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앞유리 수리는 치열한 경쟁 시장
마트에서 집에 오는 길이었다. 규정 속도 75마일(약120km)로 달리고 있었다. 도로는 한산했고, 차 안 음악은 경쾌했다. 갑자기 '딱' 하는 큰 소리가 들렸다. 순간 놀랐다. 갓길에 급하게 차를 세웠다.
방금 그 정체 모를 소리의 근원을 찾았다. 운전경력 10년인데, 분명 한 번도 들어보지 못한 소리였다. 자체 조사 결과, 앞 유리에 돌빵(아래 스톤칩)이 생기면서 난 소리였다. 주행 중 어디선가 돌멩이가 날아온 듯했다. 앞 유리에 움푹 팬 자국을 보니, 마음에도 구멍이 생겼다. 가슴이 아렸다.
며칠이 지나, 학교에서 집에 오는 길이었다. 이날도 도로는 한적했다. 액셀러레이터 페달을 깊이 밟을 무렵, '딱' 하는 큰 소리가 들렸다. 벌써 마음 한 켠이 쓰리기 시작했다. 이번엔 단번에 소리의 근원을 알아챘기 때문이다.
자동차 앞 유리를 재빨리 훑어보았다. 역시나 앞 유리 한가운데 스톤칩이 보였다. 앞 유리 수리 비용 걱정이 앞섰다. 인건비가 비싼 미국에선 '사람' 손을 거치면 모든 게 비싸지기 때문이다.
우리 마을 온라인 커뮤니티에 접속하니, 자동차 앞 유리 스톤칩 피해를 하소연하는 글들이 꽤 보였다. 우리가 사는 애리조나(Arizona)주가 사막지대여서 도로 위에 자그마한 돌멩이가 많다고 했다. 주행하는 과정에서 돌멩이가 튀어 오르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했다.
'스톤칩 발생이 빈번하다면, 지금 당장 수리할 필요가 없겠다'고 생각했다. 몇 년 타다가 차를 되팔기 직전에 수리를 맡기기로 했다. 앞 유리 2개의 작은 스톤칩을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운전하는데 시야를 전혀 방해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고쳐주고 돈까지 드려요
방학이 되어 피서 여행을 떠났다. 온종일 섭씨 40도가 넘는 애리조나 남부에서 북부로 이동했다. 고도가 높은 곳으로 가니 날씨가 쌀쌀해졌다. 낮과 밤의 기온 차가 컸고, 차 안과 밖의 온도 차도 뚜렷했다. 앞 유리에 문제가 생겼다. 작은 스톤칩을 시작으로 앞 유리 전면이 쩍쩍 갈라지기 시작했다.
우린 곧바로 집으로 돌아와 앞 유리 수리 업체를 찾았다. 우연히 집안 쓰레기통에 버려진 광고지를 발견했다. 거기엔 가슴 설레게 하는 문구가 쓰여 있었다.
"자동차 앞 유리 교체하면 최대 150달러(약 17만 원) 즉시 드립니다(Get up to $150 instant cash back on windshield replacements)."
"수리비 걱정은커녕, 되레 돈을 준다고?" 믿을 수 없었다. '혹시 거짓 광고가 아닐까?' 의심을 했다. 하지만 의구심이 호기심을 이길 수 없었다. '밑져야 본전이지! 한번 해보자!'
전화를 걸어 예약하고 차를 가지고 갔다. 수리업체는 우리 차의 앞 유리 교체 작업을 시작했다. 직원은 우리에게 미국 생활하면서 참고하라며 스톤칩에 관한 세 가지 상식도 알려줬다.
첫째, "스톤칩은 방치하면 안 된다"였다. "동전 크기보다 작은 스톤칩은 손쉽게 수리할 수 있고 비용도 거의 들지 않는다"고 직원은 말했다. 작은 스톤칩은 집에서도 혼자 수리할 수 있다고 했다. 마트에 가면 혼자 스톤칩을 수리하는 제품이 많다고도 했다.
둘째, "외부 주차와 세차를 하지 말라"였다. 스톤칩 사이로 이물질과 물이 들어가면 수리하기 쉽지 않다고 했다. 셋째, "서리 제거 버튼을 누르지 말라"고 조언했다. 차 안과 밖 온도 차가 높아져 앞 유리 균열이 더 커진다고 했다. 우린 해서는 안 될 모든 것을 한 셈이었다.
수리업체 직원은 친절했고 서비스는 완벽했다. 마지막에 직원은 "앞 유리가 또 깨지면 오세요"고 말을 건네며, 우리에게 150달러(약17만원) 현금을 줬다. 광고 문구는 진짜였다.
경쟁이 치열한 시장
구글에서 '자동차 앞 유리 교체(Auto Windshield Replacement)'를 검색하면, 앞 유리를 교체해주면서 현금까지 주는 업체가 수두룩하게 나온다. 많은 이들이 '사기성' 업체가 아닌지 걱정하지만, 결론적으로 미국에서 이런 업체는 불법이 아니다.
'현금을 제공하는 마케팅'의 원리는 간단하다. 수리 업체는 수리비를 보험회사에 청구한다. 그리고 업체는 보험회사로부터 받은 금액 일부를 고객에게 돌려주는 것이다. 애리조나의 경우 본인부담금(Deductible)이 없는 보험을 선택한 가입자만 적용된다. 이는 주(State)마다 다르다.
가령 이들 업체가 앞 유리를 교체하고 200달러(약 22만 원)의 수익이 남는다면, 150달러(약 17만 원)를 고객에게 돌려주는 것이다. 이런 마케팅 방식이 횡행하는 이유는 하나다. 미국 자동차 앞 유리 수리 시장에서 업체 간의 경쟁이 매우 치열하기 때문이다.
글로벌 시장조사 전문기관 IBIS월드는 2021년 현재 미국에 1만 5425개 자동차 앞 유리 수리업체가 있다고 발표했다. 고객을 유치하기 위해 제 살 깎아 먹는 업체들도 있다. 자신이 벌어들인 수익보다 더 많은 금액을 고객에게 주다가 망하는 경우도 종종 생긴다.
자동차 앞 유리 수리업체 수는 2016년부터 매년 평균 1.7%씩 감소하고 있다. 몇몇 주에서는 자동차 앞 유리 수리업체가 고객에게 현금 제공을 하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의 법안을 추진 중이다. 이에 대해서는 찬반 의견이 팽팽하게 맞선다.
법안을 찬성하는 쪽은 업체들과 고객들의 '도덕적 해이'를 지적한다. 업체들이 고객에게 제공하는 유인책을 마련하기 위해 보험회사에 비용을 부풀려서 청구한다는 것이다. 심지어 고객에게 현금을 주며 정상적인 앞 유리를 교체하는 경우도 종종 발생한다고 한다.
고객들도 매한가지다. 현금을 받기 위해 멀쩡한 유리를 훼손하는 예도 있다. 사실 이는 '조삼모사'와 진배없다. 당장은 현금을 받아서 기분은 좋겠지만, 그만큼 보험 비용은 커질 것이기 때문이다.
한편, 법안을 반대하는 사람들은 "'현금 제공' 마케팅을 금지하면 시장에서 중소기업이 말살될 것"이라고 강조한다. 미국의 자동차 앞유리 수리 서비스는 노동집약적인 산업이다. 대부분 업체는 영세업자다.
현금 제공과 같은 유인책이 없다면 고객들은 소수의 대기업에만 몰릴 것이다. 한 중소업체는 "대기업과 경쟁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고객들에게 현금을 제공하는 마케팅"이라며 "이를 금지하는 법안이 통과되면 대기업의 시장 점유율만 더욱 올라가 결국 시장은 독과점이 될 것이다"고 말했다.
앞유리 교체해 주면서 현금까지 받는 시스템에 대해 나는 매우 만족했다. 누군 '조삼모사'라고 하지만, 지금 눈앞에 있는 현금은 언제나 달콤하기 마련이다. 게다가 학생 신분인 나에겐 한 푼 두 푼이 당장 아쉬웠기 때문이기도 했다.
앞 유리 교체하고 몇 개월 뒤 고속도로를 달리고 있었다. 이날도 도로는 한갓졌고 음악도 경쾌했다. '딱. 딱. 딱' 큰 소리가 연이어 들렸다. 대번 소리의 원인을 알아챘다. '또 스톤칩이구나'고 생각했다.
이상하게도 저번처럼 가슴이 저리지 않았다. 머릿속에 100달러 지폐에서 살포시 웃고 있는 벤저민 프랭클린이 연상됐다. 그의 명언도 함께 떠올랐다.
"충성스러운 친구가 셋이 있다. 늙은 아내, 늙은 개... 그리고 현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