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꾸 이익을 당해요."

priming effect와 창의적인 통사 구조 생성

by 콜랑

인지 현상 중에 프라이밍 효과(priming effect)라는 게 있다. 머리 속에 떠올라 있는 인지 상태가 새로운 인지 처리에 영향을 주는 효과다. 대체로 인지 실험에서는 자극 반응 시간을 측정하여 그런 효과의 유무를 판단한다. 기존의 맥락이 새로운 이야기에 영향을 주는 현상으로 생각하면 쉬우려나... (가짜 뉴스를 이용한 여론 몰이도 무관하지는 않다.)


아무튼 문법 현상에서 이런 효과를 접하는 일상적인 사례는 대체로 발화 실수에서 나타난다. 어떤 단어나 표현에 집착하면서 말하다 보면 어휘 선택이나 표현 선택에서 실수를 하는 경우가 왕왕 있다. 그래서일까? 프라이밍 효과와 문법의 관계에 대해서 진지하게 고민하는 예는 찾아보기 어려운 편이다. 대부분의 인지 실험에서는 어휘 점화 정도를 실험하고, 문법 현상과 관련해서는 중의성 해소에 맥락이 미치는 영향을 실험하는 정도인 것 같다. 정상적인 문법 처리는 기존의 연결 관계 속에서 구성문법적으로 자연스럽게 처리되는 것으로 생각하기 때문일까?


언어 표현은 무한하다고들 하고, 우리는 늘 새로운 발화를 한다고들 하지만 정작 정말로 새로워서 듣도보도 못한 것 같은 느낌을 주는 표현은 그리 많지 않다. 지금 이 글의 문장도 대체로 그럴 것이다. 그래서 문법 처리 혹은 통사 처리에서 창조성을 간과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인지 능력으로서의 통사 처리를 생각해 보면 언어학의 문법 이론도 마땋이 창조적인 표현이 등장했을 때 이를 설명할 수 있는 모델이면 좋을 것 같다. 예를 들면 다음과 같은 상황을 설명할 수 있는 통사 모델 말이다.


영상 12초 구간을 보면 "자꾸 이익을 당해요."라는 표현이 나온다. '이익을 당하다'? 아주 부자연스러운 표현이다. 문법적이지 않다. 그런데 아주 자연스럽다. 말을 하는 사람이나 듣는 사람이나 아주 자연스럽다. 프라이밍 효과 때문이다. 프라이밍된 맥락이 새로운 통사 묶음에 영향을 준 것이다. (심리학에서는 이런 현상을 '맥락 효과'라고 한다.)


통사 처리 중에는 프라이밍 효과도 간섭할 수 있다는 게 확실해 보인다. 그 말인즉, 통사 처리는 맥락의 영향도 받을 수 있다는 뜻일 게다. 기존에 존재하는 구성들 간의 연결(link)로 문장을 해석하는 구성문법만으로는 설명이 불가능하다. 기존에는 없던 연결이기 때문이다. 이런 연결이 가능한 이유는 무엇일까? 현존하는 문법 이론에서는 이 지점을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그 구체적인 과정을 보여줄 수 있는 모델 어디 없을까 늘 고민을 했었는데 요즘은 어째 가능할 것도 같아 보인다. 지금 준비하고 있는 일이 끝나면 조만간 한번 시도해 볼까 싶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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