四季花園 사계화원

Pledging My Love, Emmylou Harris

by 잼스

아내를 배웅했다. 주말에 내려와 며칠 같이 지냈는데 일이 있어서 올라갔다. 10월 말 완전 은퇴 후 이곳에 내려온 지 벌써 보름째. 장기간 머물다 보니 가끔씩 아내와 아들이 번갈아 다녀간다. 버스터미널에서 돌아오며 농자재마트에 들러 원예용 상토 2포를 사고, 농협마트에 들러 장을 보고 나니 벌써 두 시가 넘었다. 잠시 비웠던 집안에 들어서자 모과향이 그득하다. 아, 좋다. 스피커를 켜고 음악을 틀어 본다.


Forever my darling

My love will be true

Always and forever

I'll love just you

Just promise me darlin'

Your love in return


내 사랑이여

영원히 내 사랑은 진실될 거예요

항상 영원히

당신만을 사랑할 거예요

약속해줘요 그대

당신도 사랑을 주실 것임을


원곡은 1953년 발표한 Johnny Ace의 <Pledging My Love>. 이후로 많은 뮤지션들이 리메이크했지만 1983년에 배우 겸 가수인 Emmylou Harris가 부른 노래가 가장 친숙하다. 1985년 영화 <Back to the future>의 무도회 장면에 삽입되기도 했고, 무엇보다 그녀의 애절한 목소리가 사람들의 마음에 와닿았기 때문이다. 최고의 악기는 사람의 목소리니까. 나에게는 정원의 풀, 꽃, 나무들이 내게 다짐하는 소리로 들린다. 아니 반대인가?


마음이 급하다. 10월에 종묘사 사이트에서 예약해 두었던 튤립 구근과 납매가 도착했다. 구근 가격이 싸서 종류별로 5개씩 30구를 구입했다. 부리나케 아침에 벗어놓은 빨래 거리를 세탁기에 넣어 돌리고 장 봐온 물건들을 정리한 후 택배를 뜯었다. 5시가 넘으면 서서히 어두워지기 때문에 해가 있을 때 해야 한다. 화단의 반송 가지도 조금 더 쳐주어야 하는데...


튤립을 심었다. 자두 알 만한 튤립 구근의 껍질을 까서 15cm 깊이로 땅을 파고 15cm 간격으로 심는다. 종묘사에서 붙여 온 스티커를 플라스틱 이름표에 옮기고 흙에 꽂아준다. 위치 표시와 함께 나중에 피어나면 이름을 불러줄 수 있다. 타고난 이름은 아니지만 '누구누구 엄마가 아니라 누구 씨'라고 불러주는 것. 스트롱 골드와 데이드림은 노랑 계열, 랄리벨라와 월드스 페이버릿은 빨강 그리고 아이보리 프라우드는 흰색, 스테디셀러 품종인 다이너스티는 분홍색이다.


컬러를 생각한다. 화가의 캔버스처럼 계절별로 피는 꽃으로 정원을 채색하는 상상을 한다. 꽃이 피는 시기에 어떤 모습으로 어울릴 것인지 그려보는 것. 정원을 디자인한다.


납매도 두 그루 심었다. 1, 2월 추위 속에 잎보다 꽃이 먼저 피어 봄이 멀지 않았음을 알리는 한객(閑客). 납매의 꽃은 향기가 그윽하다고 한다. 금목서, 천리향, 재스민 등 꽃내음이 좋은 식물을 증식시켜서 향기 나는 정원을 만들 계획이다. 정원 가꾸며 어디에 가면 어떤 향기가 날지 상상해 본다.


위치와 크기도 생각해야 한다. 반송의 가지를 정리해주었다. 반송은 어린 가지를 틈틈이 잘라주어 굵게 옆으로 퍼지도록 키우는데 내버려두면 길쭉하게 아이스크림 콘처럼 자란다. 가는 가지가 많아지고 위로 높이 자라면 수형관리가 어렵다. 위험한 사다리에 올라가야 한다. 방치하면 그마저도 어렵다.


씨앗을 파종하거나 어린 묘목을 심을 때 성장한 후의 모습을 염두에 두지 않으면 커가면서 서로의 성장에 방해가 될 수 있다. 지난주에 옮겨 심은 목련과 불두화만 해도 그렇다. 다른 나무에 가려 햇빛을 받지 못하면서 키만 훌쩍 자랐다. 초여름에 화사한 꽃을 피우는 철쭉과 황매화도 너무 빽빽하게 자라 개중엔 힘이 부쳐 잘 자라지 못하는 것들이 있었다. 모두 식물의 밥, 볕 잘 드는 곳에 옮겨 심었다.


어제는 수국을 옮겨 심었다. 여기저기 흩어져있던 엔들리스 서머, 인스파이어, 라임이 일가를 이루게 되었다. 불두화, 나무수국과 한데 어우러져 여름을 빛낼 것이다. 늦여름 화단에 붉노랑 상사화와 꽃무릇이 불쑥 피어 너무 반가웠다. 하지만 산만하게 흩어져 있어서 잔디마당 바위 아래로 모두 옮겨 심었다. 기존 화단에도 붉고 노란 튤립이 있지만 수량도 적고 드문드문 있어서 모아 심기로 했다. 담장 쪽 잔디를 일부 걷어내고 새로 만든 화단에 자리 잡았다. 같은 종류의 화초가 무리를 이루면 더 풍성하고 알아보기 쉽다.


씨앗도, 모종도, 구근도, 나무도, 뿌리고, 심고, 퇴비 주고, 잘라주어야 할 시기가 있다. 주말에만 텃밭, 화단, 정원을 가꾸는 5도 2촌 생활자에겐 이를 맞추기 어려울 수 있다. 종류별 품목별로 정리하고 월력을 만들어 놓지 않으면 1년을 건너뛰어야 하기 때문에 기억력보다 기록에 의존하는 것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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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의 꽃을 정리해 본다.


<봄>

화초 ; 수선화, 히아신스, 튤립, 할미꽃, 제비꽃, 흰 장미 앵초, 유채, 백리향, 꽃잔디, 무스카리, 작약, 송엽국, 패랭이, 하늘매발톱, 이메리스, 돌단풍

나무 ; 납매, 동백, 천리향(서향), 모란, 목련, 매화, 사과, 자두, 산수유, 모과, 황매화, 영산홍, 철쭉, 개나리, 진달래, 이스라지, 복사꽃, 찔레, 블루베리


<여름>

화초 ; 아이리스, 접시꽃, 우단 동자, 끈끈이대나물, 왜성 백합, 메리골드, 백일홍, 샤스타데이지, 원추리, 독말풀, 붓들레아, 라벤더, 상사화

나무 ; 복분자, 장미, 불두화, 라일락, 일본 조팝, 장미 조팝, 배롱나무, 붓들레아, 능소화, 치자, 재스민


<가을>

화초 ; 꽃무릇, 꿩의비름, 삼엽 국화, 해국, 쑥부쟁이, 구절초, 자주달개비, 금목서, 골담초

나무 ; 단풍도 꽃이다.


정원을 디자인하는 것이 인간의 취향을 만족시키기 위한 이기적 선택일 수 있다. 지배적 욕망과 쾌감, 자연에 대한 우월감도 엿보인다. 그러나 정원 디자인이 막무가내로 내 입맛만 따르는 것은 아니다. 식물의 생장조건을 맞춰주기 위해 흙을 관리한다. 햇볕과 영양, 물 주기 등 때로는 고된 시중을 마다하지 않는다. 우선은 살아주어야 하기 때문이다. 추위와 가뭄을 견디고, 해충과 바이러스를 이겨내야 한다. 조화와 예술적 감각은 나중 문제다.


그동안 텃밭 가꾸기에 치중해왔지만 5촌 2도가 가능해진 지금부터는 정원의 화초와 수목에 좀 더 많은 관심과 애정을 기울여야겠다. Just promise me darlin' Your love in return

세탁기 안에서 빨래가 말라비틀어졌겠다. 빨래를 널고 밥을 차려야겠다. 오늘 저녁은 북엇국이다.


추기 : 새로운 뚝딱 메뉴 북엇국. 프레이크를 넣고 끓이는 중에 대파와 계란을 풀어 넣는다. 끓고 나서 2분 지나 후추와 깨소금으로 마무리. 물의 계량이 중요한데 싱거우면 소금으로 간을 한다. 식은 밥도 좋고 김치를 곁들이면 더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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