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가지 모토를 정하다

지속적인 전적생활(全的生活)을 꿈꾸며

by 잼스

정원 가꾸기는 죽을 때까지 할 수 있다.

특별한 자격증이 필요한 것도 아니다. 그 형식도 자그마한 텃밭 정원부터 수만 평의 수목원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디자인과 운용이 가능하다. 하얀 도화지에 그림 그리듯, 붓을 들어 물감을 덧칠하듯, 정원 마당에 풀꽃나무로 예술작품을 만들 수 있다. 이처럼 아름답고 특별한 생활에 결실과 수확의 기쁨까지 누릴 수 있는 평생 일터. 일의 목적을 돈벌이에서 전적생활(全的生活)로 바꿀 수 있는 기회다.


How long will I love you

As long as there are stars above you 당신 위에 별이 떠 있는 동안

And longer if I can 그리고 내가 할 수 있다면 더 오래

영화 About Time에서 ‘OST의 여왕’ 엘리 굴딩(Ellie Goulding)이 노래한 것처럼 그렇게 오래 할 수 있으면 좋으련만...


문제는 사람이 더 일찍 죽는다는 것이다.

늙고 병들고 힘이 약해지는 사람과 달리 식물은 해마다 부활한다. 아니 잠자고 깨어나길 반복한다. 은퇴 후에도 죽을 때까지 정원을 가꿀 수 있다지만 늙어가고 힘이 빠지는 것은 섭리이기 때문에 지속적인 관리가 어려워진다. 아름답던 정원이 덤불과 웃자란 가지로 덮여가는 것을 속수무책으로 방관하지 않으려면, 여력이 있을 때 나중을 위한 지금의 방향성을 가져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우선 객관적인 자기 분석이 필요하다. 나는 게으르고 수입 없는 은퇴자다. INTP.

- 게으르고 점점 늙어가니 일거리를 줄여 관리하기 쉽게 만들자.

- 싫증도 잘 내고 즐거워야 일을 하니 계절별로 다양한 꽃이 피면 좋겠다.

- 수입도 없으니 지출을 줄일 수 있도록 스스로 수선하고 먹거리를 생산하자.


관리용이(管理容易), 사계화원(四季花園), 자급자족(自給自足)

나의 성향을 바탕으로 세 가지 정원 생활의 모토를 정해 보았다. 이것이 나만의 지향점일까? 정원 생활을 염두에 두고 있는 사람들이라면 비슷한 생각을 갖고 있을 것이다. 각각의 세부적인 사항은 하나하나 실천해 가며 기록해 보려 한다. 어느 것 하나 단기간에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자급자족에는 한계가 있다. 사계화원은 식물의 형태와 크기, 정원 디자인도 고려해야 한다. 특히 관리가 쉬운 정원을 만드는 것은 시간과 끈기가 필요한 작업이다.

'Slow & Steady Wins The Race.'


관리하기 쉬운 정원 사례(출처 불명). 키 작은 관목들과 꽃이 조화롭게 층을 이루고 있다


아울러 전원생활을 위한 탄력적 시간운용을 계획해 보았다.

<더운 시기>

06:00~08:00 작업

08:00~09:00 샤워, 식사

09:00~17:00 휴식, 취미생활

17:00~19:00 작업


여름엔 햇빛이 너무 뜨거워 작업이 힘들다.

아침 6시부터 8시까지는 서늘한 기운이 있어서 씨 뿌리기, 삽질, 물 주기 등에 시간을 보내기 좋다. 8시까지 일하고 샤워와 식사한 후 오후 5시까지는 취미생활로 보내는 것이 좋겠다. 무리하지 않기 위해서도 가급적 나누어 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아침저녁은 물 주기, 농약이나 제초제, 비료를 주기에 알맞은 시간이다. 한낮엔 식물들의 광합성을 방해하기 때문에 이런 작업이 좋지 않다. 햇볕은 식물의 밥이다. 밥 먹을 땐 건드리지 않는 게 좋다. 이따금 약한 비가 내리면 파종, 옮겨심기 등 작업을 하기에 좋고, 강한 비가 내리면 배수, 누수 등을 점검하고 시설물 안전을 살펴본다. 텃밭 지지대도 잘 고정되어 있는지 확인하고 작물들이 쓰러지지 않게 해 준다.


<추운 시기>

08:00~12:00 휴식, 취미생활

12:00~13:00 식사

13:00~17:00 작업

17:00~18:00 샤워, 식사


겨울엔 추위로 몸을 웅크리게 된다.

오전엔 쉬고 오후 따뜻한 햇살을 받으며 일하자. 눈 내리면 눈 치우고 장작도 패야 한다. 하루 4시간 정도의 노동은 즐거운 움직임이다. 일을 하다 보면 끝을 보려는 경향이 있는데 당장의 만족감은 크지만 지속적으로 전원생활을 하기 위해선 늘 적당한 선에서 마무리하는 생활이 바람직하다. 특히 장년 이후의 정원생활자에겐 더욱 그렇다.


정원 생활에선 이런 시간계획도 유동적이어야 한다.

'겨울 추위에는 살이 시리지만 봄추위에는 뼈가 시리다'는 말이 있다. 그래서 더운 시기와 추운 시기로 나누었다. 계절과 달력이 꼭 일치하는 것은 아니니까. 출퇴근이 자유로운 정원생활자여. 봄가을엔 적당히 알아서 일하자. 무언가에 얽매이지 않는 전적생활(全的生活)을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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