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장면들은 추억과 연결되어 있습니다. 불쑥 튕겨져 나오는 걸 막을 수 없죠. 해말간 구름을 볼 때가 그런데요. 꾀죄죄하고 군기 바짝 든 신병이 떠오릅니다. 고된 훈련을 마치고 땀과 흙으로 범벅된 채 지쳐서 돌아오던 길, 불안과 서러움이 가득한 신삥의 시야를 사로잡은 건 황홀한 구름의 퍼포먼스였습니다. 물, 공기처럼 부재의 고통 뒤에야 반갑고 간절해지는 아둔함은 여전한데, 골이 깊고 공기가 맑은 곳에 살아보니 구름이 다채롭습니다. 과학적 근거가 있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힘들 때마다 나무와 숲이 주는 위안도 더 깊습니다. 명절이라고, 가까이 있어 쉽게 잊고 마는 고마움에 대해 생각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