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울 행운 가득한 꽃밭에서

by 잼스

다른 두 도시와 마찬가지로 흐엉강 위로는 여러 개의 다리가 놓여있다. 그중 쯔엉 티엔(Truong Tien) 다리는 6개의 아치로 이루어진 약 400미터의 철교로 1899년 프랑스 식민 정부가 가설했다. 숙소를 나와 다리를 건너면 왼편으로 성채(城砦) 남동쪽 성문이. 오른쪽으로는 강둑을 따라 길게 자리 잡은 동바시장이 나온다.


시장 초입엔 꽃가게가 성황이다. 베트남 사람들의 꽃사랑은 유별해서 설을 앞둔 요즘, 강변과 성 안팎은 붉은 샐비어꽃과 노란 메리골드, 국화로 물든다. 빨강과 노랑은 이 나라 국기에서도 드러나듯(설을 앞두고 깃발이 점점 늘어나 두렵기까지 하다) 민족의 상징색이기도 하다.

붉은색은 혁명과 투쟁의 색깔이기도 하지만 건강과 번영을 기원하는 의미가 있으며 악령을 쫓고 평화와 행복을 가져온다는 믿음을 지닌다. 한편 베트남 마지막 응우옌 왕조 시대에는 노란색이 황제 전용 색상이었으나 몰락 후에는 번영과 성공의 색으로 대중에게 확산되었고 불교의 영향도 있었다고 한다.


그렇게 빨갛고 노란 행운을 기대한다면 공원에 꽃밭을 조성하면 좋으련만 까만 비닐 화분에 키운 어마어마한 양의 꽃을 멀쩡한 잔디마당에 얹어놓는다(잔디를 키워본 사람인지라). 어쨌든 거리와 집집에 놓인 제단과 제상, 피어오르는 향불과 고수레를 보면 이들의 조상숭배와 기복신앙이 얼마나 깊은지 알 수 있다.

운은 신의 영역이다. 운도 실력이라지만 인간의 역량으로 채울 수 있는 건 극히 일부다. 시작부터 우연인 삶, 뜻하지 않게 이 세상에 왔다는 건 준비된 게 하나도 없다는 거고, 그래서 사람들은 오랜 시간이 흘러도 쉬이 없어지지 않는, 무언가 물려줄 수 있는 걸 찾느라 애쓴다.


그런 이유로 어떤 이들은 더욱 운에 기대어 살고, 반대로 살아가는 것 자체에 특별한 의미를 두지 않기도 한다. 재미있는 건 어느 쪽이든 결국 아무것도 갖지 않은 자, 심지어 세상에 없는 자에게 삶의 고민을 털어놓고 구원을 바란다는 거다. 인간의 앞과 뒤의 존재인 꽃에 희망을 걸어보는 것도 비슷한 의미일까? 한겨울 꽃밭이 힘든 이들에게 위로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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