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갓 스물을 넘겼구나. 이 믿을 수 없는 문장력이라니. 진솔함에서 우러난다고밖에는 다른 생각이 들지 않게 하는 이 문장들의 힘은 뭐란 말이가! 나라면 감당할 수 없었으리라는 확신이 들게 하는, 지독하리만큼 고독하고 모든 것이 결핍된 네가 내가 되는 듯한 이 경험이란!
글쓰기 수업 시간에 학생들이 제출한 자기소개서를 읽는 일은 그리 만만찮다. 속되게 말하자면, 어떻게 되어 먹은 일인지는 알 수 없으나 '다 그놈이 그놈'이다. 그 많은 자기소개서들이 어쩌면 이렇게 비슷비슷한지, 한 사람이 그 많은 버전으로 조금씩 각색하여 제출한 것 같다. 대학생들이 쓴 글이지만 그렇다. 비슷한 성적의 비슷한 동기를 가진 학생들이 비슷한 학교의 비슷한 교실에 모일 수밖에 없는 사회 구조를 생각하면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그 많은 자기소개서 중에 '헉' 소리가 나게 하는 자기소개서를 한 편 정도는 읽게 된다는 사실은 다행이라고 하기에는 무언가 답답하다. 수업은 접어 두고 그 학생의 인생 이야기를 나누면서 소주나 한잔 하고 싶은 생각에 학생들 앞에 서 있기가 너무 힘들다. 읽고, 또 읽고, 다시 읽고, 반복해서 읽고, 감탄하면서 또 읽고, 나의 평범함을 개탄하면서 다시 읽고. 거의 외우다시피 된다.
다음 시간. 한 주가 흘렀다. 또 다른 과제가 있었다. 나를 놀래킨 학생의 글을 한 편 더 받아서 볼 시간이다. 긴장되고, 설레이고, 두렵기도 한 그 순간을, 어쩌면 나는 즐기고 있는지도 모른다. 계속되는 감동을 주는 글이건, 뒤통수를 얻어맞은 듯 배신의 나락으로 밀어 넣는 글이건, 그 순간은 아슬아슬하다.
딱히 가르칠 것도 배울 것도 없는 게 글인 것도 같고 가르치고 갈고닦아야만 하는 게 글인 것도 같아서, 글이라는 게 묘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