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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잼스 Aug 15. 2024

2024 폭염, 가장 시원한 여름

시골살이야 말로 제로 웨이스트

‘무자비한 여름 태양 아래, 시민과 나무들 모두 시든다’, ‘나무들은 갈라지고 있다’, ‘지친 몸은 생물다양성의 붕괴로 벌레와 말벌 떼 때문에 고통받고, 번개와 요란한 천둥이 두려워 휴식을 찾지 못한다.’ ‘사계 2050’ 중 챗GPT-4의 ‘여름’ 소네트다. 


‘사계 2050’은 2050년의 기후 예측 데이터를 바탕으로 인공지능(AI)이 비발디의 작품을 편곡한 것이다. 봄 악장의 발랄한 새소리는 전자음으로 지저분해지고, 여름 악장은 길어졌으며 강렬한 타악기가 빈번하다. 태풍과 폭염이다. 해수면 상승으로 잠기는 지역은, 무음이다.


사실 여름이면 듣는 경고다. “지구가 더워지고 있다”에서 “끓고 있다”로 단어만 과격해졌을 뿐 사람도 세상도 그다지 바뀐 것 없다. 이제 한여름의 폭염은 당연한 기후다. 대부분 기후 위기를 인식하고 있지만 다들 적응하는 편으로 기운 듯하다. 당장 무슨 일이 생길 것 같진 않지만 당장 무슨 일이 생겨도 어떻게 할 수 없다.


폭염 불감증이란 말도 있다. 폭염으로 에어컨에 대한 의존성이 높아지고, 전력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가 폭염을 가속화시키는 악순환 말이다. 한편으론 '더운 여름날 땀 흘리는 것을 부끄러워하는 세상'을 에어컨이 조장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기후뿐만 아니라 인간의 마음가짐까지 해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하게 된다.


기상관측 이래 역대급 열대야에서 초열대야로, 최고, 최장, 최악의 여름은 이어지고 있다. 해마다 역대급이라 하니 결국 올여름이 가장 시원하다는 말이 나온다. 삼복더위는 옛말이고 불볕더위, 푹푹 찌는 더위, 가마솥더위, 찜통더위, 한증막 더위에 이르기까지 말풍선만 커졌다. 하나 듣기에도 무시무시한 살인적 폭염은 자못 현실이다.


사람 잡는 더위다. 폭염은 맹수처럼 힘없는 자를 먼저 공격한다. 지금은 더위에 취약한 노인들이 대상이지만 노인이 되지 못한 채로 죽을 수도 있다. 값싸게 일하는 사람에게 닥치는 불행이지만 빙하가 녹듯 내일이 사라지면 높은 임금이 무슨 소용인가. 목숨이 위태롭다는 사실을 알아챌 새도 없이 날씨 때문에 죽을 수 있는 상황, 누구에게나 올 수 있다.


2017년 미국심리학회는 '기후 우울증'이라는 정신 질환을 제시했다. 기후 현상을 보며 개인적 노력의 한계를 느끼는 불안·스트레스·무력감 등을 일컫는 용어다. 제프 구델은 <폭염살인>에서, 온난화로 기온이 1도씩 올라갈 때마다 막대한 경제적 손실은 물론 자살이 늘고, 혐오 발언과 강간 사건을 비롯한 각종 강력범죄 빈도가 높아진다고 경고한다.


물 주기를 깜박했다. 더덕, 블루베리, 애호박


시골살이야 말로 제로 웨이스트 


에어컨을 켜지 않고 여름 나기를 고집하고 있다. 끈적한 습기만 아니면 선풍기와 실링팬이 있어 폭염도 견딜만하다. 한낮엔 미동조차 않다가 해가 수그러들면 밭일을 한다. 힘내서 흥건하게 땀 흘리고 나면 유쾌하다. 몸 안의 노폐물이 다 빠져나가는 것 같고 모처럼 밥 값하는 것 같아 어깨가 올라가기도 한다.


내 몸의 땀이야 물 한번 끼얹으면 그만이지만 뜨거워진 지구는 그리 간단히 식지 않는다. 아니 더 뜨거워지고 있고, 멈출 수 없음을 알기에 두렵다. 알다시피 날씨는 생명을 관장한다. 식물의 싹이 나오지 않고 맛이 달라진다. 아예 키울 수 없게 되는 작물도 생겨난다. 식물의 생태 변화는 곤충과 짐승의 생존에도 큰 타격이다. 아닌 척 하지만 사람도 짐승이다.


미약하지만 뭐라도 해야 하지 않을까? 달궈진 대지 체감하고서야 불안과 각성이 생겨난다. 그렇다면 나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제로 웨이스트와 관련된 책을 몇 권 읽고 보니, 헛! 시골살이 자체가 그것이다. 배달 음식도 일회용품도 없고, 음식물쓰레기는 퇴비로 쓰며, 플라스틱 물병과 스티로폼 상자는 몇 년째 농사 도구로 재활용 중이다.


텃밭을 가꿔 채식을 즐기는 것이야말로 가장 적극적인 환경운동이다. 무엇보다 과도한 육식 트렌드와 함께 사육 밀도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섰고, 때문에 가축 분뇨가 심각한 오염원으로 꼽힌다. OECD 회원국 중 가장 높은 수준이다. 약 절반 정도만 비료로 활용되고 나머지는 토양에 축적되거나 하천 등 외부로 배출돼 환경에 치명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


사람은 자신이 사는 곳과 연결되어 있다. 도시에 살면서 분리수거하는 것만으로 환경을 지켜내는 것은 언발에 오줌누기다. 많이 오염되긴 했지만 그래도 아직 희망을 갖고 막아낼 수 있는 곳은 시골이다. 허파 같은 시골을 지키는 사람들이 많아지길 바란다. 기후 우울증을 치료하는 어깨동무 인간띠가 되어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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