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을 준비합니다

Fly Me to the moon, Julie London

by 잼스

Fly Me to the moon

나를 달로 보내줘요

And let me play among the stars

저 별들 사이를 노닐게 해 줘요

Let me see what spring is like on Jupiter and Mars

목성과 화성의 봄은 어떤지 내게 보여줘요


1954년에 Bart Howard라는 분이 작사 작곡한 재즈 명곡. 60년대 들어 미국의 <아폴로 우주계획>에 힘입어 대히트를 쳤다는 것이 재미있다. 뭐 이후로도 많은 가수들이 불렀지만 <신세기 에반게리온>, 최근엔 <오징어 게임> 등의 OST로서 지금도 사랑받고 있는 노래다. 개인적으로는 Julie London의 목소리로 듣는 것이 가장 편하다.


봄을 맞을 준비를 합니다.

달도 별도 아니고 목성과 화성도 아닌 지구상의 작은 촌구석 마당에 봄이 오길 기다리면서.


어제는 배롱나무와 꽃사과 그리고 대추, 포도나무 가지치기를 했어요. 과감한 가위질과 톱질이 필요한 녀석들이죠. 보통 식물의 휴식기인 12월에서 2월 사이에 가지를 치는 것이 좋다고 합니다. 2월까지 기다린 이유는 한겨울에 잘려나간 가지가 아물지 못하고 동해를 입을 수도 있다고 해서죠. 나름 신경쓸게 많습니다.


이발 후엔 병해충 방제를 위해 기계유유제(machine oil emulsion, 機械油乳劑)를 온몸 구석구석 겨드랑이까지 흠뻑 뿌려주었죠. 기계유유제는 machine oil 95%와 유화제 5%로 구성된 살충제예요. 깍지벌레를 비롯한 월동해충 방제에 효과가 있다고 하네요.


명칭 그대로 기름성분이 곤충의 숨구멍을 막거나 피부에 침투해서 살충효과를 가져온다고 합니다. 저독성 농약이기 때문에 친환경 재배에 사용하죠. 하지만 기름 성분이 식물을 덮기 때문에 피해가 나타날 수 있고 특히 고온기에 약해藥害 우려가 있어서 겨울에 뿌립니다.


주로 과실수에 살포하는데, 미끈한 배롱나무도 깍지벌레 피해로 새카맣게 그을린 데다가 곳곳에 하얗게 알을 까놓아서 열심히 뿌려주었습니다. 에휴, 자료를 찾아보니 "알을 낳은 후 기계유유제를 살포할 경우 방제 효과가 현저히 떨어진다”고 나오네요. 아직 많이 부족한 정원생활자입니다.


그래도 아직 기회는 있습니다. 석회유황합제로 방제를 한번 더 해줄 거니까요. 기계유유제와 같이 쓰면 안 되기에 대략 20일 정도 지나야 합니다. 석회유황합제는 생석회와 유황으로 만든 친환경 약제인데요, 과수원에서는 필수적으로 사용합니다.


복숭아잿빛무늬병, 잎오갈병, 흑성병, 흰가루병, 깍지벌레, 응애 등의 월동병해충에 탁월한 효과가 있다고 해요. 참 병도 다양하죠? 일 년에 한 번, 꽃 피기 한 달 전 동절기에 살포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라네요. 과일나무뿐만 아니라, 일반 관상수나 조경수, 소나무에도 살포하면 좋다고 하니 나무 건강을 위해 챙겨야겠습니다.


작년에 쓴 다이어리를 보니 2월에 가지치기를 엄청 많이 했더라고요. 사다리에서 발을 헛디뎌 떨어지기도 하고... 넘겨보니 이맘때 해야 할 일들이 눈에 들어옵니다. 역시 어느 분야에서나 기록의 힘은 기억을 압도하는 것 같아요. 농마트에 전화를 해보니 다음 주부터 씨감자를 판매한다고 하네요. 이런 것도 시기를 놓치면 구하기 어렵답니다.


2월 중순에 씨감자, 시금치, 완두콩, 열무 씨앗 등을 잘 챙겨 놓고, 월말에 석회유황합제를 뿌리고 나면 텃밭에 투명 비닐을 깔아야 합니다. 일주일 정도 지나면 언 땅이 녹아요. 부드러워진 흙에 퇴비와 석회고토, 토양살충제 등을 섞은 후 밭을 일구죠. 그렇게 해놓고 구획을 나눠 어디에 어떤 작물을 심을지 대략적인 구상을 하게 됩니다. 일조량을 감안해서 그늘지지 않게, 가급적 작년에 심은 작물은 같은 곳에 심지 않도록 하면서 땅 모양에 따라 편리한 동선을 만들죠. 3월이 되어야 본격적으로 씨앗을 파종합니다.


입춘이 지났지만 사실 입춘이라 쓰고 기다림이라고 읽게 되잖아요? 우수(2.19), 경칩(3.6)이 지나야 비로소 봄이 오더라구요. 저는 24 절기를 캘린더앱에 전부 저장해 놓았는데요, 우리 조상님들의 절기 구분은 참 감탄할만합니다. 덕분에 기후 변화를 예상하고 정원과 텃밭 준비를 알맞은 시기에 할 수 있습니다. 춘분이 되어야 본격적인 봄인데 올해는 3월 21일로 (모든 24 절기가) 작년과 같아요. 이때가 되면 대부분의 채소와 꽃씨를 심을 수 있어요.


우리 정원에 봄소식을 가장 먼저 알리는 것은 매화예요. 이미 꽃눈을 잔뜩 매달고 있지만 그래도 3월이 되어야 꽃이 핍니다. 아, 어쩌면 작년 가을에 심은 납매가 먼저 꽃을 보여줄 수도 있겠네요. 잊었던 녀석의 존재가 떠오르는 순간 잔뜩 기대가 커집니다. 춘분 즈음이면 수선화, 제비꽃, 목련, 동백, 작약, 꿩의비름 등에서 새순과 꽃봉오리가 올라오죠. 산수유도 앙증맞게 노란 꽃망울을 터뜨리고 동백꽃도 드문드문 얼굴을 드러냅니다.


해 뜨는 시간이 점점 빨라지고 있어요. 다음 주엔 화목난로도 깨끗이 청소해야겠습니다. 주목과 단풍나무에 걸친 채 겨우내 반짝이던 트리조명도 걷을 때가 된 것 같구요. 꽃샘추위가 지나가야 봄이 오겠지만 이렇게 얘기하다 보니 마음은 벌써 한 달 후 봄에 가 있게 되는군요. 폭설과 난방비, 치솟는 물가를 견디며 어느 때보다 살아내기 힘든 겨울을 보내고 있지만 그래도 어쩌겠어요, 봄날에 대한 기대는 놓지 말아야죠.

봄이라도 와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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