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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울사람 박코리 Aug 28. 2018

말랑하고 보송한 존재, Joy가 왔다.

- 캐나다 토론토 North York General 병원 출산기

Joy야, 넌 내 몸에서 톡! 하고 나왔단다.

예정일이 9일 지난날 아침, 피가 비치길래 부랴부랴 병원에 갔다. 혈액과 섞여 현미경으로 봐도 양수인지 확실치 않지만 계속 액체가 새어 나오니 유도 분만을 바로 시작하자고 했다. 7월 30일 오후 2시, 진통을 유도하는 젤을 넣는 것으로  유도 분만 절차가 시작됐다. 그때만 해도 금방 아기가 나오는 줄 알았다. 진통은 갈수록 심해졌고 17시간이 지나서야 자궁 경부가 겨우 4.5cm가 열렸다. 실신할 것 같을 때에야 무통 주사를 맞았다. 온몸이 얼얼한 채로 8시간을 더 기다렸다. 9cm쯤 열렸을 때 간호사가 의사를 호출했다. 그러고선 40분 만에 내 태중에서 41주를 함께 했던 낯선 사람, Joy를 만났다.  



출산을 스포트라이트, 거울과 함께!

Joy를 낳은 병원, North York General의 분만실의 첫인상은 수술실보다는 여느 숙소에 가까웠다. 나무로 짜인 싱크대부터 가구, 개인 화장실까지 남의 집에 아기를 낳으러 잠깐 들린 것 같았다. 온 몸이 으슬으슬 떨리는, 차가운 수술실을 상상했는데 누구네 집 같아서 무서움이 덜 했다.


아기를 낳을 때 초록색 수술 가운 같은 천으로 다 가리고 낳는 줄 알았다. 여기선 가리긴커녕 아이가 나올 때가 되자 침대 위에 설치되어 있는 무대조명 같은 걸 켰다. 남편, 엄마, 간호사, 의사 모두 환하게 밝힌 조명 아래에서 내 다리 사이를 보며 나를 응원했다. 남편이 출산하는 장면을 보는 게 부끄럽다는 산모들도 있던데 오히려 든든했다. 한 손을 꼭 잡고 잘 하고 있다고 격려해주는 남편이 있어서 다행이었다.


진통을 25시간가량 한 후라 내가 힘을 못 내자 간호사가 선물을 주겠다며 나갔다. 총총 거리며 가져온 건 놀랍게도 거울이었다. 거울에 비춘 내 회음부를 보며 분만을 했다. 온몸에 힘이 다 빠져서 못 할 것 같았는데 작은 틈 사이로 얼핏 아이 머리통이 보였다. 거울을 보니 어디에 어떻게 힘을 줘야 할지 금방 학습이 됐다. 얼른 끝내자 싶어 몇 번 힘을 죽자고 주고 나니 정말로 내게서 아기가 나왔다. 머리가 나오고 나니 어깨부터 다리까지 몸이 공처럼 말려있던 아기, Joy가 톡! 튀어 나왔다. 내 눈으로 Joy가 내 몸에서 나오는 걸 봤는데도 아직도 신기하다. 옆에서 새근거리며 자고 있는 이 아기가 9개월 하고도 9일 동안 내 몸 안에 있었다니! 직접 겪었으면서도 임신과 출산은 여전히 신비롭다.



캐나다에서의 출산, 뭐든지 정석대로-

유도 분만, 무통주사, 회음부 절개 여부, 모유 수유 등 캐나다에서의 출산의 모든 과정이 교과서 같았다. 예정일이 지나도 Joy가 나올 기미가 안 보여서 유도 분만을 하고 싶다고 의사를 밝혔다. 담당의는 아기와 산모에게 문제가 없기에 최소 7일을 기다려야 한다고 했다. 분만 시에도 아기가 어떻게 저 작은 구멍으로 나올까 싶어서 당연히 회음부를 절개할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의사 두 명, 간호사 한 명이 나를 둘러싸고선 잘 하고 있다고 힘내라며 40분 내내 응원을 해줬다. 언제 애가 나올 줄 알고 저리 여유롭나 싶었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정말로 아기가 내게서 나왔다. 그 때는 야속했지만, 지나고 보니 분만을 자연스럽게 한 덕분에 순산을 했고 회복이 른 것 같다.


아기를 보고 있음 새록새록 생각나는 의료진, 고마워요! :)

분만 과정 하나하나 의사와 간호사들이 차근차근 알려 주고 내게 결정권을 줘서 안심이 됐다. 영어인터라 의학 용어를 쓸 때는 몇 번 못 알아듣기도 했다. 매번 내가 이해할 때까지 쉬운 말로 몇 번이고 설명해줬다. 캐나다에서 언제까지 살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아이를 가지고 낳는 과정을 거치면서 오기 잘 했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임신한 줄도 모르고 왔는데 이 낯선 나라에서 우리는 뜻밖의 환대를 받았다. LA를 그리워하던 마음이 조금은 가셨다.



"나는 아직 Joy가 낯설어. 이상한 건가?"

무리했는지 감기 몸살 걸린 남편...힘내자, 우리!

산후조리를 해주러 서울서 온 엄마는 Joy를 보자마자 사랑에 빠졌다. 옆에서 나는 그런 엄마가 신기했다. 남편과 나는 아직 우리의 아기, Joy가 어색하다. 남편은 우리 둘만의 시공간에 불쑥 나타난 Joy가 낯설다며, 이상한 거냐고 내게 나지막이 물었다. 그럴 수 있는 거 아니냐고 대꾸했다. 나만 그런 게 아니어서 은근히 마음이 놓였다. 불편한 건 당연한 거였다. 말랑하고 보송하니 귀엽다지만, 우리 둘만의 리듬이 있던 일상이 완전히 무너진 건 맞으니깐-


Joy에 대한 어색함은 잘 키워야 한다는 부담감과 겹쳐 시시때때로 우리를 지치게 한다. 혹시 아기가 먹은 걸 게워내거나 울기 시작하면 내가 뭘 잘못했나, 싶어서 안절부절 못 다. 아이가 많이 우는 편이 아닌데도 가끔씩 오래 울 때면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몰라서 그냥 같이 울어버린다.


매일 내가 내게 타이른다. 내가 키우는 게 아니라, 아이가 스스로 크는 거다. 그러니 내가 아이를 조각하듯 만들어내겠다는 생각일랑 버리자고. 육아는 내 뱃속에서 나왔다지만 누구인지는 전혀 모르는 아이, Joy를 차차 알아가는 과정일거다.



Joy야, 안녕!

네 눈과 귀는 엄마를, 코랑 입은 아빠를 닮았단다.


너는 군데군데 우리를 빼닮았지만,

우리와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겠지?


엄마, 아빠는 네가 무지 궁금해.


너는 어떤 사람일까?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싫어할까?

지금의 우리를 닮아 낯을 가릴까? 아빠 어릴 때처럼 동네 어른들에게 말을 붙이고 다니는 수다쟁이일까?


한 가지 확실한 건 너는 네 이름처럼 우리에게 기쁨이란다!



우리에게 와줘서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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