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박 빚

영사관 해외안전팀 사건수첩

by 윤랑

한밤 중이나 새벽에 대사관을 찾아와 신변보호요청을 하는 사람들이 종종 있다.

대부분 카지노에서 사채업자에게 여권을 담보로 돈을 빌려 도박을 하다가 돈을 갚지 못해

억류되어 있다가 몰래 도망 나온 경우이다. 심지어 맨발로 온 사람도 보았다.

사채업자들의 감금은 사실 허술하다. 가두어놓는 것이 목적이 아니고 돈이 목적이기에 전화나 인터넷을

사용하도록 하고 사실 본인이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신고나 도움요청도 가능한 상황이다.


도박 빚을 지고 도망을 왔던 여권을 분실했다고 거짓말을 하던 대사관은 여권을 재발급해준다.

이때 여권은 단수여권이나 여행증명서로 한국 귀국 시에만 사용이 가능하다.


돈을 빌렸건 빌려주었건 민사적인 문제에는 공관에서 개입하지 않는다.

애초에 여권을 담보로 돈을 빌린 것 자체가 여권법 위반이지만 그냥 잃어버렸다고 하면 그걸 알 길이 없다.

물론 여권만 재발급받았다고 출국이 가능한 건 아니고 현지 경찰서를 방문해서 경위서도 작성해야 하고

이민청에도 가서 여권 리스탬핑도 받아야 한다. 주말이 끼어있으면 출국이 불가능하다.


도박 빚은 원칙적으로 갚지 않아도 되는 불법원인급여에 해당하니깐 민사상 반환 청구가 원칙적으로 불가능하다. 그런데 그걸 사채업자들이 몰라서 빌려준 돈을 갚으면 고맙고 안 갚으면 그냥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할까? 불법적인 일을 안 하는 사람들이면 애초에 여권담보로 돈을 빌려주지도 않았을 테고 협박, 감금, 억류

자체도 없었다.


물론 우리 돈 몇백만 원 정도 받으려고 해결사를 보내거나 하진 않겠지만 돈을 빌릴 때 처음부터 갚을 의사나 능력이 없었다면 사기죄가 성립할 수 있으며 설사 돈을 안 갚고 그냥 넘어간다 하더라도 본인 마음이 편안할 까? 남의 돈으로 도박을 하다가 안 갚고 도망가는 건 괜찮다고 생각하는 건가?


실제로 십여 년 전에 카지노에서 도박을 하다가 롤링업자에게 빌린 돈을 떼어먹고 야반도주하듯이 한국으로 귀국을 한 사람이 그 후에 독촉전화 말고는 아무 일이 없자 다시 필리핀에 왔다가 체포영장이 나와있어서 도착하자마자 공항에서 체포된 경우도 있었다.

그 사람은 계속 이게 오해이고 동명이인이라고 억울함을 주장하다가 시건기록과 당시 출입국 기록까지 확인되자 그제야 인정을 하고 합의한 후에 풀려나서 귀국할 수 있었다.

본인이 자초한 일이니 어찌 보면 샘통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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