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오는 다낭에서 그 시절의 나와

by 잼스

요란한 빗소리에 희끄무레 밝은 발코니에 섰다. 반빠오 자전거에서 들리는 찹쌀떡 아저씨 목소리와 전봇대 위에서 마구 엉킨 전깃줄, 물웅덩이 좁은 골목길을 따라 옛 기억들이 선명해진다. 어린 시절을 같이 했지만 어쩌면 나와 함께 사라질 장면들이다. 덕지덕지 이끼 얹은 지붕을 바라보고 있자니 '다니구치 지로'의 만화 <열네 살(원제 : 머나먼 고향)>이 떠오른다. 마흔여덟의 중년이 열네 살의 시절로 돌아간다는 설정에 추억과 그리움을 자아내는 내용이다. 그 시절의 나와 지금의 내가 함께 여기 있다면 우린 어떤 이야기를 나누게 될까? 이해하지 못할 것 같아 쉽게 말하지 못했던 생각들, 끊임없이 이유를 대느라 솔직하지 못했던 시기에 대해 얘기할 수 있을까? 그런데 과연 우리는 같은 사람이라고 할 수 있을까? 이젠 희미해진 시절을 붙잡고 주절주절 떠들고 있는, 다낭의 소적한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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