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0년 뒤에 인류는 살아있을까?
#코로나 이후의 세계
인류학자들이 유전자 분석으로 연구한 결과에 의하면 현재 우리 인류는 약 이십만년 전 아프리카 한 사피엔스 부족에서부터 갈라져나온 것으로 추정한다.
이 사실이 시사하는 바는, 인류 이전이나 인류 출현 즈음에도 우리와 비슷한 종, 그리고 사피엔스의 다른 부족은 무수히 많았었지만 모조리 멸종해버리고 한 무리만 간신히 살아남았다는 것이다. 인류는 자칫 이미 멸종했거나 없었을 수 있다.
그렇다면 10,000년 뒤에 인류는 지구에 살아있을 것인가?
'미국인의 90%가 유령의 존재를 믿지만, 진화론은 1/3만이 믿어요. 이런 사람들이 배심원인 재판에서 제대로 된 결과를 기대할 수 없죠.'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가 변호사로 나온 한 영화에서 나오는 말이다.
사실 동물과 전혀 다른 별종처럼 살아가는 인류의 기간은 찰나에 가깝다. 20만년 전이나 지금이나 호모 사피엔스의 유전자는 거의 바뀌지 않았다. 인류의 평균수명이 30년에서 현재의 수준이 된지 200년 남짓이며, 민주주의라는 체계와 평등선거가 도입된지는 백년도 되지 않는다.
수많은 지구상의 종들과 큰 차이 없는 인류가 우주를 향해 나아가고, 눈에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를 찾아내고 퇴치할 수 있는 것은
인류가 사람 하나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쌓아왔던 기록과 기술과 과학과 역사를 공유하기 때문이다. 그런 인류의 기록과 유산이 없다면 우리는 내일 당장 먹을 것이 없거나 추위에 멸종해버릴지 모르는 지구상의 수많은 종 중에 하나인 존재일 것이며, 여전히 사람을 제사공물로 바치고 하늘에 농사가 잘 되기를 기도하고 있는 존재일지 모른다.
코로나 바이러스 이후의 세계는 어떻게 될까?
결국 백신의 접종으로 머지않아 세계는 예전과 같이 돌아올 것이다. 사람들은 비행기를 타고 여행과 기업활동을 할 것이며, 마스크를 안 쓴 사람들이 거리를 돌아다니고 밤늦게까지 친구들과 여럿 모여 술을 마시며 이야기를 할 것이다.
그러나 코로나 바이러스가 득세했던 기간 우리들의 잘못을 잊어서는 안 된다. 위기와 극한의 상황은 사람의 이성을 흔들고 잘못된 습성을 깨운다
질병에 걸리거나 사고를 당한 사람, 장애가 있는 사람들을 우리는 나무라거나 차별하지 않았다. 우리는 그들을 배려해야할 대상으로 생각해왔다. 그것이 누구의 잘못이나 신이 내린 벌이 아니라 누구나 당할 수 있는 불운이며 개인의 것이 아니라 사회의 것일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코로나 바이러스가 돌 때 우리는 어떠했는가? 우리는 특정인이나 집단을 질병이란 이유로 비난하고 차별했다. 때로 정치인들은 그걸 이용하고 우리는 선동당했다. 우리가 과거 저질렀던 미개함을 다시 깨워냈던 것이다.
우리는 모든 직업에 귀천이 없다고 생각해왔다. 글을 가르치건 요가를 가르치건, 법률서비스를 팔건 술을 팔건 어느 것하나 귀하거나 천하지 않은 이유는 모두가 사회에 도움이 되고 필요한 일들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는 특정한 일이나 직업을 부족한 과학적 근거로 규제했다. 단순히 영업의 규제뿐만 아닌 도덕적인 매도를 하기도 하고, 똑같이 소중한 밥벌이라는 사실을 잊고 그들의 문을 닫게 하는데만 골몰했지 그들이 같은 사회구성원으로서 버티게 하고 그들을 지원하는 도움에는 철저히 무관심했다. 그런 우리의 행동은 먹을 것을 차지하면 소외된 무리에게는 관심도 없는 어느 원숭이 무리와 다를게 없었다.
과학은 인류가 쌓아온 가장 눈부시고 믿을만한 성과다. 과학은 사람들의 잘못된 두려움과 근거없는 믿음 또한 없애주고 예측할 만한 결과를 얻게 해준다. 그러나 코로나 바이러스가 돌 때 우리는 과학보다 누군가 만든 엉터리 뉴스나 휩쓸림에 흔들렸다.
10,000년 뒤에 인류는,
아니 1,000년 뒤에라도 인류는 여전히 살아있을까?
핵전쟁? 난민의 증가와 세계의 무질서? 환경오염? 새로운 바이러스의 창궐? 여전히 인류가 찰나에 지구에서 사라져버릴 시나리오는 차고 넘친다.
인류는 끝없이 실수하지만 실수와 위기에서 배울 수 있다. 우리는 잘못을 할 수 있지만 반복해서는 안 된다. 인류에게 남은 기회와 시간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