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꾼이 바라는 둘레길은 따로 있다.

길에서 길을 말하다 (4)

전국에 지자체 및 민간단체가 조성한 둘레길 또는 탐방로라는 명칭이 부여된 걷기코스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많다. 한국관광공사가 운영하는 ‘걷기여행길’ 포털사이트를 기준으로 정리하면 548개 둘레길이 존재하며, 코스단위로 세분화하면 약 1,570여 개 코스가 존재한다.


광역시 이상 행정구역(17개 시도)에 평균적으로 32개 꼴로 둘레길이 존재하며, 전체 둘레길의 거리를 합산하면 약 13,000km 이상이 된다. 제주올레길을 시작으로 사람들 입을 통해 둘레길,올레길이라는 이름이 오르내리기 시작한 2007년부터 약 10년 동안 엄청난 양적으로 팽창하였음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허수가 상당히 많이 숨어 있음을 알 수 있다.


기존의 등산로 또는 공원길에 둘레길 명칭을 부여한 것은 애교에 가깝다. 지역간 이기주의 탓에 중복된 코스도 많고, 걷기조차 힘든 길에 둘레길 표시만 설치한 곳도 생각보다 많다. 문광부에서는 지난 2010년도부터 문화생태탐방로라는 명칭을 부여하고 예산지원까지 해주었다. 결국 중복된 둘레길이 생각보다 많고 둘레길이라고 칭할 수 있는 길은 예상보다 적다.

결국, 일반 시민들이 다녀왔거나 가보고 싶은 둘레길은 전체 코스 중 30%도 되지 않는다. 시민들이 가장 많이 걸었던 서울둘레길과 북한산둘레길, 지리산둘레길 등만 나열하면 전체 코스에 10%밖도 되지 않을 것이다.

이처럼 양적인 둘레길 코스가 많아졌지만 찾아가는 코스가 한정적인 이유는 따로 있다.


길꾼(둘레길을 걷는 사람들을 이렇게 표현하겠다.)이 선호하는 코스는 자연풍경이 아름답고 비포장흙길이 많은 곳, 게다가 10~15km 이상 걸을 수 있는 자연친화적인 코스를 주로 검색하고 찾아 나선다.

아무리 금강, 낙동강의 풍경이 아름답더라도 한여름 땡볕에 걷는 것은 고통일 수밖에 없다. 그래서 대부분 사계절 걷기 수월하고 시원한 물이 흐르는 계곡, 가을에는 단풍을 볼 수 있고, 삼림욕하기 좋은 숲이 있는 이러한 둘레길을 찾는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둘레길 들은 이러한 요소들을 품고 있으며 찾아가기 쉬운 교통환경과 숙박이 가능한 기반시설이 얼추 갖추어져 있다.


반대로, 사람들이 찾지 않은 대다수의 둘레길은 위에 열거한 요소 중에 하나 또는 여러 가지가 해당되지 않기 때문이다. DMZ평화누리길은 대부분 시멘트포장길이며, 외씨버선길이나 해파랑길의 경우 기반시설이 부족하여 전체 코스를 완주하려는 사람보다는 일부 한, 두 개 코스에만 집중적으로 찾아 간다.

문화생태탐방로로 지정된 증도 모실길은 절반 가까이 포장길을 따라간다.


전국에는 수많은 둘레길이 존재하지만, 지역단위로 구성되어 있어 전국을 걸어서 걷기에는 아직도 부족하다. 문광부나 산림청에서 전국을 걸을 수 있는 코스를 조성한다고는 하지만 해안따라 한바퀴 돌려는 사람들은 별로 없을 것이다. 그늘이나 숲이 없는 해안길을 누가 가려고 할 것인가? 기존에 지자체에서 조성한 둘레길 중 상호 협의하에 둘레길을 연계시키면 둘레길 네트워크로 자리잡아 전국을 걸어서 횡단 또는 종주할 수 있을 것이다.또다시 새로운 둘레길을 조성하기 보다 기존의 둘레길을 통합하고 네트워크화 하고, 명칭을 간결하게 정리함으로써 시민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홍보하는 것이 우선일 것이다.

뚜르드 몽블랑 이벙표 체계

프랑스의 랑도네(Randonnee)라는 둘레길은 유럽 전역에 18만여 km 펼쳐져 있지만, 각각 개별적인 이름을 사용하지 않는다. 동일한 ‘GR‘이라는 명칭과 표식, 그리고 도시간 거리만을 표시하여 걷기여행을 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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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둘레길, 걷기여행 이라는 개념이 들어온지 10년이 안되었지만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본다.

양적인 둘레길 확장보다는 서로 연계하고 기반시설이 확충될 수 있도록 질적인 성장이 이루어져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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