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카지노

영사관 해외안전팀 사건수첩

by 윤랑

부끄럽지만 고백하자면 한때 필자도 카지노를 드나들었다.

미국에 이민 간 친구가 라스베이거스에 가면 특급 호텔에서 공짜로 자고 뷔페도 거의 무료라며

꼬드겨서 미국에서 만나 실제로 거의 공짜로 놀다가 온 경험이 있다.


우리는 나름대로 치밀한 계획이 있었다.

친구랑 같은 테이블에 앉아서 게임하되 서로 모르는 척 멀리 앉아서 무조건 그 친구가 거는 것과 반대로 베팅하면 둘 중 한 명은 맞추기 때문에 실제로 거의 잃지 않는데 (바카라의 경우 뱅커 수수료 때문에 계속하면 잃음) 베팅 금액이 주변 플레이어보다 크면 핏보스 같은 카지노 직원이 와서 어느 호텔에 묵냐고

물어보고 그냥 LA에서 놀러 왔다고 하면 공짜로 숙박권과 뷔페할인권 등을 준다.


물론, 자주 드나드는 사람은 얼굴을 알기 때문에 해당 안되고 필자 같은 뉴페이스에게 마케팅 차원에서

방을 주고는 했다. 오래 머물러 계속 게임하게 하면 카지노가 결국 다 이기니까.

우린 숙박권을 받는 즉시 게임은 중단하고 뷔페를 다니고 유명한 공연을 보러 다녔고 그건 분명히 남는 장사였다.


90년대의 미국 이야기이고 필리핀 카지노는 분위기가 다르다.

필리핀에도 카지노가 있기는 했지만 소형이었고 정부산하기관인 PAGCOR가 운영하는 곳이 전부였다.

테이블 게임보다는 슬롯머신 위주여서 그냥 시간 때우기용 그 이상은 아니었다.


그러다 2000년대 중반부터 관광산업 부흥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정책적으로 대형 카지노를 유치하기로 결정하고 마닐라베이 쪽 간척지에 외국의 대형 카지노들이 하나둘씩 개장을 했고 어느 정도 고용과 내수 경기

진작에 도움을 주었던 것은 사실이다.


이때는 주요 고객이 한국인이었다. 강원랜드에서 카지노 경험을 한 그들은 미국은 멀고 주로 마카오나

말레이시아 겐팅 하이랜드를 다니다가 필리핀으로 향하기 시작했다.

마카오에는 사실 카지노 말고는 다른 볼거리가 별로 없지만 필리핀에는 바다가 있고 물가도 싸고

유흥산업도 발달해 있어서 관광객들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그 시점이 사건사고가 증가한 시점과 정확히 맞아떨어진다.

카지노에 와서 사채를 쓰고 실제로 사채업자에게 억류된 경우부터

감금되었다고 허위로 가족과 지인들에게 연락하여 돈을 보내라고 하다가 들통난 경우도 수도 없었고

도박에 중독되어 정상적인 생활을 못하고 카지노 앵벌이로 전락한 노숙자들 까지 모두 폭증한 것이

바로 이 시기이다.


그 후로 십여 년이 흐르면서 트렌드가 바뀌긴 했다.

중국 관광객들이 더 많아지면서 한국인 정킷도 그 수가 줄고 코로나 사태로 아바타 베팅 등 온라인 카지노로

많은 고객들이 옮겨가기도 했다.

드라마 카지노에 나오는 차무식 같은 인물도 실제로 있었다.

돈 많은 호구를 손님으로 잡으면 무슨 수를 써서라도 다 벗겨 먹었다.


카지노가 있는 한, 사건사고는 계속될 것이다.

그 화려한 건물과 많은 직원들이 무엇으로 먹고사는 지를 생각해보면 답이 나온다.


이전 27화수감자 면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