을 찾아 간다. 등산을 하기에는 힘들다보니 좀더 쉽게 숲으로 접근하기 위해 주변 둘레길을 찾게 된다. 게다가 둘레길이 전국적으로 조성되면서 계곡, 오지마을, 임도숲길, 바닷길 등을 연결하여 산에서 볼 수 없었던 아름다운 풍경을 보며 쉬엄쉬엄 걸을며 즐길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되어 인기가 점점 더해가고 있는 상황이다.
제주올레길을 시작으로 북한산둘레길, 지리산둘레길 비롯하여 무슨무슨 탐방로, 숲길, 트레킹길, 트레일 등 다양한 이름의 길들이 선보여지고 있는데 길을 의미하는 말이 너무나 많아 찾아가려는 사람들을 혼란에 빠뜨리는 경우도 허다하다. 어디는 둘레길이라 부르고 어디는 트레일이라고 부르니 전혀 다른 의미로 받아들이거나 난이도가 다른 등산로의 일부라고 생각할 수도 있으니말이다.
그래서 지금 사용하고 있는 걷는 길에 대한 명칭과 의미를 구분할 필요가 있고 통일화된 명칭을 사용해야만 할 시점이기도 하다.
먼저 큰 의미에서 구분해야 할 것은 가장 많이 사용하는 용어인 ‘트레킹’과 ‘트레일’, 그리고 등산에 대한 용어를 구분해 보자.
영어사전을 통해 각각의 단어의 의미를 찾아보면,
트레킹[Trekking]은 오지 여행(특히 산악 지대를 며칠 또는 몇 주에 걸쳐 걸어 다니는 것) 또는 (비격식)오래 걷기를 의미한다.
유사한 단어인 트레일[Trail]은 (길게・연이어 나 있는) 자국[흔적] 또는 (시골의) 오솔길, 시골길, 산길을 뜻합니다.
쉽게 풀어서 설명하면 트레일이라는 것은 길게 걷도록 만들어진 또는 그렇게 연결한 길을 말한다. 우리나라말로 하면 ‘둘레길’, ‘탐방로’라고 볼 수 있으며, 사전적 의미를 풀어 적용해 보면, ‘트레킹’이라는 것은 ‘산길을 오래 걷는 것’을 하는 행위를 지칭하는 말이며, ‘트레일’은 행위보다는 ‘길고 오래 걸을 수 있는 길’ 자체를 의미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따라서 트레킹은 등산이나 산악종주의 의미가 더 강하다면, ‘둘레길걷기(트레일워킹)’은 평지나 숲길을 여행하듯 오래 걷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등산과 트레킹이라는 말은 산을 찾아가는 말인데 어떤 차이가 있는 건지 궁금할 수 있다.
먼저 사전을 찾아보면, " 하루 도보거리는 15~20 km이며, 산의 높이를 기준으로 5,000 m 이상은 등반(Climb), 그 이하는 트레킹으로 구분" 하는데, 한국의 현실에 맞추면 모든 산을 오르는 행위를 ‘트레킹’이라고 표현해야 맞다. 하지만 실제로는 한라산을 올라갈 때 ‘트레킹간다’고 하지 않고 ‘등산간다’고 표현하는 것처럼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의미로 구분한다면, "수직방향(산정상을 향하는)으로 걷는 행위를 등산으로 하고, 수평방향(능선따라 종주하는)으로 걷는것을 트레킹" 이라고 구분하는 것이 훨씬 이해가 쉽다.
즉 산정상을 향해 걷고 정상에 올라서는 목적을 행하는 것이 ‘등산’이며, 명확한 목적지를 정하지 않고 산의 능선 따라 걷는 것이 ‘트레킹’이 된다. 그리고 ‘트레일워킹(둘레길걷기)’는 산아래 숲 또는 마을의길, 해안길을 연이어 걷는 것으로 꼭 산길만 포함되는 것이 아니다.
트레킹이나 트레일워킹의 공통점은 종착지점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고 걷다가 목적지에 도착하지 못하면 그 다음날 걸어도 되고, 다음달에 걸어도 되며 오랫동안 걷는 것 자체를 중요시 한다고 보면 된다.
다시 한 번 지리산을 예를 들어 설명해 보면,
지리산을 갔을 때, 정상인 천왕봉에 오르는 것은 [등산]의 과정이며, 지리산 능선을 걷는 것은 [트레킹] 이다. 산 중턱이나 아래를 따라 걷는 것은 [트레일워킹]이며, 산 아랫자락을 걸을 수 있도록 표시한 길이 지리산둘레길인데 이를 [트레일(Trail)]이 칭하면 된다.
이처럼 용어를 통일하여 사용하면 산을 찾는 사람들은 자신이 원하는 형태로 등산이나 둘레길걷기를 할 것이다. 게다가 기업체마저도 비슷하면서도 서로다른 용어를 사용하여 혼동하게 만들고 다른제품인 것처럼 홍보 및 광고에 열을 올린다.
그럴듯한 이름으로 포장하여 전혀 다른 형태의 둘레길인것처럼 말하지만, 정부부처도 각기 다른 말을 사용하지 말고 통일해야 한다.
문광부는 ‘스토리가있는 문화생태탐방로‘라 칭하고 환경부는 ‘국가생태문화탐방로‘라 하며, 행안부는 ’명품길’, 국토해양부는 ‘해안누리길‘이라는 말을 사용한다. 정부부처마저 제각각이다. 똑같은 둘레길이지만 서로 다른것처럼 사용함으로써 홍보나 표지물 제작에 있어 각각의 예산을 사용해야 한다.
이를 통합하여 단일화된 명칭과 둘레길 노선을 제작하였다면 한반도는 거미줄처럼 얽힌 프랑스의 랑도네가 부럽지 않은 둘레길 네트워크를 소유할 수 있었을 것이다.
대부분의 국민들이 한국의 둘레길을 둘러보기 전에 해외의 유명트레일 또는 순례길을 떠나는 데는 나름에 이유가 있다. 장기간 걸을 수 있는 기반시설이 없기도 하지만, 둘레길 정보가 제각각인데다 찾기조차 어렵기 떼문이다.
양적으로 둘레길의 종류와 거리는 많이 늘었지만, 진정 걸을 수 있는 둘레길은 한정되어 있다. 국토대장정을 위해 도로를 걸어야만 하는 상황이 요즘들어 더욱 안따깝게 느껴진다. 수많은 둘레길이 있지만, 서울에서 땅끝까지 이어진 둘레길이 없으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