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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콜랑 Dec 01. 2023

설마, 대한민국의 글쓰기 성적표??

- 글쓰기 교육의 현재에 대한 단상

<대문 이미지 출처: [글쓰기 방법] 일하는 사람들의 삶을 위한 글쓰기 교실 (sdm.go.kr)>


강원국 작가의 <대통령의 글쓰기>라는 책이 세간에서 유명세를 얻은 적이 있었다. 주된 내용은 대통령의 연설문을 작성하던 경험을 토대로 집필한 글쓰기 서적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흥미가 있어서 목차를 펼쳐 보고는 덮었던 기억이 있다. 체계적인 글쓰기 훈련에 도움이 될 법한 책은 아니라고 판단했던 것 같다(뭔가 노하우 중심의 책이었던 것 같은데 기억이 가물가물...).


글의 생명력은 본질적으로 '잘 조직된 생각'을 토대로 한다. 그 생각을 글로 풀어내는 데에도 별도의 재능과 훈련이 필요하지만, 그런 훈련에 앞서는 것이 생각이다. 아이러니는 그런 사고 훈련에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 텍스트의 구조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하는 글쓰기라는 점이다.


텍스트의 구조는 사고의 결과물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텍스트의 구조를 이해하면 생각을 정리하는 데 도움이 된다. 생각이란 것이 처음부터 조리있고 정확한 경우는 거의 없다. 대체로 생각을 조직한 후에 글을 써도 중간에 많은 변개가 발생하기 마련이다. 그래서 처음부터 잘 짜여진 생각을 틀을 반영하는 텍스트의 구조를 활용하면 도움이 된다. (개인적인 경험상, 국내 글쓰기 교육의 현장에서는 교사조차 이런 사실을 분명하게 인식하고 있는 경우가 드물어 보인다는 점은 매우 아쉽다.)


일상의 업무로 글을 쓸 때에도 텍스트의 구조를 고려하면서 글을 쓰면 도움이 된다. 논문, 기획서, 보고서처럼 복잡한 생각을 담아내야 하는 글이 아니라면, 목표와 방향을 대충 정해 두고 일단 글을 써 내려가면서 생각을 정리하는 게 편하다. 또 그렇게 해도 큰 문제는 없다. 일상에서 작성하는 글의 대부분은 글을 쓰면서 생각을 정리한 텍스트일 것이다. 지금 작성하고 있는 글도 대략적인 글의 목표와 방향만 설정하고 일단 써 나가면서 생각을 정리하면서 쓰고 있다. 비교적 짧은 길이의 글을 쓸 때 글의 구조를 잡고 쓸 내용을 정리하면서 쓰는 일은 귀찮기도 하거니와 그럴 필요를 느끼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특정 텍스트의 구조를 모르더라도 어떤 내용을 어떻게 담아 내는 것이 적절한지 혹은 편리한지 정도는 이해할 필요가 있다. 어쩌면 공교육의 글쓰기 교육 목표는 이런 원리를 이해하고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아닐까 싶다.


그런 정도의 상식(?)적인 소양만 있어도 아래와 같은 사건은 없었을 것이다. 기본적인 맞춤법부터 문제가 가되는 대통령의 축하장(문서)을 첨삭하는 인터넷 실시간 방송이라니! 

초대장 작성에 기사문이나 보도자료 작성의 원칙을 들먹일 필요까지는 없겠으나, 내용을 조직하고 문장을 다듬는 정성 정도도 느껴지지 않는다. 생각하는 훈련이 안 되어 있다. 대통령실 누군가의 자격을 논하는 건 내 알 바 아니다. 비자격자가 쓴 글이라고 전제하다. 그래도 공교육 정도는 받은 사람이 쓰지 않았을까? 대한민국 글쓰기 능력의 평균 성적표인 듯한 사건에 통탄할 일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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