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는 '일'에 지쳐간다

by 잼스

다들 가는 식당의 뻔한 음식만 먹기 싫어서 채식전문식당엘 갔다. 연자(蓮子) 볶음밥, 오색채소연두부, 아스파라거스와 버섯무침이 색달랐다. 갈수록 입맛은 까탈 부리는데 왠지 매 끼니 잘 챙겨 먹어야 한다는 강박이 있다. 그러다 보니 찾아서 골라 먹는 것도 점점 일로 느껴진다. 아는 게 병이라, 식당, 평점, 메뉴, 리뷰... 검색 또 검색을 해도 이젠 다 알만한 음식만 남는다. 딱히 할 일도 없지만 시간을 허비한다는 느낌도 썩 좋진 않다. 이미 더 좋은 가격에 훌륭한 맛을 본 터라 분위기마저 가격을 받치지 못하는 식당엘 가면 괜스레 심통이 난다. 너그럽지 못한 나 자신이 답답해 또 화나고 결국 맛도 기분도 다 망치고 만다. 자주 갈만한 식당을 만나는 것도 쉽지 않다. 이상하리만치 세 번째에서 걸러진다. 먹고 싶던 한식당 김치전골에 입천정을 데어 가며, 어차피 돌아갈 텐데 내가 왜 이곳 음식에 매달리는 건지 되물었다. 돌아보면 평생 먹는 거에 별 욕심과 감흥이 없었다. 그러던 내가 잘 챙겨 먹으려니 외려 버거운 것 아닐까? 그게 가성비와 효과를 따지는 일이 되고 이제 슬슬 지쳐가는 거지 싶다. 어언 두 달, 입맛 걱정 없이 아무것도 묻지 않고 그냥 차려주는 밥이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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