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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시코기 Sep 20. 2020

당신은 날 어떻게 보고 있습니까

<69세> 2019, 임선애 감독



69세인 '효정'(예수정)은 병원에서 치료를 받던 중 29세인 남자 간호조무사에게 성폭행을 당한다. 그는 동거 중인 '동인'(기주봉)에게 이 사실을 알리고 그가 처벌받도록 하기 위해 경찰에 신고한다. 암전된 화면과 함께 효정과 간호조무사의 대화로 시작되는 영화의 첫 장면은 그에게 닥쳐온 상황을 자극 없이, 직접적이고 분명하게 전달한다.


그러나 현실은 효정의 억울함을 제대로 들어주지 않는다. 경찰은 말도 안 되는 일이라며 그가 치매를 앓고 있지 않을까 의심하고, 법원에서는 가해자가 매우 젊다는 이유로 개연성이 부족하다며 구속영장을 계속 기각한다.



그 모든 과정에서 효정이 계속 듣는 말이 있다. "처녀 같다' "나이에 비해 곱다"는 말. 이것들은 과연 칭찬일까. 효정은 자주 이런 말을 듣는다. 많은 사람들이 나이에 비해 젊어 보인다는 이유로 그의 몸을 은연중에 품평하고 대상화시킨다.


중간에 옷을 잘 입는다는 어느 경찰의 말에 효정이 만만해보이지 않기 위해서 그런다며, 그래서 자신이 안전해보이냐는 되묻는 장면은 늙어가는 사람으로서, 여성으로서 사회의 사각지대에 놓인 그의 처지를 대변하는 것처럼 들린다.



영화에는 효정만큼이나 인상적으로 다가오는 인물이 한 명 있다. 바로 동인이다. 영화는 효정을비추는 만큼 동인 또한 카메라에 비춘다. 동인은 효정에게 호감을 가지고 있고, 최대한 그의 편의를 봐주려는 인물이다. 아마도 동인은 관객과 가장 맞닿는다고 할 수 있는 인물일 것이다.


그는 어느 날 자신의 동거인이 성폭행을 당하고 진실을 밝히려는 상황에서 동인은 최대한 그를 지원하려 하지만, 이따금씩 그에게 알리지 않고 자신이 직접 고발문을 쓰는 등 섣부른 행동을 하기도 한다.


영화는 그런 과정 속에서 고심에 빠지는 그의 모습을 때때로 진중하게 들여다보는데, 그럼으로써 드러나는 건 동인 또한 나이 들어가는 인물이라는 점이다. 이 점은 효정을 60대에서 70대로 가기 바로 직전의 나이인 69세로 설정한 것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69세>는 나이 들어가는 우리 모두가 정당한 대우를 받아야 할 존엄한, 살아있는 존재라는 것을 말하는 영화다. 영화 말미에 들리는 효정의 독백 속 굳건한 목소리는 우리 모두에게 이 질문을 하는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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