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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서 ~봐야]?

'아무리 ~봐야/봤자/도' 구성의 용법

by 콜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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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 "그 이유는 평범한 머리가 아무리 모여서 그럴싸한 정답을 내 봐야 거기서 거기이기 때문이다.

(1) 그 이유는 평범함 머리가 모여서 아무리 그럴싸한 정답을 내 봐야 거기서 거기이기 때문이다.

(2) 그 이유는 아무리 평범한 머리가 모여서 그럴싸한 정답을 내 봐야 거기서 거기이기 때문이다.


원문은 '아무리'가 '모여서 그럴싸한 정답을 내 보'를 수식하는 것으로 보인다. 일반적으로 '아무리 ~도/봐야/봤자' 구성에서 '아무리'는 문장 수식 부사가 아니라 동사 수식 부사인 것이 자연스럽다. 그렇데 위 인용한 원문의 경우 '아무리'가 '[V+서+VP]' 구성('모여서 그럴싸한 정답을 내다')을 수식한다고밖에 볼 수 없다. 가장 자연스러운 용법은 (1)인 것 같고, 혹 조금 어색하지만 수용할 수 있는 정도라면 (2) 정도가 아닐까 싶다. 원문과 같은 용법은 비문법적이라고 하기는 어려워 보이지만 무언가 어색하다.


'아무리 V 봐야/봤자/봐도/도' 구성은 극한의 V상황을 보다 큰 관점에서 평가 절하할 떄 사용하는 구성이다. 예를 들자면 '꼬마들은 아무리 먹어 봤자 두 라면 2개 정도야.'와 같은 문장처럼 누군가('꼬마')에게는 극한의 능력치(라면 2개 먹기)를 보다 큰(성인) 관점에서 별것 아닌 능력으로 평가할 때 사용한다. 이때 극한의 능력치를 나타내는 서술어는 대체로 한 가지이다. 위에 인용한 원문처럼 두 개의 술어를 연결한 구성('모여서 정답을 내다')은 잘 사용하지 않는다. 평가 대상이 되는 초점 상황이 둘이 되면 주의가 분산되기 때문일 것이다. 아무튼 원문은 흔히 접할 수 없는 사례임에 틀림 없다.


그런데 꼼꼼하게 따져봐도 비문법적이라고 할 수는 없어 보인다. 그저 익숙한 패턴이 아닐 뿐이라고 볼 밖에 없다. '아무리 V 봐야/봐도/봤자/도' 구성에서 V가 둘 이상의 V로 연속된 구성이면 안 된다는 문법은 어디에도 없으니까. 순환적인 구조를 이루는 일은 언어 현상에서는 오히려 자연스러운 일이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1)이나 (2)와 같은 보다 자연스러운 표현이 있는 것도 사실이니까 원문을 아주 자연스럽다고 하기도 껄끄럽다.


원문의 경우 통사 버퍼(아무래도 통사 버퍼는 전전두엽 기능과 관련된 것 같은데 언어적 작업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라서 심증을 넘어서는 확증이 부족해 보인다.)에 활성화되어 있는 '아무리'를 너무 일찍 처리한 결과 '모여서'보다 먼저 산출된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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