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체와 언어
글쓰기 교육에서 제일 먼저 강조하는 점은 진실한 글을 쓰라는 것이다. 진실한 글을 쓰려는 윤리적인 소양이 갖춰지고 나름의 전문 영역에서 글쓰기를 할 즈음, 누군가는 저널리즘이라는 전문적인 영역의 글쓰기 훈련을 받을 테고 아마도 진실성의 토대 위에 사실성을 세워나가라야 함을 강조받지 않았을까? 하지만 이런 교육을 통해 수양한 윤리와 양심은 늘 현실 앞에서 무너지는 법인 모양이다.
출판 언론이 인터넷 언론으로 변화고 오프라인 구독자수보다는 온라인 구독자수나 조회수가 중요해지면서 어떻게든 독자들의 관심을 더 끌려는 노력을 기울일 수밖에 없는 현실은 알겠다. 그래도 광고업계가 아닌 저널리즘의 영역에서 소위 낚시글을 보게 되는 건 영 기분이 좋지 않다. 특히 요즘처럼 편이 갈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정치적으로 분열된 시대에 정치 관련 저널리즘의 낚시글들은 세상을 더욱 복잡하고 어지럽게 만든다.
저널리즘 영역의 낚시글에 대한 이야기하려면 그런 사례를 들면 좋을 터인데 그런 글을 올리면 또 복잡해질 것 같고,,, 아무도 뭐라고 하지 않을 만한 이슈를 가지고 저널리즘의 낚시성 기사제목 뽑기 실태에 대해서 생각해 보면 어떨까?
마침, 웹 브라우저를 열었더니 MSN에서 갈무리해서 제공하는 기사 중에 그런 예를 하나 볼 수 있었다. 배슬기의 킥보드 사고에 관한 기사였는데 '배슬기'가 누구길래 이런 기사가 뜨나 싶어서 뉴스로 검색했다. 아래는 검색 결과의 일부.
뭘까? 세 번째 기사는 다른 기사들에 비해 제목이 튄다. 100퍼 낚시다. '피 철철, 하늘나라 갈 뻔'한 사람의 사진이 심각한 부상은 아닌 것 같다. "하늘나라 갈 바에야 천천히 걸어 다니렵니다"라는 원문을 '하늘나라 갈'까지만 가져오고 '뻔'은 만들어 붙였다.
기사를 읽어 봤다. (기사 전문 링크) 혹시 내가 못 찾았나 싶어서 'ctrl+f' -> '철철'. 검색결과 제목에 달랑 하나. 연예 기사의 특성상 대중의 관심을 끄는 게 중요할 수 있다는 걸 감안해도 골똘히 생각해서 이런 식의 기사 제목을 뽑아도 되는 시대가 되었음에 놀라게 된다. 아무리 낚시를 해도 그렇지 옆에 사진을 두면서 저렇게까지 해야 되나 싶고 한심해 보이는 건 나뿐일까? 어쩌다 저 기사부터 접한 배슬기의 팬들이 있었다면 어땠을까?
연일 쏟아지는 가짜 뉴스들.
어떤 뉴스가 가짜 뉴스인지 진짜 뉴스인지를 판별하는 일 자체가 일이 되어 버린 시대.
누가 이런 시대를 만들었을까? SNS로 소통하는 대중들의 가십일까 윤리적 소양이 결여된 저널리즘일까?
하긴 방치하는 이도 있겠구나...
오늘도 나는 쌍끌이 저널리즘에 낚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