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적인 기록을 발견하다

by 잼스

정리하다 보니 휴대폰엔 보기 좋은 사진만 남았다. 특징이 없거나, 흉한 모습엔 내심 주저한 나였다. "이건 아닌데" 싶다. 여행의 기억도 기록도 사실적이지 않다. 모두 삶이 닿는 곳인데 나는 왜 어떤 것들은 회피하는 걸까? 그럴듯한 곳에 다녀왔음을 뽐내기 위해 은연중 스스로를 기만하고 있는 것일까?


다시 거리로 나갔다. 알 수 없는 때에 차려지는 제사상과 제를 올리는 사람들, 접히는 카드를 한판 가득 손에 들고 파는 사람, 한쪽 어깨에 지게 바구니를 걸머진 상인, 차마 맛보지 못한 길거리 음식들과 시장 사람들, 은행원과 경비, 건축노동자, 어부, 공안 등 내 곁의 다양한 표정을 나는 놓치고 있었다.

그리고 끝내 사진에 담을 수 없었던 모습들도 있다. 복권 파는 노인과 장애인들, 바닥에 상을 깔고 점심을 먹던 마트 계산원들, 카페에서 배달음식을 시켜 먹으며 열심히 게임하던 10대들, 어두운 골목길 따라 스며들듯 수녀원으로 돌아가던 수녀들. 무례함까지 관심이라 할 순 없었다.


카메라를 아무 데나 들이대는 건 무례함이지만 아예 시선을 거두려 애쓰는 건 위선이고 무관심이다. 굳이 구분하고 싶진 않지만 보고 싶은 것만 보고 기억하고 싶은 것만 기억하는 건 관광이다. 기껏 경기장까지 와서 스타디움만 구경하고 가는 거다. 그게 목적일 수도 있지만, 진짜는 안에 있는 걸 어쩌랴.

오늘부터 동계올림픽이 열린다. 누구나 선수가 되어 뛸 순 없다. 관람석에 앉았다고 힘들여 싸우는 선수들에게 미안한 감정을 갖진 않는다. 거기엔 승자도 있고 패자도 있기 마련이다. 다른 사람들과 섞여 응원하고 마음으로 따라가면, 나도 경기의 일부가 된다. 변화하는 이 사회에 잠시나마 속했던 여행자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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