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어 관용 표현 중 '정도가 지나침'을 나타내는 표현으로 '해도 너무하다', '해도 해도 너무하다'는 표현이 있다. 문법적인 구조는 '(착해도) 착해도 너무 착하다', '(먹어도) 먹어도 너무 먹는다' 등과 비슷해 보인다. '[X-어도 X-어도 너무 X-]'구성에서 'X' 자리에 '하다'가 사용된 것처럼 보인다. 특이한 점은 [X-어도 X-어도 너무 Y-]에 해당하는 표현은 거의 쓰이지 않는다는 점이다(적어도 지금까지는 이렇게 생각해 왔고 여전히 나의 직관은 그러하다.).
- 단순해서 좋다. 구성문법적 접근의 장점이랄까..
그런데 'X-어도 X-어도'는 '먹어도 먹어도 배가 안 부르다, 착해도 착해도 그 애만큼 성격이 좋기는 어렵다'에서처럼 반드시 'X'가 뒤따라 나타나야 하는 것은 아니다. 'X-어도 X-어도'가 '(너무) X-'를 수식하는 구조([[X어도 X어도]+[([너무 +]) X-])일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다만, 이런 분석을 시도할 때에는 지나침의 정도가 조금 덜함을(왜 '덜함'을 '덜 함'으로 띄어 쓰고 싶을까?) 표현하는 '해도 너무 하네, 먹어도 너무 먹는다, 착해도 너무 착한데' 등도 자연스러움을 고려해야 한다. 'X-어도 너무 X-' 구성에서 'X-어도'만 반복한 구조([[X어도]+ [[X어도]+[([너무 +]) X-]]])로 볼 여지도 있을 것 같다.
- 둘을 별개의 구성으로 분리하여 설명하든지(기술문법적 접근) 두 가능성을 통합할 수 있는 방법을 고안하든지(구조주의적 접근) 해야 하는 문제가 남아서 복잡해 보인다.
한편, 'X'를 부정하는 경우에는 '먹어도 먹어도 못 먹겠다, 잡아도 잡아도 안 잡힌다'와 같이 동사 부정은 자연스럽지만 형용사 X를 부정하는 예는 쉽게 떠오르지 않는다. 장형 부정이든 단형 부정이든 형용사 부정은 어색해 보인다. 그리고 동사 부정의 경우에도 '해도 해도 너무 못하다'는 어색하다.
- 이러저러한 논리를 펼치기가 복잡하니까 사전에서도 '너무하다'를 한 단어로 처리하고 지 않았을까?
그런데 '해도 해도 너무 못하다'가 자연스러운 예를 발견했다. (아래 동영상 10초 재생구간 참조)
"해도 해도 너무 한다. 해도 해도 너무 못한다."
해도 해도 너무 신기했다. 발화 실수인 것 같은 동영상의 예는 인간의 머리 속에서 문법이 재구성되는 과정을 반영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 부분은 구성 문법에서 놓치고 있는 부분인데 극심한 귀차니즘으로 인하여 자세한 설명은 다음에 생각하면 하기로 한다.) 해서 혹시 '[[해도 해도 너무] + X-]'로 분석할 수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네이버에서 검색을 해 봤더니 해당하는 예가 검색되어 나왔다.
두 예는 '[[해도 해도 너무] + 많-], [[해도 해도 너무] + 올리]'로 분석할 여지가 있지 않을까? '[(X-어도) X-어도 너무 X-]'나 '[[X-어도 X-어도] + Clause](위에서 언급한 독립적인 'X-어도 X-어도' 구성'을 말함)'는 자연스럽지만 [X-어도 X-어도 너무 Y-]는 어색하니, 아니, 했으니까. 기존에 자연스럽던 두 구성이 언어 처리 과정에서 '[[해도 해도 너무] + Y-]' 또는 '[[해도 해도] [너무 + Y-]]' 정도의 구성으로 융합되어 가고 있을 가능성은 없을까?
- 심증은 확실한데 물증은 묘연하다. 이런 설명심증이나마 구체화할 수 있는 문법 모델이 있으면 좋겠다. ChatGPT의 작동 과정을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완벽한 번역기를 설계하는 데에도 써먹을 수 있지 않을까? 설마 언어를 너무 많이 이해하게 되는 일이 또 하나의 바벨탑 쌓기가 되지는 않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