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를 바라보는 넷플릭스의 인문 시선 2. 레알??
사스, 메르스 경험이 있었기 때문에 이번에도 '뭐, 큰 문제야 있겠어?' 싶었는데 그게 아님을 실감하고 있다. 실직자가 늘고, 어제까지 영업하던 가게가 문을 닫고, 만나서 웃고 떠들던 사람들이 줌 화면 속에 갖혀 버렸다. 지금까지 내가 살아왔고 기억하는 생이 ‘언제 그런 적이 있었냐’는 듯 조소하고 있는 것처럼 느껴질 때는 답답함에 기가 막혀서 콧김을 살짝 뿜기도 한다.
문득 생각나는 영화가 <I am>이었다. 성공한 영화 감독이 자신의 뇌진탕 경험 후에 인생을 삶을 달리 조명하게 된 이야기를 다큐멘터리로 제작했다. <I am>은 지금의 현실과 겹치면서 현대 사회가 추구하는 돈 즉 부를 추구하는 삶의 방식에 의문을 제기한다. 명성을 추구하는 것도 진정한 삶을 살아간다는 느낌을 주지 않았다고 한다. 그런 생각을 뒷받침하기 위해서 세계적으로 유명한 교수나 저명 인사들이 우리의 삶을 이해하는 방식을 인터뷰하여 제공한다.
그런데 부나 명성이 인생을 가슴벅찬 기쁨으로 채워주지 않는다는 말은 너무나 오래된 이야기라 새로울 게 없다. 그런 말은 굳이 세계적인 교수들 석학들이 아니더라도 개인 유튜브 방송에서도 얼마든지 볼 수 있다. 우리는 내가 인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세상이 제공하는 어떤 프레임 속에 갖혀서 인생을 강요당하고 또 살아간다는 설명에는 새로움이 없다. 그래서 공감하기 어렵고, 그래서 내 삶을 변화시키기로 결심하기가 어렵다.
그렇다. 문제는 ‘얼마나 공감할 수 있는가?’이다. 정보가 넘치는 시대에 살고 있다. 그만큼 좋은 말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그런데 세상은 그렇게 돌아가지 않고 있다. 내 눈 앞에 펼쳐진 현실이다. 그러니 아무리 좋은 말도 소용이 없다. 좋은 말을 하는 교수들이나 저명 인사들의 삶은 내가 살고 있고 보고 있고 알고 있는 현실에서 별다른 문제가 없는 삶의 모습에 속해 있다는 것을 안다. 그들의 말이 종교적 진리라고 하더라도 마음에 이르지 않는 시대에 살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세상에서 <I am>은 생을 새로이 보기 시작한 감독 자신의 이야기를, 자신의 경험을 풀어낸다. 때마침 나는 코로나-19로 인해 변해버린 세상을 보고 있다. 지금까지 살고 있고 보고 있고 알고 있는 내 눈앞에 펼쳐진 광경이 변했고 또 변하고 있다. 곧 이전 상태로 돌아가겠지만 이 시점에서 <I am>은 나에게 더 큰 울림으로 다가온다.
<I am>의 감독은 자신의 인생관이 바뀐 것이 우리 사회의 어떤 문제들을 인식하게 해 줬는지를 잘 설명하고 있다. 좋은 말에, 고전이나 경전에서나 들을 수 있을 법한 그런 말에 공감한다고 해서 그런 말이 세상의 어떤 문제를 들춰내 보여주는 것은 아니다. 내가 여간 똑똑하지 않고서야 그런 정도의 의식의 확장을 경험하기는 쉽지가 않다. 이 영화의 설명을 따라가다 보면 ‘아, 개인의 시선이 이런 방식으로 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는 힘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조금만 머리를 더 쓰면서 살면 ‘내 삶을 내 사회를 나만의 방식으로 정리해 볼 수 있겠다’는 묘한 환타지도 제공한다. 세상이 어지러울 때 더욱 공감할 수 있는 영화이니 코로나 핑계로라도 한번 더 봐 두리라.