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결혼을 했다. 내가 결혼을 하는 날이 올 줄은 몰랐다.
나도 엄마가 되었다. 임신테스트를 하던 날 아침. 나의 첫 반응은 "I don't want this baby."였다. 그러나 언제가 되어도 준비는 될 것 같지 않고. 또 낙태는 늘 여성의 결정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왔지만 특별히 아이를 지워야 할 그럴만한 사정이 있는 것도 아니라 아주 자연스레 축복 속에 엄마가 되었다.
그리고 나는. 두 번의 국제 이사를 했다.
그 과정에서 나는 자연스레 '경력단절 여성'의 대열에 합류하였고. 내가 그 전에 했던 일들을 감안하면 나의 경력과 대학 졸업장은 '대학졸업장이 있어요' 외에는 아무 역할도 하지 못하게 되었다.
무엇보다도 중국에서는 중국말을 잘 못해도 사람들이 그러려니 했는데 미국에서는 영어를 못하니 정말 살 수가 없다는 느낌을 받았다. 내 스스로 하는 차별과 나도 모르게 인이 박힌 팍스아메리카나인지. 중국사람들과 미국사람들의 온도차이인지는 모르겠다. 아마 둘 다 작용했겠지.
그렇게 나는 브로큰 잉글리시를 구사하며 어쨌든 지금까지 잘 살고 있다. 그 '잘'의 의미를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따라 다르겠지만.
그러나 나는 여전히 내가 1인분을 못하고 있다는 생각에 불평을 하고 있다.
그 일인분이라 함은.
이제 한국에서는 가정주부도 국민연금 의무가입대상이 되었다 들었던 것 같다. 어쨌든 자본주의 사회에서 살아가는 우리에게 소득이 없는 '가정주부' 혹은 full time mom은 어쩔 수 없이 일인분을 하지 못하는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가정주부로서 특화된 능력은 아주 자주 사회에서 인정받지 못하는 능력에 불과하고, 정작 휴무따위는 전혀 없음에도 불구하고 그 노고에 대해서는 '엄마가 되어보니 알겠어/불쌍한 우리 엄마'같은 감상적인 코멘트만 달린다.
가정주부의 사회적 기여에 대한 인정은 어디에도 없다. 매월 따박따박 들어오는 월급같은 형태의 보상도 없다.
그래서. 일을 하려고 알아본다.
스스로의 가치는 스스로가 찾아야 한다며. 엄마의 역할을 너무 너 스스로가 얕잡아 보는게 아니냐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리고 이 주제는 쉽게 페미니즘과도 결부될 수 있는 아주 예민한 문제이기도 하다.
그냥 나는 아주 단순히. 가정주부의 사회적 역할은 필요 이상으로 평가절하되어 있고. 그 이유는 우리가 자본주의 사회에 살고 있는데 소득이 없기 때문이라고 생각하는데. 도저히 함께 할 수 없는 가치를 같이 묶어 두려하는 것은 아닌지. 그 가운데에서 이것도 하고 저것도 하려니 뭐 아무것도 되는 게 없는 것 같은 느낌이 드는게 아닌지. 싶었다.
오늘 현재 없다에 가까운 소득이 있는, 그래서 1인분을 못하고 있다는 생각에 가끔 성질나는 가정주부의 생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