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술적 글쓰기... 문장 교육은 아니지 않을까??

- 문장론과 글쓰기에 대한 오해

by 콜랑

개학했다. 여느 학기처럼 수강생들에게 자기소개서를 요구해 본다. 최근 몇 년 사이에 부쩍 느끼게 되는 점은 띄어쓰기가 점점 더 안 되는 것 같다는 것. 그리고 그래도 이해하는 데에는 거의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것. 그래서 띄어쓰기 규정이 과연 복잡할 필요가 있을까 하는 점. 그러다 이내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장은 정확할수록 좋다>는 명제는 부정할 수 없다'며 원점에 다시서기.


대학의 글쓰기 훈련은 소위 '학술 문장' 작성 훈련이기 일쑤다. 학술적인 문장이란 과연 무엇일까? 나는 그런 훈련을 얼마나 받았길래 그런 교육을 하고 있을까? 문장론인지 문체론인지 모르겠으나 아무튼 영어권에는 academic writing만의 독특한 style이 있다고들 한다. 한국어의 경우는 어떨까?


예를 들어서 아래의 문장 중 학술적인 문장으로 가장 적절한 것을 고르라면 고를 수 있으려나?


가) 사람마다 삶의 마지막을 받아들이는 방식은 각자의 상황에 따라 모두 달랐다.

나) 삶의 마지막을 받아들이는 방식은 사람마다, 각자의 상황에 따라 모두 달랐다.

다) 사람마다 각자의 상황에 따라 삶의 마지막을 받아들이는 방식은 모두 달랐다.


위 예문 중 실제로 사용된 문장은 '나)'이다. 가)와 다)는 그 변형이다. 만약 학술적 문장으로 어느 하나를 골랐다면 그 이유는 무엇이라고 설명할 수 있을까? 이런 설명을 시원하게 하기 어렵다면 대학에서 학생들에게 학술적 글쓰기를 강조할 수 있는 근거는 인용/참고문헌 작성 외에 무엇이 더 있을까? 아래와 같은 정도의 교육은 학술 문장에 관한 교육일까 아니면 일반 문장론 교육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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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고대 신문


한국에서는 학술적 글쓰기란 무엇인가? (학술적 글쓰기라고 할 수 없는 것은?) - 에세이리뷰 블로그 (essayreview.co.kr) 정도가 학술적 글쓰기와 관련된 합의라고 보인다. 개인적으로는 이 사이트에서 소개하는 내용 중에서 학술적인 '문장'에 관한 부분을 가려내고 이를 일반적인 문장론과 다른 학술 문장론이라고 하면 어떤 차이를 말할 수 있을까 모르겠다.


학술적 글쓰기에서 가르쳐야 하는 문장은 문법적으로 바른 문장이 아니라 분석하고 예시하고 설명하고 객관화하고 문장과 이들 문장을 이용한 논증 방법이어야지 어휘나 문장 다듬기여서는 무언가 많이 부족하지 않을까?


'목표 없이 달리'거나 '주먹을 뻗어 허공을 치'지 않으려면 글쓰기와 학술적 논의를 혼동하지 말아야 할 것 같다. 중요한 건 객관적인 논증이지 인용하고 문법적으로 정리하는 게 아니니까. 그런데 정신을 똑바로 차리면 차릴수록 학생들이 싫어하는 것 같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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