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꾸기 쉬운 庭園

사랑, 결코 시들지 않는

by 잼스

기억해줘 저 하늘이

너를 되돌려줄 그날 다시 온다면

두 번 다시는 이렇게 힘없이

너를 잃진 않겠어

1999년에 발표된 대한민국 대표 록 보컬리스트 서문탁의 노래 <사랑, 결코 시들지 않는>. 세기말 감성이 뚝뚝 묻어나는 가사와 파워풀한 그녀의 목소리가 당시 많은 ‘슬픈 영혼’들의 마음을 다독여 주었다. 약 20년이 지난 2018년, TV 프로그램 <복면가왕>에서 손승연이 피를 토하듯 불러 그 기억을 되살리는데, 특히 후반부의 아찔한 고음 부분은 그야말로 온몸에 전율을 느끼게 한다.


복숭아나무가 죽었다.


힘없이 밑동이 뽑혀 나왔다. 봄에 뿌리 쪽이 흔들리는 것을 발견하고 지지목을 세워주었었다. 그때 옮겨 심었어야 했다. 지름 7cm의 나무로 키우려면 대략 7~8년의 기간이 필요하다. 미안하다. 주위에 다른 나무들이 많아 이리저리 치이고, 뿌리내린 흙이 척박했는데도 알아채지 못하고 너를 내버려 두었구나. 비록 과실을 열지는 못했어도 봄날에 선홍빛 꽃웃음을 보여주었는데...


꺾이고 병들어도 뿌리는 살아 있다. 모과나무도 개미가 구멍을 낼 정도로 썩어있었지만 수목 보호제를 바르고 우레탄폼으로 구멍을 막아 응급처치를 했다. 쓰러진 정자가 덮쳐 발목까지 부러진 보리수도 옆으로 새로운 가지를 스스로 돋게 해서 살아나고 있다. 이처럼 강한 생명력을 가진 나무가, 그것도 7년을 자란 젊은 나무가 고사해서 죽는 것은 변명의 여지없이 관리자의 책임이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어야 한다. 두 번 다시 잃지 않으려면 기억하고 있어야 한다.


수목관리사의 유튜브 영상을 참고해서 모과나무와 배롱나무를 치료해 주었다


정작 힘든 것은 병충해다. 나무마다 가지치기, 비료 주는 시기, 순지르기 등에 있어 시기와 방법이 다르지만 병충해만큼 치명적이지는 않다. 진딧물, 미국선녀벌레, 총채벌레, 갈색날개매미충 등의 해충들이 무리 지어 나무의 수액을 빨아먹는다. 농약을 쳐야 하지만 사람은 물론 다른 식물에게도 악영향을 준다. 그래서 열매의 수확량이나 품질을 양보하고 일부 나무는 그저 꽃을 보는 것으로 만족하기도 한다.

병충해를 견디기 힘들다면 가급적 피해가 적은 수종으로 단순화시키는 것이 좋다. 아무래도 병충해가 많다 보면 다른 나무에도 영향을 주기 때문에 처음 심는다면 꽃을 보기 위한 것일지라도 심사숙고하는 것이 좋다. 과실수 중에 매실, 보리수, 밤나무 등은 병충해에 강해서 방제에 별도로 수고를 하지 않아도 된다.


사다리에서 떨어졌다.


한 번은 앞으로 그다음엔 뒤로. 꼭대기에 올라가 웃자란 매실나무 가지를 정리하다가 사다리가 휘청한 것을 느꼈는데 순식간에 얼굴이 땅바닥에 맞닿았다. 충격이 너무 커서 신음도 제대로 안 나왔다. 손에 전지가위가 들려 있었는데 찔리지 않은 것이 천만다행이었다. 얼굴과 무릎 등에 타박상을 입고 허리 근육이 놀라 며칠간 몸을 움직이기 힘들었다.


두어 달 지나 이번엔 뒤로 넘어졌다. 발을 헛디뎠는데 다리가 위쪽 발판 사이에 끼인 덕분에 뒤통수를 땅바닥에 부딪치지 않을 수 있었다. 정강이와 발목이 심하게 까지긴 했지만 이번에도 구사일생. 두 번 모두 대형사고로 이어지지는 않았지만 천우신조, 불행 중 다행이었다. 물론 지금도 사다리 사용할 땐 조심 또 조심하고 있지만 근본적인 문제는 나무의 키가 너무 커서 관리하기 어려운 데에 있다.

문제의 낙상사고를 유발한 매실나무 가지치기 전과 후


사람 손이 닿지 않을 정도로 나무가 커버리면 열매를 따기도 어렵고, 양분이 높은 가지로만 올라가는 나무 생장의 생리적 특성상 좋지 않다. 새들이 둥지를 틀기엔 좋지만 통풍이 안돼서 가지 안쪽이 썩어가도 손을 쓸 수 없다. 지금은 사다리라도 타고 올라가 가지를 정리할 수 있지만 나중에 나이 들면 아예 손을 놓아야 한다.


가지치기의 핵심은 나무가 햇빛을 잘 받고 통풍이 잘되도록 하는 것이지만 관리자의 여건도 반영해야 한다. 키를 낮추고 옆으로 자라도록 전정하거나 유도줄 또는 클립을 활용하면 된다. 본디 크게 자라는 동백, 향나무, 단풍 등도 전정을 통해 아담한 크기로 유지시킬 수 있으니 할 수 있을 때 관리하는 것이 필요하다.


아예 크지 않은 수목을 선택하거나 성장이 더딘 나무를 키우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다. 키 작은 과실수로는 무화과, 블루베리, 석류 등이 있고, 더디게 자라는 상록수에는 회양목, 소철, 반송, 둥근 측백, 눈향나무 등이 있다. 활엽수 관목은 철쭉을 비롯해 모란, 조팝, 남천, 라일락 등이 대표적이라 할 수 있다.



한편 가지치기 후 잘라낸 가지를 삽목 하여 개체 수를 늘리면 새로 묘목을 구입하지 않아도 된다. 시간이 다소 오래 걸리긴 하지만 생명을 살려내는 기쁨을 느낄 수 있다. 가지치기 후 가늘고 단단한 가지는 지지대로 쓸 수도 있고, 좀 더 굵은 것은 잘 말려서 불쏘시개나 땔감으로 쓴다. 이파리는 다른 식물 아래에 깔아서 멀칭을 하거나 퇴비로 쓸 수 있다.


그것은 풀과 꽃도 마찬가지다. 스스로 퇴비가 된다. 정원에선 모두 번식을 위한 에너지만을 축적하고 그 이상은 공유하거나 환원한다. 공존이 당연한 세상이다. 관리자로서 정원을 보살피기도 하지만 자연의 순환과정을 보며 문득 거기에 나를 투영해 보게 되는 것이 정원 생활자의 일상이다.



두 번 다시는 이렇게 힘없이

너를 잃진 않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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