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uerencia를 위한 준비

Si tu vois ma mère, Avalon Jazz Band

by 잼스

Si tu vois ma mère

만약 당신이 나의 어머니를 본다면


Maman tu le sais,

(Mom you know that)

엄마, 당신도 알듯이


rien ne peut changer le passé.

(Nothing can break the past.)

아무것도 과거를 바꿀 수는 없습니다.


Je me souviendrai,

(I will remember,)

저는 기억할 겁니다.


de tes yeux jusqu'à mon dernier jour.

(Your eyes until my last day.)

마지막 날까지 당신의 눈을


우디 앨런의 영화 <Midnight In Paris>, 인트로 부분에서 파리의 모습과 함께 강렬한 인상으로 남아 영화가 끝나고 난 뒤에도 다시 들어보던 음악, Sidney Bechet의 색소폰 연주곡 <Si tu vois ma mère>. 개인적으로는 Tatiana Eva-Marie의 노래도 나쁘지 않지만 Avalon Jazz Band의 클라리넷 연주를 더 좋아한다.




어쩌면 이 얘기부터 시작했어야 했는지 모른다. 은퇴를 앞둔 해에 어머니가 돌아가셨다. 평생 속 썩인 남편과 어린 자식들 때문에 힘겨운 생을 살아오셨다. 자식들이 성장하여 형편이 나아진 뒤에도 돈 걱정을 떨치지 못하고 고생스러운 생활을 그만두지 않으셨는데, 그러다가 결국 암으로 돌아가셨다. 5도 2촌을 위한 첫 번째 여주의 시골집은 어머니를 모시고 가서 보고 산 집이다. 노년에 텃밭 가꾸며 편안히 사시길 바랐지만 혼자 가 계시는 것이 불편하셨으리라. 진작에 집을 고쳐서 가끔씩 모시고 갔으면 좋았을 텐데. 당신은 자식들을 위해 헌신하며 사셨지만 그런 마음을 헤아리지 못하는 큰아들이 얼마나 야속했을까.


여기 와서 그런 생각이 더 깊어지고 그때마다 불쑥 찾아오는 죄책감에 눈앞이 흐려지곤 한다. 그런 어머니에게서 유산처럼 얻은 교훈이 '이 세상에 네 아픔을 똑같이 느껴줄 사람은 없다'이다. 그것은 '살아 있을 때 효도해라'가 아니라 '나 사는 동안 행복하게 살래'이고, 나 자신의 행복이 중요한 삶, 나 스스로 행복을 찾는 삶이다. 어머니가 어디선가 지켜보며 '그 꽃 예쁘네. 너 잘 살고 있구나.'하고 웃으셨으면 좋겠다.




행복을 찾아가는 길에 반드시 정원이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정원이 있는 생활과 그렇지 않은 삶은 큰 차이가 있다. 우리는 자연으로 놀러 간다. 쉬러 간다. 거기에서 에너지를 얻고 때로는 위로를 얻는다. 우연히 흙과 나뭇잎, 이끼 등에서 자연의 위대함과 순리를 깨우치기도 하고, 자연의 순환과정에서 영감을 얻기도 한다. 그 자연이 매일 아침 눈 뜨면 내 앞에 펼쳐져 있다.


평생직장이 생긴다. 그런데 경쟁과 비교가 없다. 그러니 주변의 시선을 의식하거나 타인의 인정을 갈구하지 않는다. 내가 만족스러우면 그만이다. 그동안 내가 해 온 일은 누군가에겐 좋지만 다른 누군가에겐 그렇지 않은 일이었다. 모든 선택과 행위에 다분히 위선의 여지가 있었다. 하지만 나무, 풀, 꽃을 가꾸는 일은 좋은 일이고 남을 해하지 않는 일임을 우리는 본능적으로 안다. 기꺼이 노동을 감내하며 생명을 돌본다. 이제는 그렇게 평온하게 살아야 할 나이가 되었다.



서두가 너무 길고 진지해졌다. 사실 좋아서 하는 거다. 좋을 거란 생각은 했었는데 해보니까 지독하게 좋아서 5도 2촌 생활 예정자에게 미리 준비해 두면 좋을 것들을 알려주고 싶은 거다.


슬기로운 관계 정리

우선 기존 관계의 변화가 쉽지 않다. 주말 모임이나 약속이 어려워진다. 그러니 상대가 예측할 수 있도록 사전에 수시로 나의 5도 2촌 노력을 알려야 한다. 가족의 승낙도 얻어야 하고, 일부 지인들로부터 서서히 잊히는 시간도 가져야 한다. Querencia를 찾다가 오해만 살 수도 있다. 그런 면에서 은퇴는 자연스러운 계기다. 이런 것이 어렵다면 아직 시기상조다. 주말농장을 알아보자.


한편 현지인들과의 새로운 관계 설정도 있다. 외지인은 영원한 외지인이다. 노령 인구가 많으니 진심으로 공경하는 자세만 가지면 된다. 처음부터 주말에나 겨우 오는 입장임을 부각하면 모두 그러려니 한다. 처음부터 가구수가 적은 곳을 택해 접촉을 줄이는 것도 한 방법이다. 아는 분이 홍천에 있는 전원주택 마을에 사는데 매달 반상회도 하고, 회비도 걷고, 단체로 마을 청소도 한다고 한다. 어떤 전원생활을 할 것인지 거처를 정할 때 고려해야 할 것이다.


<결실의 기쁨. 20여 가지의 채소를 기른다>

주말농장 사전 체험

주말농장체험은 도시에서 생활하며 농사의 기본을 익히게 해 준다. 이를 테면 실내 골프연습장에서 아이언부터 드라이버까지 기본 스윙을 배운다고나 할까? 작은 규모의 주말농장일지라도 파종부터 수확 후 시든 작물을 걷어내기까지 생명의 전 과정에 직접 관여하는 것이라서 텃밭농사에 대한 자신감과 자급자족의 기쁨을 맛보게 해 준다. 퇴비를 넣고 흙을 일구어 이랑을 만들고, 시기에 맞춰 파종하고, 멀칭도 해보고 모종도 심고, 풀 뽑고, 북 주고, 지주대 세워 묶어주고, 때론 비료와 살충제도 뿌리고... 8년 정도 주말농장체험을 한 덕분에 어렵다는 생각 없이 시작할 수 있었다.



내 앞가림 내가 하기

5도 2촌 생활에 잘 적응하기 위해선 직접 하는 일의 가짓수를 늘려야 한다. 나이 든 남자일수록 이 부분을 어려워한다. 험담이지만 우리 옆집 사는 분은 아내가 같이 오지 않으려 한다고 볼 때마다 한숨 쉰다. 밥 때문이다. 이래선 오래 머물기 어렵다. 빨래, 설거지, 청소와 정원관리는 기본이고 시멘트 개고, 페인트 바르고, 톱질과 장작패기까지 모든 일을 직접 하게 된다. 서툴러도 내가 직접 하는 재미를 남들 손에서 찾아오려면 미리 습관을 들여야 한다.


5도 2촌은 두 집 살림이다

돈을 아끼기 위해 낡은 주택을 사서 직접 리모델링하는 것은 추천하지 않는다. 직접 해 본 바로는 너무 고생스럽고 생각만큼 결과물이 나오지 않는다. 5도 2촌의 목적에 집수리가 큰 비중을 차지하는 분들도 있다. 그런 것이 아니라면 꾸준한 온라인 매물 검색이 필요하다. 여행 겸 발품을 팔면 대수선을 요하지 않는 집들이 꽤 있다.


시골생활 유지에도 돈이 필요하다. 필수 작업도구인 예초기, 전동드라이버 등은 최저 10만 원에서 50만 원까지 나가는 것들이다. 농기구와 퇴비, 상토, 농약, 묘목, 모종, 씨앗 등 수시로 들어가는 비용도 꽤 생긴다. 난방비야말로 돈 먹는 하마다. 난로는 필수품이고 단열이 좋지 않다면 대책을 세워야 한다. 재활용과 중고제품 구입, 간소한 라이프 스타일을 견지하자. 시골집의 규모는 관리비용을 염두에 두고 구입하는 것이 좋다.


공부의 즐거움

마당과 화단에 자라는 나무의 종류를 세어보니 얼추 60여 가지다. 화초도 약 50여 가지가 되는데 여기 와서 알게 된 것도 있고 아직 낯선 것들도 꽤 많다. 나무마다 가지 치는 방법도 시기도 다르고, 꽃 피는 때와 열매 맺는 시기도 다르다. 텃밭작물을 포함해 수많은 식물들의 생장조건이 다르다 보니 도서관에서 책을 빌리거나 웹사이트를 많이 뒤져 보게 된다. 관심을 갖고 미리 공부를 해두면 한결 힘이 된다.




은퇴 후 Querencia를 갖기 위해 새로운 삶의 터전을 마련한다는 것은 용기가 필요한 인생의 변화다. 싹이 움트기 위해, 새가 알을 깨고 나오기 위해 꼭 필요한 것이 있다. 흙을 헤집고, 껍질을 깨는 일이다. 스스로.


케렌시아의 사계절


이전 03화세 가지 모토를 정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