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초 계획은 이랬다. 성곽 둘레길을 해지는 저녁에 걷고, 해 뜨는 새벽에 걷고, 그러고 나서 안으로 발을 들여 하루를 종일 보내는 거다. 다짜고짜 얼싸안는 일 년만의 재회는 생각할 수 없었다. 그 시작은 괜찮았다.
해질녘 흐엉강과 수로 위 두 개의 다리를 건너서야 만나는 광장, 차량 소음이 성벽으로 차단되는 한적하고 넓은 공간에는 조깅과 걷기운동을 하는 시민들, 전통 복장으로 사진찍는 소녀들, 공놀이 하는 학생들. 모두 여전했다. 우리에겐 어느 정도 익숙하고 반가운 길, 다시 해자를 건너 성곽 바로 밑으로 파고들었다. 걷는 사람이 없어 모든 길은 우리만을 기다린 듯 오해하고 싶었다.
이튿날 새벽 알람 소리에 깼다. 거뭇한 하늘에 해돋이는 틀렸다. 일기예보는 여기 와서도 말썽이다. 마음을 바꿨다. 날이 흐리니 걸어다니기 좋을 것 같아 황궁 안으로 들어가는 일정을 당겨 잡았다. 같은 길을 걸어 훼 황궁 안으로 들어섰다. 첫만남 같은 두근거림이 없는 게 이상했다. 정문인 응오몬(午門, Cửa Ngọ Môn)을 지나니 유적 복원 작업 때문에 곳곳에 장막이 쳐져있다. 때문일까? 지난 기억이 자꾸 끊긴다.
한국에서 마련해줬다는 VR체험관은 4분에 10만 동, 너무 비싸서 건너 뛰고 나서 보니 전기자전거를 대여한다. 90분에 10만 동. 먼저 한바퀴 크게 돌아보기로 했다. 그런데 패이고 깨진 박석 위로 달리려니 엉덩이가 여간 아픈 게 아니다. 반납하고 본격적으로 돌아보려는데 비가 내린다. 멍하니 바라보고 있는 것도 괜찮은 구경이다. 작년에 몇 번 다녀간데다 시간에 쫒기지 않아 마음이 조급하진 않다. 다행히 비는 이내 멎었다.<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