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험하기 좋은 나이가 어디 따로 있더냐? 목에 힘주어 보지만 사실 따로 있는 것 같다. 갈수록 나이에 따른 제약이 생긴다. 20대 후반이던 80년대 말에 그레이하운드 버스를 타고 미국 전역을 좌충우돌하며 무전여행 한 적이 있는데 지금은 언감생심이다. 비행기를 오래 타는 것도 힘들고, 아무 데서나 자고 무작정 기웃거리는 것도 나이 들어선 남우세스럽다. 젊어서 그런 도전이 늙어선 주접이 아닐까 걱정된다.
우연히 시니어 영어캠프 광고를 봤다. 2주간 고급 리조트에 묵으며 현지 외국어대학교에서 오전에 영어와 베트남어 수업, 오후에 골프나 요가 레슨 또는 마사지를 받는 일정이다. 그밖에 몇 가지 활동이 더 있긴 한데 구색 맞추기란 느낌이 강하다. 이 캠프 참가비는 1인 기준 $2,600다. 항공권과 식사 비용 일부는 자부담으로 추가된다.
한편 장기숙소 플랫폼인 '리브애니웨어'는 명소나 맛집보다 마트와 빨래방을 추구한다. 시내에서 떨어진 해변 근처 주방과 세탁기 있는 숙소를 1인 기준 1박 10만 원에 판다. 3만 원대에 쓰고 있는 내 숙소와 언뜻 크게 다르지 않다. 풀빌라는 훨씬 비싸다. 다낭살이 필수앱 설치를 도와준단다. 침구와 수건 교체, 청소, 방역 등에 대한 언급은 없지만, 그 정도는 포함이겠지? 상품 이름이 '시니어를 위한 올인원팩'이다.
수요가 있으니 판매하겠지만 단박에 외국어가 늘고, 마트와 빨래방 덕분에 즐거운 소일거리가 생길지는 의문이다. 취지와 달리 꼬리가 몸통을 흔든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시니어들은 누가 데려가 주지 않으면 여행이라는 걸 못한다고 생각하는 걸까? 이런 틈새시장이 생겨난 걸 보면, 늙는 게 서럽고 무섭다. 배민이나 쿠팡처럼 빨리 성공한 사업가가 되고 싶어, 투자받고 수익을 올리는데만 몰두하는 건 아닌지 걱정스럽기도 하고.
바닷가 산책도 멍 때리기도 하루 이틀이고 한두 시간이다. 돈으로 노는 건 여행이 아니라 돈질이다. 체류형 여행은 어디든 찾아가고, 스스로 뭔가를 해보는 것이 놀거리다. 편리와 모험의 절충 모델이 필요한데, 숙소도 중요하지만 장기간 할 거리를 같이 팔아야 하지 않을까? 날마다 사소한 놀거리를 30개, 60개 보여주면 체류자는 이런 동기부여를 응용해 더 많은 걸 파생시킬 수 있을텐데. 호이안과 훼를 엮으면 얼마든지 확장, 진화가 가능한데 말이다.
편협한 생각일지 모르지만, 난 사실 다낭살이 하는 사람이 많아지지 않길 바란다. 몰려든 사람들이 만들 폐해가 두렵기 때문이다. 하지만 피할 수 없는 추세라면, 적어도 '시니어를 위한'다는 말을 곧이곧대로 믿지는 말길 바란다. 내가 겪어 본 다낭은 스스로 해볼 수 있는 기회가, 자신을 위한 다낭살이가 얼마든 가능한 곳이다. 우리의 모험, 이제 누가 당차다고 박수를 쳐주겠는가? 어디든 직접적으로 다가서면 내 마음속 따뜻한 갈채를 느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