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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콜랑 Nov 04. 2023

글쓰기 - 좋은 문장의 조건 하나

문장론 (1)



(생략) 커뮤니티 활동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일들은 도구로서 매체의 변화가 있을 뿐 예나 지금이나 크게 다르지 않다. 과거 편지와 같은 소통수단이나 대학 동아리방에 걸려 있던 ‘날적이’, PC통신 동호회나 싸이클럽과 미니홈피 등은 그 시대에 어울리는 역할을 충실히 했다. 트위터나 페이스북, 인스타그램과 같은 새로운 문화도 개인과 커뮤니티라는 그 관계성에 대한 반응으로 등장한 것이라 볼 수 있다. 개인이 활동하는 계정이라 하더라도 그 안에는 상호관계를 통한 일종의 커뮤니티 기능이 전제되어 있는 것이다.

    그렇지만 어떤 분야에서는 일상화된 트렌드가 다양한 세대가 겹쳐 있는 지역사회에서는 여전히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대부분의 기술 기반의 플랫폼들은 여전히 새로운 학습이 전제될 수밖에 없으며 나아가 다양한 격차로 나타나게 된다. (생략)

                                                          --- 출처: 지역문화진흥원 공식 웹진 지:문 11월호 (rcda.or.kr)





    글을 쓸 때 가장 고민스러운 점은 '읽는 사람이 나의 의도를 정확하게 파악하면서 읽어낼 수 있을까' 하는 우려다. 나의 의도를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하게 만드는 요소 중 하나는 중의적 해석이 가능한 문장이다. 지금 내가 쓰고 있는 문장이 혹시 중의적으로 읽힐 여지는 없을까? 위 인용문에서 붉게 표시한 문장이 그런 예인 것 같다. 인용문의 내용 자체가 어려운 게 아닌데 표시한 문장을 읽을 때부터 이해가 되지 않았다. '이게 무슨 말일까?' '비문인가?' 서너 번을 다시 읽어도 왠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슬슬 짜증이 나려고 하던 차에 마시던 커피의 이뇨작용이 생리적 신호를 보내 왔다. 화장실에 다녀와서는 다음 문장부터 읽을까 말까 고민하다가 억지로 다시 읽어내리기 시작했다. 이건 또 웬일인가! 무슨 말인지 한번에 이해가 됐다. '이런 바보같은... 이 문장을 왜 이해를 못했던 거야!!!' 


    다시 그 문장을 뜯어 보니 왜 이해를 못 했고 왜 쉽게 이해할 수 있었는지 이유를 알 수 있었다. 문제의 문장을 읽을 때 휴지를 잘못 두고 읽었던 것이다. 휴지의 위치는 문장의 통사 구조 해석에 영향을 미친다. 아래와 같은 차이가 발생할 수 있다.


  (1) 내가 읽었던 방식

        그렇지만 어떤 분야에서는 / 일상화된 트렌드가 다양한 세대가 겹쳐 있는 지역사회에서는 여전히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2) 정확한 해석 방식

       그렇지만 어떤 분야에서는 일상화된 트렌드가 / 다양한 세대가 겹쳐 있는 지역사회에서는 여전히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이유는 알 수 없지만 몇 번이고 '/' 위치에서 일단 쉬어 읽었다. 이 위치에서 계속 청킹(chunking)이 되니까 뒤에 오는 밑줄 친 부분을 주어로 해석하게 되고, 자연히 문장을 비문으로 분석할 수밖에 없었다. 바보처럼 왜 몇 번이고 똑같은 방식으로만 읽으려고 했는지는 모르겠다. 졸렸었나?? ^^;;  그건 그렇고, (2)의 방식으로 읽으면 문장 해석이 아주 잘 된다. '/' 부분에서 청킹이 일어나고 밑줄 부분은 자연스럽게 주어로 해석된다.


    한심하기 짝이 없던 차에 '니 탓이오' 본능이 발동한다. '읽는 사람이 적절한 교육을 받은 사람이라고 가정하고, 자연스러운 청킹을 하면서 읽을 수 있도록 - 다시 말해, 통사 구조 분석에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 쉽게 읽고 이해할 수 있는 방식으로 글을 써야지 왜 이렇게 쓴 거야?' 그런 의미에서 위 글은 '그렇지만' 다음에 쉼표 하나 넣어줬더라면 어땠을까 싶다. 


    그런데 아무리 읽어 봐도 내가 문제였다. ㅠㅠ 참고로 청킹 단위의 길이에는 개인차가 있을 수밖에 없다. 위 문제의 문장은 사실 맥락이 주어져 있기 때문에 별다른 문제가 없는 문장이다. 초등학생이 읽을 경우라면 역시 문두 부사구인 '어떤 분야에서는'까지 읽고 청킹이 일어났을 테니까. 인간은 참으로 간사함을, 아니 '나'라는 놈이 참으로 간사함을 새삼 깨닫게 된다. 탓할 게 따로 있지...


    어찌되었든 결론은... 좋은 문장의 조건. 읽는 사람의 청킹에 문제가 생기지 않는 문장이 좋은 문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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