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나고 자라 심지어 복수전공은 국어국문. 그래놓고 지금의 삶은 영어가 필수인. 집에서 영어를 제1언어로 하지만 '중국어를 잘 해서' 현재 회사에 취직되어 회사가면 중국어를 하는 남편과 살며 누가 봐도 'ㅎ ㅏ프 아시안'인 아이들을 키우고 있다.
의사소통은 1. 남편과는 '나오는대로 아무거나 적당히.' 그러나 점점 영어의 비중이 높아지는 것은 영어권 국가에 사는 한 어쩔 수가 없는 것 같다. 2. 애들과는 '더더욱 나오는 대로 아무거나 적당히.'
한국에서 살았으면 다음달 초등학교 입학하는 큰 딸은 이제 한글을 읽을 수 있다. 집에서 넷플릭스로 '로보카 폴리'를 보고 한국어를 배운 우리 딸. 그래서 거기서 배운 말 '얘들아!!'를 나랑 둘째가 손잡고 가고 있으면 써먹었던 때도 있었다. 엄마랑 동생을 한꺼번에 부르는 말이 '얘들아' 라니... 주말에 한글학교에 보내는 제1 목적이 '엄마 말고 다른 한국어 사용자를 좀 만나라'라는 것을 감안하면 1호 딸의 한국어 능력은 나쁘지 않다. 그렇다. 나쁘지 않다. 나의 '언어'에 대한 기대치는 이렇게 낮아진다.
[현실]
요즘 우리집 딸들의 문장.
"Mom ! Can you 긁어 for me? It's hard to eat!"
"Mom, I think you need 빨래ing. The 빨아 pile is getting bigger."
"If you 빗어 like that, it hurts!"
'긁혀'와 '긁어'의 차이. '잘 먹겠습니다'와 '잘먹었습니다'의 차이를 의미나 문법적으로 설명해준 적은 없지만(어려우니까), 작정하고 잘못쓸 때마다 제깍제깍 잡아줘야 문법적으로 제대로 된 말을 하는 우리집 따님들.
누군가에게는 복에 겨운 소리라는 걸 안다. 어쨌든 집안에서 엄마 아빠가 모국어로 사용하는 언어가 다른 경우가 이중언어자가 되기엔 최적의 조건이니까. 그리고 한국에서 '영어교육'이 어떤 의미인지도 모르지 않으니까. 그러나. 짧은 제3국에서의 경험으로. 그리고 직접 엄마가 되어 아이들을 길러본 아주 좁은 소견으로는
이중언어를 꿈꾸십니까?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그냥 '가능성'을 열어두는 거죠. 나중에 관심이 생겼을 때, 그때 좀 더 쉽게 다른 언어를 배울 수 있는 그 문을 열어두는거죠. 라고 말할 수 밖에 없는.
열의에 찬 '어려서 영어를 가르치고 싶어요!!!'를 외치는 엄마에겐. 엄마보다 잘하면 잘 하는거죠? 그 다음은 어떻게 평가하려고요? 토플로? 토익으로? 애가 솰라솰라 말하는거로? 라고 말하고 싶으나 그냥 입다물고 있는.
이중언어는 부모의 꿈...인듯. 적어도 미국이나 한국처럼 한가지 언어만 사용하는 환경에서는.
그래도 욕심은.
이와중에 니네 엄마는 한국어 수업도 하는데.
'ㅇ ㅑ. 미국에서 살아도. 그래도. 엄마가 한국어 가르치는 사람인데, 너네 좀 잘 하면 안되냐?'
겁나 멀리 날아가는 연을 한 손에 들고 땅을 보며 괜찮다고 안도하며 뛰어가는 느낌이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