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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콜랑 Apr 04. 2024

"을씨년스러웠다 스러울 정도로"

- 새로운 문법 출현의 단초일까?

'~인가 싶다', '~인가 의심스럽다' 등과 같은 표현에서 '~인가'에 해당하는 완전한 형태의 문장 형식이 있다. 관형절이나 부정문의 내포절인 완형 보문과 비슷한 모습이지만 특별한 어미를 상정할 수 없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완형 내용절' 정도랄까? 이런 문법 현상을 종합적으로 검토한 논의가 어디 있을 법도 한데 공부를 많이 안 해서 모르겠다. 아무튼 우선은 '~인가' 부분을 '완형절'이라고 간단히 지시하기로 한다.


완형절은 대개 사고 내용에 해당한다. 그래서 완결된 문장의 형식을 취하게 된다. '그 사람이 나를 좋아할까 싶다', '나라도 그랬을 거다 싶었다' 등의 예를 생각해 보면 알 수 있다. 아마도 이런 현상은 '싶다' 구문에서 관찰되는 특수한 형태라고 생각할 수 있겠으나 실제 구어에서는 '싶다' 대신 다른 표현이 사용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예를 들면, '나도 속으로는 그 사람을 좋아하고 있을까 확신이 안 선다' 등과 '싶다'를 대신하는 적절한 표현이 사용되기도 한다. 한국어학자들의 많은 연구가 대체로 문어적 직관을 토대로 하고 있어서 이런 현상들을 크게 주목하지 않았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된다. (바로 앞 문장에서도 '생각된다'를 생략해도 아무 문제가 없다. 그리고 바로 앞 문장이 비문인지 아닌지에 대해서도 생각해 볼 만한 것 같다. 이 문제는 다음 포스팅으로...) 완형절은 구어에서는 종종 사용되는 문장 구성 성분의 한 형태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완형절은 '싶다' 구문과 관련해서만 쉽게 연상이 가능한 이유는 구어에서의 사용 양상을 인지하지 못하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완형절이 출현하는 경우와 관련하여 아주 특수한 현상을 발견했다. 아래 영상을 보면 '을씨면스러웠다 스럽다'가 사용된 것을 볼 수 있다.


'스럽다'의 문법적 정체에 관해서는 설이 많지만 위와 같은 현상을 보고한 사례는 없다. 위 사례에서 '스럽다'는 접사의 용법을 벗어나서 '싶다'에 준하는 어휘적 능력을 갖추고 있는 것이 아닐까? 그렇다면 적어도 통사적이라고 하더라도 접사라고 보기는 어려울 것 같다. 그렇다고 어휘라고 보기에는 이제 한 사례가 관찰되었을 뿐이다. 새로운 문법 현상의 출현에 관한 단초가 되는 현상이 되려나?


더 궁금한 점은 이런 현상이 어떻게 창발되는가 하는 것이다. 역시나 추상적이지만 가능성이 있어 보이는 해석은 언어 처리 신경망에서 가중치 부여 과정에서 어떤 변화(오작동??)로 인해 새로운 문법 현상이 창발된 것이 아닐까 스럽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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