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기 때문만은 아닌 것 같다. 긴 여행의 여독? 아니 오히려 길어진 시간을 감당하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볼장 다 본 건가? 기어코 아침 일찍 밖으로 나섰다. 다리 밑에서 닭털 뽑는 이와 마주쳤다. 참 오래된 기억의 소환이고, 호이안 시장의 시작이다. 굳이 이리 가야 하나 엄두 내지 못할 만큼 북새통인 지금은 설을 앞둔 이른 아침이고 어쩌면 서둘러야 할 늦은 아침이다. 갈래길마다 노점상이 늘어섰고, 거래와 이동이 한데 엉킨 길 위에 바퀴도 발길도 같이 갇혔다. 한참만에 꽃장사를 만난 건 마침내 시장을 빠져나왔다는 표지였다. 여느 때보다 법석인 시장이 날 좀 깨워주길 바랐지만 그 안에서 삶의 역동을 느낀 건지는 잘 모르겠다. 물 빠진 모래턱에 노곤히 쉬고 있는 소원배가 내 모습 같아 한참을 바라봤다.
지난밤 앉을자리 없던 식당들과 널브러진 쓰레기 사이로, 뭐라도 해야 하는 듯 달리고 걸음을 재촉하는 이방인들의 심각한 표정이 우스꽝스럽기만 하다. 매일 이 도시와 마주하는 사람들에게 호이안은 어떤 느낌일까? 필요함도 특별함도 느끼지 못하는 익숙함이야말로 여행의 독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남은 기간은 하루하루 살기로 마음먹는다. 어쩌면 지금은 여독의 부기를 빼고, 남은 시간을 헤매지 않고 찾는 중이라 다독이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